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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우 Jul 17. 2023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랑

영화 <엘리멘탈> 리뷰

Would you mind if i said I'm into you?
내가 너한테 푹 빠졌다고 말해도 괜찮을까?
Lauv - Steal the show(엘리멘탈 ost)

중국의 대표적인 상담 플랫폼이자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의 저자 레몬심리의 저서 <감정과 사랑 심리학>에 보면 사람들이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를 '상보성의 원리'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는 두 사람 사이의 차이(욕구, 성격, 기질..)가 상호적인 만족감을 주고 이를 매력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영화 <엘리멘탈> 속 앰버와 웨이드도 그렇습니다. 불 같은 성격을 지닌 앰버와 감성적이고 유머러스한 웨이드 이 둘은 서로 완전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서로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겁도 없이 너에게 뛰어들었고 우린 무지개를 만들었지


웨이드의 대사 중 하나입니다. 앰버와 웨이드의 사랑을 보며 이런 어구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랑'. 영화 속 앰버는 불의 원소이고 웨이드는 물의 원소이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앰버가 웨이드를 증발시킬 수 있음에도 위험천만한 사랑을 계속하는 이들의 모습은 정말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랑입니다. 


우리가 안 되는 이유가 백만가지지만 나는 너를 사랑해


웨이드는 자신에게서 멀어질 이유를 찾는 앰버에게 말합니다. '사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웨이드입니다.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완벽할 수 없는 이유는 수백 가지지만 두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이유도 수백 가지입니다. 만약, 덤벙거리는 남자와 아주 예민하고 계획적인 여자가 만난다면 둘이 서로 만나서 싸울거리는 수백 가지도 더 될 것입니다. 하지만 남자의 유함이 여자가 너무 집착하는 부분들을 풀어줄 수 있고 남자가 덤벙거리느라 놓친 부분은 여자가 채워줄 수 있습니다. 서로 전혀 맞지 않을 것 같은 퍼즐 조각들도 서로 끼워보고 맞춰봐야 아름다운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영화는 두 가지 포인트로 관람해 보기를 추천합니다. 먼저, 앰버와 웨이드와의 로맨스 그리고 앰버와 아버지와의 관계입니다. 엘리멘탈의 감독인 피터 손은 부모님의 고국인 한국 시사회에 참석해 부모님의 고국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피터 손의 부모님은 영화 제작 도중에 돌아가셨는데 이 영화가 피터 손의 가족이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점에서 감독에게 더 큰 의미가 있는 영화일 것 같습니다. 


1960년대 말 미국으로 이민한 피터 손의 부모님은 식료품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이민자의 자녀로 피터는 주변의 여러 시선을 겪었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부터 다양한 성장 과정을 영화에 담았습니다. 실제, 피터 손의 부모님은 그가 식료품점을 물려받기를 바랐지만 그림에 관심이 있던 그는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영화 속 앰버의 아버지도 당연히 앰버가 가게를 물려받는다고 여겼습니다. 앰버 또한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기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웨이드와 만나게 되며 그녀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그녀가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말하자 아버지는 진심 어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말합니다.

내 꿈은 가게가 아니라 항상 너였단다


영화는 가족 그리고 연인 이 두 포인트로 나뉘지만 사실 한 가지로 모입니다. 바로, '이해'입니다. 타인, 가족 그리고 나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영화는 이해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앰버는 웨이드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아버지와 진솔한 대화를 통해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웨이드의 솔직한 마음에 그를 한층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죠. 자기 자신부터 타인과의 관계는 '이해'를 기반으로 이루어집니다. 


"디쇽(Tìshôk)"이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디쇽은 '영원한 빛은 없으니 빛날 때 만끽해야 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저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는 말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우리에게 가장 빛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지나가기 마련이죠. 지금 다가오는 역경도 지나가는 순간이고 행복한 순간도 지나가는 순간입니다. 영원하지 않기에 우리는 힘든 일에 너무 지쳐하지 말고 행복한 순간은 걱정하지 말고 가장 행복하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하루도 모두 '디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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