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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우 Aug 01. 2023

중대장님한테 실망했어요?

DP로 보는 한국 군대 문화

디피(D.P) 시즌 2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습니다. D.P는 군무 이탈 체포조를 뜻하며 드라마는 D.P 조가 탈영병을 체포하는 과정을 통해 군대의 부조리함을 보여줍니다. 이번 시즌 2는 시즌 1에 이어 에피소드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103 헌병대 디피 조장 한호열(구교환)과 안준호(정해인) 이 둘의 조합은 이번 시즌 2에서도 빛났습니다. 시즌 1에서 죽은 조석봉(조현철) 일병의 영향으로 힘들어하던 호열과 준호는 석봉의 친구가 탈영했다는 소식에 다시 뭉쳤고 군대가 덮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현실과 맞서 싸웁니다.


왼쪽 : 안준호(정해인)/ 오른쪽 : 한호열(구교환)

시즌 1을 필자가 군대 내에서 봤기에 시즌 2를 보며 군대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D.P 시리즈를 보며 아쉬웠던 점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군대의 현실과 상이한 부분이 많고 장병 사이의 부조리함에만 초점을 두어 현재 군대에서 발생하는 간부들의 고충을 담지 못했습니다. 필자가 군대에서 복무했던 21년부터 22년 사이에 겪은 바로는 여전히 군대 내 부조리함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간부들이 장병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해당 에피소드는 필자가 직접 겪은 일입니다. "중대장님한테 실망했어요" 행정반에 앉아 있던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해당 대사는 다름이 아닌 한 장병의 어머니가 중대장한테 한 말입니다. 그리고 그다음 이어지는 말은 "우리 아들한테 힘든 거 시키지 마세요"


해당 사건의 발단은 풋살 경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축구를 하러 나온 후임 장병은 다른 중대 장병과 몸싸움을 하다 넘어졌습니다. 넘어지며 발목을 접질렸고 인대가 늘어나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습니다. 후임은 병가를 원했지만 군대 훈련이나 일과 중 벌어진 일이 아니였기에 병가는 당장 어렵고 개인 휴가를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후임은 어머니께 말씀드렸고 어머니는 부대로 전화해 당장 휴가를 내보내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렇게 나간 후임은 50일 동안 부대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육군본부, 대대장, 인사담당관, 홍천병원 간부들한테까지 매일 같이 전화해서 따졌고 대대장은 죄송하다고 특별 휴가를 포상했으며 군 요양 심사까지 받아 요양 병원에서 쉴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복귀가 결정된 날, 저희 부대 장병들은 어머니가 계단에 올라가지 않고 부대에서 쉴 수 있게 조치를 해달라고 하였고 1층 의무실에 후임의 모든 짐을 옮기고 샤워장에 의자까지 설치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부대에 말없이 어머니는 후임을 태우고 홍천병원으로 갔고 입실 절차를 밟았습니다.


부대로 돌아오고도 후임은 5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어떤 작업과 훈련에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헬스와 러닝은 매일 같이 했습니다. 후임의 업무는 다른 선임과 동기들의 몫이었고 간부님들의 부탁으로 해당 후임에게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해당 사건으로 장병의 처우가 다 나아졌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최근 호우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해병대 장병의 안타까운 죽음과 같이 여전히 군대 문화는 부조리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이초 사건'과 같이 학생의 인권을 위한 방안만 계속되자 교권이 무너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군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병에 대한 처우 개선 방안은 계속해서 나오지만 간부들에 대한 실질적 대책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간부 처우에 대한 개선 방안 미흡은 육군 사상 ROTC 추가모집이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장병 월급은 150 원까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지원금도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초급 장교들의 처우는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ROTC 이탈률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데 2022년은 478명으로 2021년에 비해 2.1배가량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군대는 초급 간부에 대한 구인난으로 허덕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2020년을 기준으로 매년 군대 내 발생하는 극단적 선택의 비율이 간부가 장병보다 더 높다고 합니다. 장병과 마찬가지로 간부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자 국가를 지키는 고마운 사람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장병들에 대한 고민만큼 간부들에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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