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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균 Jun 03. 2023

How did you get that? : 조던

야망가들의 신발, 조던

최근 들어 감성욱을 너무 감명 깊게 보고 있는 탓인진 모르겠지만 브랜드와 마케팅에 관심이 생겨 조금씩 생각을 정리할 목적으로 글을 써 볼 예정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케팅과 감성은 허울뿐이고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며 아이폰을 쓰던 우리 누나를 욕하던 제가 lp 플레이어도 없으면서 4만 원에 육박하는 lp 판을 단지 이쁘다는 이유로 미국에서부터 애지중지하며 가져온 걸 생각하면... 사람이 참 간사하면서도 항상 겸손해야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첫 번째 이야기로 조던을 선택한 것은 슬슬 다가오는 여름방학 시즌에 혹시라도 당신이 미국으로 여행 갈 일이 생긴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던을 택했습니다. 조던의 모양새를 기억할 필요도 없습니다. 선글라스를 낀 채 새깅 팬츠를 하고 지하철에 탄 흑인 형들 신발에 나이키가 새겨져 있다면 그건 무조건 조던입니다. 스몰톡 상대가 필요하시다면 신발을 보며 'How did you get that?' 이 한 마디만 하면 15분 동안 즐거운 대화 상대가 생길 것입니다.


사실 미국을 가기 전까지만 해도 조던이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상징성이나 가치를 몰랐습니다. 에어포스보다는 뭐랄까, 약간 투박한 디자인에 어디 지하상가에서나 볼 법한 에어조던 로고가 촌스러워 보였거든요. 그래서 크림같은 사이트에 원색의 대비만을 이용한 신발이 30만 원을 훌쩍 넘는 걸 보면 도대체 이걸 사람들은 왜 사는 걸까 했습니다.

인기가 많은 제품 중 하나인 '에어조던 1 시카고', 사진 출처 : Zsneakerheadz

그러다 미국에 가서 조던의 진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인종 차별주의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본 흑인 형들의 90%는 조던을 신고 있었습니다. 유명한 리셀 편집샵에 가도 한쪽 벽을 오직 조던으로만 가득 채운 매장이 대부분이었죠. 그리고 항상 지하철이든 버스를 타면 그들끼리 서로의 신발을 보고 감탄하면서 'How did you get that?'이란 말로 대화를 자연스레 시작했습니다. 그걸 본 저도 심심할 때 대충 신기한 색상의 조던을 보면 'How did you get that?'이라는 말로 시간을 때우기도 했고요.


이쯤에서 사람들이 조던에 대해 그토록 열광하고자 하는 이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조던은 NBA의 전설적인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과 스폰서십을 맺은 나이키가 발매한 브랜드 라인입니다. 제품의 디자인과 역사를 자세히 설명하기 보다, 지금은 은퇴한 조던이 아직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초점을 둘까 합니다.


브랜드가 지속되고 사랑받기 위해선 단순히 제품이 좋다, 실용적이다로 끝나면 안 됩니다. 제품의 본질은 잃지 않으면서도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철학을 같이 공유하는 소비자들이 존재해야 하죠. 애플의 'Think Diffrent' 캐치프레이즈를 온전히 공유하고 신제품 발표 날 줄을 서며 구매하는 것과 여행자가 여행 자체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에 모든 것을 집중한 캐리어 회사 리모아를 예시로 들 수 있겠습니다.

애플 신제품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사진 출처 : Dreamstime

그런 면에서 조던의 철학과 방향성은 어느 누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였다는 점이 조던이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학창 시절 친형의 반만큼만이라도 농구를 잘 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진 어린 소년이 끊임없는 노력과 열등감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스타가 되었단 스토리는 누구에게나 적용되고 바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조던이라는 신발을 신는 사람들은 단순히 신발을 신는다기보단 조던의 생애를 공유하고 그의 삶을 추구하는 과정 속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호날두의 이름을 딴 CR7이나, 농구선수 테일러의 이름을 그대로 제품명에 쓰고 있는 컨버스의 척 테일러 등 유명 스포츠 스타의 이름을 빌린 브랜드는 넘쳐납니다. 하지만 조던이 가진 이야기, 밑바닥에서부터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뚫고 별들의 별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비단 농구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스포츠에 붙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2018년 프랑스 명문 구단 파리 셍제르망이 조던을 자신의 유니폼 메이커로 선택한 것도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축구와 농구. 언뜻 보면 너무 다른 두 가지 스포츠가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공을 차냐 던지냐의 차이에 집중하기보단 조던이 가지고 있는 철학이 모든 스포츠는 물론, 인생 어디서나 적용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조던을 유니폼 메이커로 선택한 파리 셍제르망의 유니폼, 사진 출처 : PSG 홈페이지

브랜딩이란 무엇일까요? 스티브 잡스조차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변을 하진 못하겠지만, 배우신 분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하나의 일치된 의견이 나옵니다. 브랜드와 소비자들의 연결점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는 것. 단순히 제품을 만들고 끝이 아니라 그 제품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들을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이 들어도 공감하고 그 문화 안에 속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브랜딩이라 말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혹시라도 미국 여행을 갔을 때 멋있는 흑인 형들과 친해지고 싶다면 그들이 공유하는 문화인 조던에 대해 얘기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사람이 살고 있는 문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 그 사람과 빨리 친해지는 방법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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