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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균 Jul 03. 2023

멍청아, 간단히 해 : 애플

단순함의 미학, 애플


정말 누구나 알고 있는 애플에 관한 이야기는 쓰기 싫었지만, 주인장의 얕은 독서능력과 게으름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젠틀몬스터에 이어 애플이라니, 이제 그 다음으로 슈프림이나 프라이탁까지 다룬다면 영락없는 팔로워 8k에 팔로잉 0인 성수동 감성충 브이로거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다음 이야기는 좀 더 색다른 것으로 가져오겠습니다. 어쨌든 오늘은 그래도 애플에 관해 이야기해 보죠.

원래 애플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형편없는 CS 등 이쁜 거 빼고는 내 돈 주고 사고 싶은 브랜드는 아니었죠. 그리고 저는 미학적으로 그리 안목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당시 곤두박질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주로서 이 기업을 일으켜야 할 의무가 있었기에 각종 필요한 전자기기들은 삼성의 제품을 애용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군대에서 영상편집과 작곡에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알아보던 도중, 컴퓨터를 제대로 하나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은 후 컴퓨터 부품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를 맞춰본 경험이 계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텐데, 이거 보통 일이 아닙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부품부터 제각기 다른 가격들, 모르면 호구 잡힌다는 통념은 하루 종일 다나와를 뒤지게 만들었고 며칠간 반복되는 자료 검색에 지친 저는 생각도 안 했던 애플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그때 애플의 심플함에 빠져버렸습니다. 

애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시면, 의미도 뭔지 모르겠는 ND-E400 같은 알파벳의 조합이 아니라 단순히 '맥북 에어', '맥북 프로'로만 나눠져 있습니다. 램이 몇 기가고 그래픽이 얼마인지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일단 직관적으로 사용자들에게 제품을 인식시키죠. 나에게 필요한 제품을 두 가지 옵션 중에서 고르기만 하면 됩니다. 이후 구매 단계에서 램이나 그래픽을 정하는 옵션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때는 사용자가 복잡함을 느끼기보단 즐거움을 느끼는 단계입니다. 이미 모델이 정해졌고 나에게 맞는 최적의 조합이 뭔지 찾는 과정은 온전히 '나'를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만족도가 사기 전부터 높아지죠.

잡스가 오프라인 애플 매장을 디자인할 때 '모든 애플 제품이 한 테이블 안에 들어와야 한다'라고 말한 건 유명한 일화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애플 매장에 방문할 때는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 그 둥그런 나무 책상 위에 올려진 제품이 끝이니까요. 그리고 맥, 아이패드, 아이폰 등 여러 제품들이 독립적인 개체군으로 이루어져 있어 한 제품만 찾아보면 다른 제품들도 이해가 쉽도록 연결되어 있으니 하나의 제품만 사용하더라도 애플의 모든 제품에 소유욕이 생깁니다. 그게 사과농장 주인들이 많은 이유인 거 같고요.

세상이 너무 복잡해지고 있고 그 가운데서 살아남기 위해 점점 단순한 것들을 찾게 되는 거 같습니다. 힙합 씬만 보더라도 켄드릭 라마나 제이 콜같은 리릭시스트보다 카티, 거너같은 아무 생각 없이 들을 수 있는, 소위 말해 멍청한 음악들이 씬을 지배하고 있는 걸 보면 애플의 주가가 떨어질 일은 없어 보여요. 저 역시 점점 단순한 것들을 좇아가는 거 같습니다. 가사 한 줄 한 줄에 의미가 담겨있는 음악을 듣기보단 청각적인 만족을 빠르게 줄 수 있는, 아무런 생각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노래들이 본능적으로 끌려요. 그런 점에서 애플도 비슷하겠네요. 아무 생각 없이 구매하게 만드니까요. 

여름이 너무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요즘 대충 끄적거리다 어쩌다 보니 애플을 찬양하는 글이 되었는데 내 통장 계좌를 십만 단위로 만들어버린 장본인이기 때문에 찬양만 하고 글을 끝내기엔 억울하여 욕 한 줄 하고 끝내겠습니다.

1년 무상 A/S 정돈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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