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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균 Jun 24. 2023

디즈니야, pc주의는 이렇게 하는거야

pc주의의 표본, 스파이더맨

얼마 전 개봉한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3일 전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개봉했습니다. 거진 두 달을 손가락만 빨며 기다렸던 저는 미친 광신도마냥 오픈런을 했는데요, 한 줄로 요약하면 그냥 미쳤습니다. 영상미는 말할 것도 없을뿐더러 스토리도 뻔한 히어로물이 아닌 좀 더 고차원적인, 그렇다고 마블의 미쳐 돌아가고 있는 멀티버스처럼 뇌절하지도 않는, 어느 누가 봐도 재밌게 볼 수 있고 스파이더맨과 마블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서 3명의 스파이더맨이 모이는 장면급의 감동을 느낄 거라 장담합니다. 더 떠들고 싶지만 이런 얘기는 유튜버분들이 더 흥미롭게 얘기할 테니 잠시 접어두고, 요즘 말이 많은 pc주의와 연관 지어 얘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PC. Political Correctness의 약자로 모든 종류의 편견이 담긴 표현을 쓰지 말자는 운동이나 이념을 뜻합니다. 특히 요즘 문화 콘텐츠 산업 군에서 많이 보이는데요, 성소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거나 히스패닉, 동양인의 비중을 높이는 등 그동안 소외되었던 사람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좋은 이념입니다. 근데 전 pc주의가 싫습니다.


소수의 의견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점점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좋은 현상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주류 인종인 제가 외국으로 나가는 순간 'yellow monkey'라고 차별받는 것에서부터 보호받을 수 있으니까요. 긍정적인 발전이지만, 요즘 사회를 보면 너무 거기에 매몰된 나머지 오히려 소수자들 의견에 조금만 불편해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자유롭게 내놓기 어려운 사회가 된 거 같습니다. 약간 이 문화를 강요하는 느낌이 든달까요?


동성애를 예로 들어봅시다. 전 동성애가 싫습니다. 동성애뿐만 아니라 트랜스젠더, 퀴어축제 등 전통적 성관념에 반하는 모든 행위들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요즘 유튜브에서 많이 보이는 풍자님도 무슨 콘텐츠 간에 바로 넘기거나 차단합니다. 왜 싫어하냐고요? 그냥 싫습니다. 물론 '동성애에 관해 과학적 근거도 모르고 무작정 혐오하는 놈'이라면서 욕도 많이 먹었지만, 아무리 과학적 근거나 의견을 찾아봐도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가나 내면에서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본능은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그냥 제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를 싫어했던 것처럼 동성애도 그런 거 같습니다. 


언제 한 번은 영화관에 갔는데 갑자기 동성애 키스 장면이 나와 좀 불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맥락상 굳이? 란 생각이 들어서 영화가 끝나고 영화 평점 댓글을 켰는데 한바탕 논쟁이 벌어지고 있더라고요. 왜 굳이 이 장면을 넣어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냐는 측과 왜 동성애를 존중하지 않는다라는 측이 논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댓글을 달진 않았습니다만, 맥락없이 동성애 키스 장면이 나왔던 그 영화는 저의 동성애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기보단 오히려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얼마 전 개봉했던 인어공주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잘 알고 있겠지만 흑인 인어공주가 나왔습니다. 약간 어색하긴 하지만 최근 pc주의 흐름 상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고, 제작자들이 할 일은 관객들에게 pc주의를 잘 납득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관객들이 원하는 니즈 포인트를 충족하고 납득할만한 맥락의 흐름상에 맞게요.


인어공주를 보러 간 사람들은 온갖 시련을 극복한 공주와 왕자의 사랑 이야기가 보고 싶었을 겁니다. 이야기에 몰입하려면 등장인물에 공감하며 비슷한 감정을 느껴야 하죠. 자, 2시간이란 시간 속에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가장 큰 방법은 서로의 외모입니다. 2시간 안에 서로의 성격, 취향, 가치관을 알아가며 사랑에 빠지는 건 말이 안 되죠. 근데 아무리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해도 이건 2시간 안에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외모가 아닙니다. 23살인 제가 봐도 바위 뒤에 숨어서 왕자를 보는 저 장면은 무서워요. 그러니 관객들도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 둘이 도대체 왜 사랑에 빠지는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인 거죠. 단순 피부색만 바꾼다고 관객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중요시할 수는 없는 겁니다. 

약간은 섬뜻한 이미지의 인어공주

다시 스파이더맨 얘기를 해봅시다.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서도 pc주의가 등장합니다.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스파이더맨이 흑인과 히스패닉 계열의 이주민으로 설정됐죠. 인어공주처럼 약간의 불편한 감정은 생길 수 있다만, 2시간의 영화를 보고 나면 '근데 흑인이라서 좀 몰입이 안 됐어'라는 의견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피부색만 바꾼 게 아니라 관객들이 원하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죠. 스파이더맨을 보러 간 사람이 원하는 것은 평범한 학생이 히어로로 성장하는 과정과 화려한 액션이고, 스파이더맨 제작진은 이를 완벽히 충족시켰습니다. 그러니 이제 관객들에게 피부색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죠. 자연스레 문화적 다양성의 가치도 넓힐 수 있는 것이고요.


설득은 강요가 아니라 납득입니다. 내가 동성애를 찬성한다고 해서 달달한 청춘 남녀 로맨스물을 보러 온 관객에게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들의 키스 장면을 보여주고, 내가 베지터리인이라고 해서 삼겹살을 먹으러 온 손님에게 상추쌈만 내어주면 '아, 문화적 다양성이 중요하군!'이라고 납득할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러니 제발 pc주의를 앞에 내세우고 싶다면 관객들을 납득시킬만한 요소를 찾아서 내세우기 바랍니다. 아이들이 보는 공주 영화에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나올법한 어인의 사냥 장면 같은 걸 넣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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