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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반숙란 Mar 18. 2024

괜찮아, 애써 숨지 않아도 돼

30살 그때 나에게  


이혼을 겪은 그 누구도
이혼이 쉽다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힘들어요.
무엇보다 자신이 엄청난 실패자라는
생각 때문이죠.
힘들고 고통스럽고 복잡한 게 이혼이에요.
그걸 뚫고 성장해야 하는 거죠.
저는 그러려고 노력 중입니다.”  


샤론 스톤 ,NBC와 인터뷰 중  



얼마 전 모 여자 연예인이 SNS에 남편을 공개 저격한 후, 그 소식은 뉴스 메인 기사가 됐다. 명탐정 코난을 빙자한 전문가들은 분석에 들어갔다. 이후 단톡방, 카페를 통해 올려진 코난의 글들은 퍼나르는 사람들에 의해 공유되고 복사되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이혼에 관심이 많다. 물론 과거에 잘 밝히지 않고 묻어두는 방식의 정서보다는 나은 요즘이다. 감정적인 고통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갓 돌이 지난 아이를 데리고 친정집으로 왔을 때, 부모님은 “동네 사람들 보기 부끄러우니까, 최대한 마주치지 마라.”였다. 시집간 딸이 아이까지 데리고 친정집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이웃 누가 보기라도 하면, “저 집 딸, 결혼한 줄 알았는데 이혼 당(?)하고 돌아왔나 봐.” 라고 수군대는 소리는부모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부끄러웠다.



그래서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몰래 엘리베이터를 타고, 혹시라도 현관 문밖 소리라도 들린다 치면 문 앞에 귀를 가져다 대고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끔찍한 시간이었다. 나 스스로도 실패했지만, 부모의 인생에 실패를 안겨주는 나를 저주했다. 자식 걱정돼서 하는 맘을 감히 욕할 수 없겠지만은 자식을 부끄러워하는 부모를 둔 자식은 자신에게 욕하고 쓸모없다고 무던히도 스스로를 탓했다.  그 시간 이후 한참 동안을 사람들을 만나는 게 어려웠다.



야~ 진짜 이혼 그게 뭣이라고! 걱정하지 마, 우리가 있잖아. 좋은 날이 올 거야.



이 말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기댈 곳 없는 나. 나에게 기대는 자식.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온몸에 부딪히는 외로움이라는 파도. 내가 뭘 잘못했을까. 이혼을 하며 굽이굽이 눈물을 안 뿌린 곳이 없었지만, 부모님이 나의 이혼에 조금만 더 떳떳했더라면, 나를 숨기지 않았더라면, 조금만 더 응원해 주고, 괜찮다고 용기를 줬더라면, 조금 더 잘 버티어 왔을 텐데, 아주 깊게 생긴 상처를 스스로 치료하고 꼬며고 나서야 알았다.




내 잘못이 아니었다는걸.




지금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두운 방 안에서 불은 끈 채 벽을 보고 혼자 눈물 흘리고 있는 30살 그때 나에게 다시 간다면,


“ 괜찮아. 힘들지? 잘 버텨왔고, 변해야 할 만큼 충분히 아픈 그 시기를 지금 지나가고 있는 거야. 넌 최선을 다했다는 걸 내가 알아. 아무도 몰라줘도 돼. 내가 아니까 괜찮아. 누구보다 제일 아플꺼야. 그러니까 지금은 많이 아파하는 나를 위로해 줄 시간이야." 그리고 조용히 다가가 손을 꼬옥 잡거나 안아주면서 얘기하고 싶다.






“괜찮아, 애써 숨지 않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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