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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거니 Feb 16. 2023

유혹

그리고 항상 찾아오는 후회

오늘은 감기에 걸렸단 핑계로 잠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어찌어찌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니 벌써 오후가 다 되어간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오늘은 좀 아픈데 쉴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런 생각이 안 들게 무엇이든 해야겠다 싶어서 잠깐 책을 읽고, 방 청소를 하면서 몸을 움직였다. 생각보다 쉽게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유혹에 넘어갔는지 생각을 해봤다. 나는 참 유혹에 약한 사람이었구나. 또 나의 부족함을 느낀다. 어렸을 때는 학습지를 도랑에 던져버리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혹에 넘어갔고, 중학교 때는 도서관 가는 길에 있는 PC방을 지나치지 못하고 들어가서 게임을 했다. 고등학교 때 역시도 독서실에 가방만 던져 놓고 똑같이 PC방을 가거나, 친구들과 풋살장으로 향했다. 대학교 때는 더 추가되었다. PC방을 가고 풋살과 축구를 하러 다녔으며, 거기에 술판까지 추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 유혹들을 난 항상 이기지 못했다.


그 이후에도 숱한 유혹이 있었지만 대부분 이겨내지 못했다. 특히 공부할 때가 제일 심했다. 취업 준비를 하던 그때에도, 그 중요한 순간에 나는 PC방에 가거나 편의점 앞 노상에서 맥주캔을 들고 있었다. 유혹에 넘어가면 항상 남는 건 후회뿐이었던 것 같다.


유혹의 의미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보니 결국 내가 하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해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 않아야 했던 것을 한 것으로 인한 후회. 그게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돈다.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다고 위로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많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나 싶다.


요즘에 이르러서도 가끔은 유혹에 시달린다. 공부를 하고, 책을 읽으면서 글을 써야 하는데 가끔씩 만나자는 전화에 가슴이 두근거리곤 한다. 하지만 이제는 통제를 할 수 있다. 내가 나가고 싶을 때, 필요할 때만 나간다. 서른이 넘어가니 그나마 10대, 20대 때 통제하지 못했던 것들을 어느 정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찾아올 유혹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기껏해야 술자리밖에 없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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