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잘 알고 있다. 내가 어디까지는 갈 수 있고, 어디는 갈 수가 없는지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서재에서 보낸다. 이곳이 나의 한계이다. 다만 이 안에서의 나는 무한한 자유를 누린다. 그렇다 보니 굳이 이곳을 벗어날 이유가 없다.
한계라는 것은 항상 극복되어야 하는 대상이라고 대부분은 생각한다. 하지만 한계의 개념은 한 가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내는 것과, 내 한계를 아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전자는 더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한계 때문에 나아가지 못할 때 사용하는 것이고, 후자는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이고,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 것이다. 지금 나는 후자의 한계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와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은 즐겁다. 내가 가진 도구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면 즐겁다. 서재에는 갖가지 조명, 몇 개의 스피커, 우드 슬랩, 모양이 다른 의자 몇 개, 필기구, 노트, 그리고 책이 있다. 이곳에서 나는 자유롭다. 바닥에 누워서 글을 책을 보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글을 쓴다거나, 커피향을 맡으면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거나. 어떻게 보면 엄청난 사치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깨야 할 한계에 대해서도 고민을 한다. 영원히 여기에 있을 수 없음을 안다. 사실 한계의 경계선을 깨기 위해 하루에 몇 번씩 시도를 한다. 나는 나의 정신적인 한계를 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몇백 번의 시도 끝에 경계선이 약간은 느슨해졌다. 하지만 아직은 넘지 않았다.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아직은 여러 한계들 안에서 나는 자유롭게 지내는 것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다만, 몇 개의 가능성을 보았기에 언제든지 나는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믿는다.
잠깐 이야기가 깨부숴야 할 한계로 샜지만, 나는 지금 이곳에서 행복하다. 서재에서 나는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한계 안에 있지만, 책을 통해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많은 사람과 함께 있다. 현실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이곳에서, 한계가 지어진 내 방 안에서 나는 한없이 자유롭다. 오늘도 그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어떻게 보면 한계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계 안에 있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말은 모순되지만,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SNS를 통해 많은 사람과 얘기할 수 있다. 가짜 만남이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꼭 사람과 사람이 한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얘기를 하는 것만이 만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제약과 한계가 있더라도 사람은 어디서든 연결될 수 있다. 또 약속 시간이다. 다른 사람을 만나러 내 방안의 다른 책상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