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책을 찾는 즐거움
최근 지인들이 책을 추천을 해달라고 한 적이 몇 번 있어서 책을 추천해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마음에 들어 하는 책이고, 많은 도움이 받았기에 지인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몇 권을 얘기해 줬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추천해 준 책을 읽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정말 감명 깊게 본 책을 추천해 주었기에 읽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듣기를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아직 읽지 않았다."라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왜 읽지 않았을까? 근본적인 고민을 해봤다.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들어가 있고, 꾸준한 스테디셀러로도 명성이 높은 책들을 추천해 주었는데 왜 그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했을까? 사실 답은 금방 나왔다. 간단하게 말하면 맞지 않은 옷을 추천한 것과 비슷하다. 나의 경우 키가 크고 팔이 길다. 나에게 맞는 옷을 다른 신체를 가진 타인에게 추천을 한다면 그 옷이 맞을까? 같은 원리이다. 그 사람에게는 현재 맞는 책이 따로 있는 것이다. 책을 추천해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최근에 무슨 고민을 많이 하는지를 먼저 물어봤어야 했다. 그리고 책 추천을 거절했어야 했다. 그냥 서점에 가서 평대에 있는 책을 몇 권 둘러보고 서가를 서성이면서 직접 고르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얘기를 했어야 했다.
블로그에 책을 읽고 항상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혹시라도 내 생각을 강요하는 게 아닌지, 내가 읽은 책이 항상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어느샌가 자만심이 들고 있지는 않은지. 어떻게 보면 아직 수준이 높지 않은 내가 고민하기에는 건방진 고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나중에 내 지식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바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생겼다. 솔직하게 책에 대해서 내 생각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어느샌가 다른 사람들에게 내 관점으로 보도록 유도하는 게 아닌지에 대한 걱정도 된다. 그러려고 쓰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한다. 그렇기에 나는 그러한 상황이나 환경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상황이 되는 것은 나한테도 많은 제약이 따르는 일이다. 그 제약이라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찾아서 읽고 그런 부분에만 치중하게 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한 것을 경계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싶을 뿐이다.
사실 나도 사람들이 추천해 준 책을 많이 읽고는 했다. 지금 유튜브나 인스타 등 각종 SNS 및 플랫폼에서는 책 추천 콘텐츠가 가득하다. 그렇기에 그것을 보면 항상 책을 사고 싶어지고, 결국에는 그것을 사 온다. 하지만 제대로 보지는 않는다. 나에게 꼭 필요해서 고민하고 고른 책이 아닌 단지 좋아 보여서 사 온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책, 나쁜 책 구별을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나에게 필요한 책. 그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그러한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생각, 가지고 있는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무엇, 표지나 목차에서 끌리는 것 등 자신만의 기준으로 책을 고르고 읽을 때 비로소 책이 주는 효용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짧은 생각을 해본다. 책이 가득한 서점에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책을 찾는 즐거움. 그것을 즐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닫을 필요가 있다. 누군가 추천하는 책은 이유가 있다. 그 사람에게 굉장히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 때문에 내가 책을 고르는 즐거움을 잃고 있지는 않은가? 알게 모르게 상대방의 생각을 강요받고 있지는 않은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글을 쓰는 것도 조심스럽다. 상대방에게 나의 생각을 호소하면서 동정과 동의를 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아직도 나는 갈 길이 멀다. 오늘도 나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책을 한번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