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여행은 낯선 사람이 되는 시간이다." - 김소연
'여행'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입니다. 여름에만 맡을 수 있는 특유의 향기가 주는 계절감과 시원한 커피 한 잔 속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를 음악처럼 느끼면서 여름 방학을 만끽했습니다. 매년 비슷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던 여름 방학에는 학교생활기록부 담당자이자 교육지원청 점검단으로서 바쁜 나날들을 보냈고, 새로워진 평가 계획 양식에 맞춰 도전해보고 싶은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밀린 책을 읽고 좋아하는 운동을 하며 스스로를 채워가는 시간도 보냈지요.
무엇보다 이번 여름 방학이 유난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것은, 그동안 보내본 적 없는 낯선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항상 비슷한 시간과 궤를 맞춰 살아왔던 제가 소중한 이와 고마운 사람들 틈에 섞여 부지런히 새로운 것, 새로운 음식, 새로운 공간, 새로운 시간을 탐미할 기회가 정말 많았습니다. 특히 저에게 소중한 사람과 함께 보냈던 낯선 시간들은, 화려하진 않아도, 여행을 떠나온 낯선 이의 마음처럼 매일 같이 신선함과 느끼지 못했던 새로움을 선사해주었습니다.
길을 잃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저는 이번 방학에 그동안 걸었던, 그래서 잘 알던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들을 이리저리 지도를 보지 않고도 즐겁게 여행하는 산책자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살면서 어느 순간에는 새로움을 통해 배우는 것들과 잠시 낯선 곳으로의 도피, 또는 산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긴 했습니다만 계획에도, 예정에도 없던 이 여행 같은 시간이 그저 감사하게만 느껴집니다.
낯선 사람이 되는 것이 두렵지 않고, 새로운 곳에서 낯선 사람이 되곤 하는 순간의 즐거움을 알아버린 순간의 이전과 이후가 참으로 많이 달라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개학을 맞이한 오늘, 저의 다음 여행지, 제가 낯선 사람이 되어가는 시간에 제가 어떤 빛깔로 물들지 기대를 품으며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