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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예정 Sep 06. 2023

'간이역' 역사 교사가 사랑하는 문장들 #11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학생들을 마주할 때면 자주 전하게 되는 말들이 있습니다. '할 땐 하고, 놀 때는 놀자.', '나는 내 의지대로 된다.' 등 주로 학생들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학교생활을 통해 배웠으면 하는 '잔소리'들이 대표적입니다. 학교라는 공간 외에도 여러 어른들의 입을 통해 수없이 들었을 법한 말들은, 교사가 학생에게 전하고자 하는 진심과는 별개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진부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그들이 학생이었던 시절에 들었을 법한 이야기들에 담긴 진리와 진심을 매일 같이 반복해서 전하고 또 이야기합니다. 제가 어린 시절 선생님들로부터 들었던 말들을 거의 비슷하게, 하지만 시대와 사회적 분위기와 요구에 걸맞도록 빗대어 말하는 저를 발견할 때면 때론 웃음이 지어지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삶을 살아가면서 잊지 않았으면 하는 '진부한', 하지만 '진리에 가까운' 말들 중에 제가 학생들에게 가장 자주 전하는 말은 "아프지 말자."와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입니다. 보통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 그들의 입장에서는 잔소리일지 모르는 말들의 끝을 '-하지 말자'라는 부정문보다 '-하자'라는 긍정문을 사용하기를 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적인 내용과 메시지가 보다 정확하게 전달되길 바란다면 때로는 부정문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는 말을 정말 자주합니다. 이 문장은 우리가 미디어 또는 책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흔한' 문장입니다. 학생들이 '짜증난다'라는 한 마디에 모든 감정을 응축하곤 하는데 자신의 기분과 감정 또는 입장을 정확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언행에 유의할 것을 당부할 때 사용하곤 합니다.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는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겠다는 기특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제가 만든 문장은 아니지만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뭔가 와닿는 것이 있었는가 봅니다.



  사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 말들은, 적어도 저에게는, 제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이기도 합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저 또한 매일 같이 노력하고 반성하며 내일의 계획을 반복하여 세우곤 합니다. 아프지 말자는, 마음이든 몸이든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말 또한 학생뿐 아니라 저에게 던지는 말입니다. 선포하는 말에는 힘이 생기고 '말하는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저는 학생들이 살아가면서 꼭 한 번쯤은 더 곱씹고 생각하며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으면 하는 문장들을 찾고 외우고 전합니다. 학생들은 아마 잘 모를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은 선생님 스스로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더 성숙해지기 위해 스스로에게 주문처럼 선포하는 말들을 준비하곤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선포했습니다. 그 말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며 너희와 함께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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