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장수 아저씨의
철커덕철커덕 가위장단 소리가 왕십리 골목에 울려 퍼 집니다
그 순간 골목서 뛰어놀던 개구쟁이들 삽시간에 사라집니다
구멍 난 양재기나~~
못쓰는 놋그릇 받아요~~
헌 고무신도 받아요~~
제법 쓸만한 것을 엿 바꿔 먹다가
어머님께 오지게 맞은 기억이 있는 요 녀석 침만 삼킵니다
간식이라는 단어도 생소하던 시절
바꿔먹을 고물은 없고
어머니에게 엿 사달라고 할 형편이 안 되는 걸 알았던 녀석..
멍~~하니 엿장수 아저씨를 애처롭게 바라만 보고 있는데..
그 순간
엿장수 아저씨 저에게 다가오더니 엿 부스러기를 주시더군요
"엿 맛 좀 봐라"....
그의 표정, 웃음끼 없고 그렇다고 악의도 드러내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
세상에 대한 체념이나 원망이 들어있는지는 어린 저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평소 그 엿장수 아저씨가 보여 주시던
쾌활하고 수다스러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서더군요
엿 부스러기가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데..
요 녀석 머리에 번뜩 스쳐가는 장독대 위의 촛대
주인집 할머니께서 치성을 드릴 때 사용하던 촛대를 그만 스을쩍..
그리고
시치미 뚝..
주인집 말썽꾸러기인 상옥이 형은 그날 저녁 오지게 맞았습니다
범인은 요 녀석인데...
상옥이 형아 ~~~!
50 년 만에 형아에게 고백하네요
만지면 바스락 거리며 부서질 것 같은 아련한 추억입니다
요즘처럼 먹거리와 간식거리가 넘치는 세상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