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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촌부 Jan 03. 2024

호랑이 할머니의 청국장


동네 어르신께서 검정 비닐봉지를 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귀찮다고 대충 식사하지 말아' 

비닐 포장을 풀으니 청국장 고유의 독특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유년시절부터 할머님께서 청국장을 따듯한 아랫목에서 이불을 덮어서 띄울 때

가끔 그 이불을 들춰서 냄새를 즐기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을 해도 유별난 녀석이었습니다.




우선 쌀뜨물에 신김치부터 넣고 끓이면서 내장을 뺀 볶은 멸치를 넣습니다.

두부를 깍두기처럼 썰어서 대파와 양파를 함께 준비를 합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된장 조금 넣고 두부와 대파 양파 간 마늘 청양고추를 넣고 끓인 후에

맨 나중에 청국장을 잘 풀어서 넣어주면 완성입니다.

뭐.. 힘들 거 하나 없는 청국장 맛나게 끓이기입니다.


요즘은 맛보기도 힘든 옛날 방식으로 만든 청국장이라 그런가 오랜만에 두 공기나 비웠습니다.

설거지를 하고 나니 거실에 청국장 냄새가 진동을 해서 환기를 안 할 수가 없더군요.

.....


잠시 개구쟁이 시절로 순간이동을 합니다.


겨울방학이면 할머니의 반 강제 호출로 내려갔던 시골이 어린 시절에는 너무 싫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전기도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밤이면 화장실을 가는 게 너무 무섭기도 했고..

아버지의 엄명인 미꾸라지 잡아 오는 게 정말 징그럽고 싫었습니다.


시골로 출발하기 전 날, 

어머니는 차비 분실방지 차원으로 제 빤쑤(팬티) 안쪽에 돌아 올 차비를 꿰매주셨지요.




그 당시에는 마장동 터미널서 버스를 타고, 경기도 광주에서 또 한 번 갈아타고 이천까지 갔습니다.

중간중간 버스가 멈추면, 남자 차장 형은 개울가에서 물을 떠다가 라디에이터에 물을 붓습니다.

비포장 도로를 덜컹거리면서 달리던 버스.. 겨우 도착을 하면, 마을까지 먼 5리를 걸어가야 합니다.


할머니께 드릴 선물.. 어린 녀석에게는 무리인 짐들..

짐의 무게보다는 낮이지만 인적이 없는 호젓한 산 길을 걷는 게 너무 무서웠습니다.

특 히 성황당을 지날 때에는 두 눈을 꼭 감고 뛴 기억이 납니다..


시골에서의 생활은 온통 요 녀석의 세상이었습니다.

사촌 동생 녀석들과 함께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고..

사촌형이 만들어 준 철사 썰매를 타다가 재미없으면 꿩 잡으로 산으로 싸돌아 다니고..

할머니 집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면, 그때서야 배고픔을 느끼고 욘석은 할머니 댁으로 쪼르르 달려갑니다.


동네에서 호랑이 할머니로 통 하시던 울 할머니..

저는 그 당시 왜.. 울 할머니가 무서울까.. 궁금했습니다.

늘 저만 보시면 얼굴을 비비시고, 

투박한 손으로 '아이고~도토리 같은 녀석~' 하시면서 머리를 쓰다듬고 하셨는데.. 


저녁 밥상이 나오면...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온 방안을 휘감습니다.

할머니는 큰 고봉에 청국장을 비벼서 주시면, 밥 한 톨 안 남기고 싹~싹~  다 먹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청국장 냄새라... 

제가 어떻게 그 청국장 냄새의 아름다움을 설명하고 입증할 수 있겠습니까.... 

그 시절에 맞는 감각의 기억을 갖고 있는 분들과 추억을 나눌 수 있을 뿐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느꼈던 청국장 고유의 냄새가 주는 정서를.. 

지금의 젊은 친구들에게 이해까지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 냄새에 덧입힌 추억의 무게를 아무리 설명을 해도.. 

요즘 젊은 친구들이 이해를 할 수 없는 시절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요즘 젊은이들에게 예 전의 맛을 권유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재래식 청국장이 뜰 때나, 끓일 때 나는 퀴퀴한 냄새는 온 집안 구석구석까지 진동을 합니다.

겨울이면 아랫목에서 띠우던 청국장 냄새가 그리워집니다.

제게는 추억의 냄새입니다.

다시는 먹어 보지 못할 울 호랑이 할머님 표의 청국장이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호랑이 할머니 ~~

올 겨울 방학 때에는 요 개구쟁이 녀석 꼭 내려갈게요 ~~

구수한 청국장 끓여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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