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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께살기연구소 Mar 09. 2023

무엇이 그들의 생각을 변하게 했을까?

어렸을 때, 친구들과 장난 삼아 나중에 크면 아이를 몇 명 낳고 싶은 지 이야기하곤 했다. 20년 전만 해도 4인 가족이 보편적이었기도 했지만, 다들 형제, 자매와 싸우면서도 혼자인 순간은 상상하기 어려워했다. 동생이 싫은 아이들은 ‘언니나 오빠가 있으면 좋겠어.’ 언니나 오빠와 자주 싸우는 애들은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미래의 내 가족 역시도 자연스럽게 한 명은 기본이고, 세 명까지도 낳겠다고 말하며 복작거리지만 즐거운 가정을 꿈꾸는 친구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들이 어른이 된 지금,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78명이다. 전 세계 198개국 중 최하위이고, 인구대비 한 명조차 낳지 않는 유일한 국가이다. 게다가 수년 째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사회가 노령, 사망에 따라 정상적으로 인구 대체가 이루어지는 수치가 2.1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 출산율로는 미래 사회의 재생산이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하지만, 20-30대 청년들은 자녀계획에 부정적으로 응답하고 있다. 20-39세 기혼부부 2쌍 중 1쌍이 자녀계획이 전혀 없으며, 미혼 청년들 10명 중 6명은 결혼계획조차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하던 그들의 생각은 왜 변하게 되었을까?


팍팍한 현실의 변화가 가장 클 것이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이 보여주는 불안정한 주거상황은 내 집 마련에 성공하면 영끌족으로 매달 상환압박에, 실패하면 2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주거불안, 깡통전세의 위험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게다가 우리가 겪어온 학창 시절 경쟁의 치열함과 그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비정규직 일자리, 소득의 불안함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이미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주변에서 전해지는 데이트폭력사건, 여성혐오범죄들로 좋은 사람과 인연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조차 희박해지고, 설사 가족을 꾸린다 하더라도 내 아이에게 이런 불안한 사회를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게끔 한다.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보면, 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육아휴직을 1년이나 쓸 수 있다면 감지덕지겠지만, 이 세상에 그런 직장은 흔치 않다. 맘카페를 가보면, 육아휴직은커녕 출산휴가 3개월조차도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엄마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한국의 고질적인 남녀임금격차와 여전히 강고한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가부장적 질서, OECD 국가들 중 가장 긴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한국의 근로 문화는 이미 무거운 마음으로 아이를 두고 직장에 나온 여성들을 끊임없이 갈등으로 몰아넣는다.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어린 나이에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빈번하게 찾아오는 각종 질병들과 그로 인한 갑작스러운 휴가들로 직장 눈치를 봐야 한다. 맞벌이를 위해 연장반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5시면 아이들이 없는 어린이집의 눈치도 함께 봐야 한다. 나의 자아실현은 사치이고, 경력 유지를 위해 꾸역꾸역 다니지만, ‘늘 이렇게 일을 하는 것이 맞나?’하는 고민 속에 스스로를 몰아넣는다.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처참한 수치는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넘어섰다. 수많은 사회의 왜곡과 병폐들이 출산율이라는 숫자에 반영되어 표출되고 있다. 수많은 청년들이 이미 나의 안정된 삶, 자아실현과 아이가 함께 갈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가운데 태어난 아이의 미래가 불안해질까 두려워하고 있다. 매년 낮아지는 출산율 수치는 현실에 직면한 청년들의 처절한 외침이다. 이 외침에 이제는 그리고 누군가는 응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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