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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께살기연구소 Aug 04. 2023

동양에는 아직도 낯선 개념 society

사회라는 용어를 통해 정의하고자 하는 대상

바쁜 출근길,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모습 중 하나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사회”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사회 과목을 배우고, 한국사회, 지역사회, 사회이슈, 사회적 약자, 사회 진출, 사회 생활 등 다양한 수준에서 여러 단어와 함께 사용한다. 이처럼 자주 사용하는 단어지만, 막상 사회가 무엇인지를 질문했을 때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곳이 사회라고 알고 있긴 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대체 사회란 무엇일까? 머릿 속에 어떤 그림이 떠오르는가? 일단 사람들이 모여 있는 어렴풋한 모습이 먼저 떠오르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여러 사람이 단순히 모여 있다고 해서 사회일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무의식 중에서도 당연히 사회가 지속될 거라고 전제하고 살아간다. 더 나아가 좀더 나은 사회를 기대하며 굳이 시간을 내어 투표를 하고 대표자를 뽑는다. 이처럼 우리의 삶이 당연히 유지되는 기반이라고 생각하는 '사회'라는 용어가 무엇을 지칭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사회라는 용어를 통해 정의하고자 하는 대상


1-1. 동양에는 아직도 낯선 개념 society

이 글은 사회가 무엇인지 그리고 사회를 만들어내는 보다 근원적인 요소인 ‘사회적인 것’이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작업을 하기 전에 우선 사회나 ‘사회적인 것’이 서양에서 나타난 현상들과 그것에 대한 해석들을 담아 개념화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런 현상과 현상에 대한 이해는 동양에서는 주류가 아니었기 때문에 society가 번역되어 들어온 19세기까지 구성원들이 제대로 인식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이러한 낯섦은 오늘날까지도 지속되는 것처럼 보인다.


Society, société, gesellschaft 등의 용어를 동양에서 번역한 것이 사회라는 용어인데, 이 번역 작업은 일본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당시 번역 과정에서 일본의 지식인과 전문가들은 society는 번역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정하였다. 대표적으로 1871-1872년 이와쿠라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을 경험한 구메 구니타케의 기록이 이를 잘 보여준다.[1]


이때 곤란했던 역어로, 예를 들면 (미국)헌법 서두에 ‘정부의 임무는 justice와 society에 있다’라는 원어가 있다. 이에 맞는 한자를 할당하면 의와 인이라는 두 글자면 끝나는데, 이는 너무 단촐하기 때문에 justice는 정의로, society는 회사라든지 사회라든지 사교 등 여러 번역어를 찾았다. 모리 아리노리는 ‘그냥 임시로 소사이어티라고 하면 된다’고 주장했는데 그래 가지고는 번역이 아니라는 비난이 일어나 고심참담했다.


Society의 번역 상의 어려움과 관련된 이 일화는 결국은 ‘소사이어티 (ソサイチー)’로 음차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결국 적절한 번역어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이 일화는 19세기 당시 유럽에서 정립되어가던 society라는 개념이 동양에서는 없었던 개념이었기 때문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말한다.


“모리가 느꼈던 ‘고심참담’은 어떤 번역어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동양 전통에서는 없는 개념이라는 점을 인식한 데 있다. 주지하듯이 근대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은 하나의 번역어를 만들어 내기 위해 수많은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는 번역이 단순히 일대일의 단어 대 단어의 문제가 아니라 전혀 알 수 없는 외국어의 다발들로 이루어진 전혀 다른 가치체계를 수용하는 차원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한도는 그들의 지식과 가치체계를 넘어섰다.”


그런데 이 번역불가능성은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점이 있다. 번역이 불가능했던 것은 유럽에서 있었던 현상과 동일한 현상이 동양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동일한 현상은 있었지만 그것을 언어로 지칭하는 바가 없었기 때문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그리고 보통 용어가 보여주는 일대기, 즉 처음에는 생소한 내용들을 지칭하다가 점차 일반적인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바뀌는 현상도 고려해야 한다. 사회라는 용어가 담아내던 내용들이 새로운 개념에서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덜 구체적이고 일반적인 것들로 대체됨으로써, 사회라는 용어를 보다 사용하기가 용이해졌는가도 고민해야 한다. 


만약 society를 근대의 현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본다면, 우리는 근대 이전의 현상이나 관념들에 대해 society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저작들과 연구물들은 근대 이전의 현상이나 관념들에 대해 society라는 용어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동양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조선사회’, ‘고조선사회’ 등을 사용한다. 이는 근대의 용어라고 말해지는 society가 보편적인 것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용어사용법이 가능해진 이유는 용어가 지칭하는 대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앞서 제시한 3가지의 고려사항 중에 마지막 사항이 현실에서 일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회라는 용어의 이러한 사용진행과정을 염두에 두면서 사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탐구를 시작해 보자. 

          

[1]. 久米邦武, 1934, �久米博士九十年回顧録 下�, 東京:早稲田大学出版部, 256쪽, 김태진, “근대 일본과 중국의 ‘society’ 번역: 전통적 개념 속에서의 ‘사회적인 것’의 상상”, 『개념과 소통』, 제19호, 2017, 185쪽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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