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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독한 사차원 Jan 29. 2024

저는'인종차별주의자'입니다

"어이 중국인!"

어느새 나도 모르게 지극한 인종차별 주의자가 되어있었다. 외국에 나가 가지고 있던 단면적인 편견들을 지우려는 연습을 하려고 하지만, 유독 아시아, 그리고 나의 국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예민해지는 건 사실이다.

길을 걷다 누군가가 “어이 중국인! (China!!)”

라며 수군대는 소리에 중국이라는 소리가 들릴 때면 괜히 예민해지고 나빠지는 기분은 그들이 내 뒤통수에다 대고 소리치거나 나를 보고 수군거려서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만약 한국인이냐고 소리쳤으면 가다가 뒤돌아서 엄지를 들어 올렸겠지.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들과 인사를 하며 국적을 물었다. 알아맞혀 보라고 하니까 의외로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한국 등등 나도 생각 못한 많고 다양한 대답들이 곳곳에서 나왔다.


미국에서 왔냐고 했을 때는 괜스레 ‘내가 오늘 영어 발음이 좋았나?’라는 마음에 기분이 좋기도 했고,

중국에서 왔냐는 말에는 빨리 한국에서 왔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고, 일본에서 왔냐고 했을 때는 ‘차라리 중국보다는 낫네..’라는 얄팍한 생각이 들기도 했고, 프랑스에서 왔냐는 사람들에게는 편견이 아예 없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면서 누군가가 나를 바라봤을 때, 또 내가 바라본 국적들의 모습에 따라 빠르게 바뀌는 기분들을 보며 순간 얼굴이 빨개지며 '아차' 싶었다.


그렇게 애국심이라고 믿었던 마음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종차별로 변질되어 있었다.




여행길에 아시아 국적을 가진 친구를 만났다.

남을 배려하고 애교가 많았던 그 친구와의 기억을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한밤 중에 혼자 나간다고 하면 걱정이 되기도, 아프다고 할 때면 내 배낭에서 얼마 안 남은 약들을 다 내어 주기도 하면서 짧은 만남이었지만 함께 넉넉한 시간들을 보냈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국적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친구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여행을 하다가 누군가가 중국인이냐고 물어보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 아닌 아껴주고 싶었던 친구를 떠올린다. 그렇게 내 편견이 가득 찼던 마음은 내가 담았던 친구의 모습으로 기억되어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 마음을 자꾸 부끄럽게 만든다.


그렇게 그날 이후로는 국적이 아닌 사람을 마음에 담는다.




“유랑, 너는 베트남에서 왔어??”

그 질문을 들은 또 다른 외국인 친구가 어이없다며 박장대소를 했다. 오히려 자기가 대변을 하며

“아니 얘가 어딜 봐서 베트남 사람이야!! 하하” 그리곤 괜찮냐며 내 표정을 살폈다.


제일 괜찮지 않은 건 그 친구가 물어본 ‘괜찮냐’의 의미였다.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아시아 국가라고 하면 대부분을 중국, 일본, 이제는 한국까지 3개의 나라만을 언급하며 대표적인 동양 국가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 외의 국가의 언급은 잘 들어보지 못했다.


하기에 베트남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바야흐로 10년 전,

싸이 - 강남스타일, Bts , 오징어 게임 등등 K-문화가 세계에 퍼지지 않아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면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동양인이 이곳에 있는 게 신기하다며 국적들을 예상하며 나열하는데 아무도 한국을 언급하는 이들이 없어 괜한 오기가 생겼었다. 여행을 다니는 동안, 사람들에게 한국인임을 각인시켜 보겠다며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혼자 공방을 등록해서 한복 원단을 가지고 옷을 만들어서 코디를 하고 다녔다. 그렇게 옷이 멋지다며 어떤 옷감인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 궁금해할 때면 자랑스럽게 한국에서 왔다고 외쳤던 과거 나의 모습을 회상하게 되었다.


아시아라는 큰 대륙의 영역 속 세계 사람들이 가진 인식 확장들에 익숙하지 않은 ‘베트남’이라는 단어가 들리는 순간 오히려 흐뭇해졌던 마음은 내가 겪어보았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내가 걷고 밟는 땅에서 만난 모든 이들과 함께 어우러 서로의 삶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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