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을 만들고 그곳에 집중함으로써 생기는 자기 효능감
전업 주부로 살면서 두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어느새 나의 삶은 사라졌고, 모든 스케줄은 아이들에 의해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어느 날 갑자기 그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찾아오는 공허함과 허탈함을 마주했을 때 결코 우울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아이들을 너무나 끔찍이 사랑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감사하며 행복하고, 그래서 최대한 그 느낌을 만끽하며 보내려고 부단히 도 애를 쓰고 있다. 매일매일, 대학에 진학하면 내 곁을 떠날 그 순간을 카운팅 하며, 이 순간은 곧 사라질 거라고, 지금 이 순간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그러한 우울감과 허망함을 마주하면, 무기력해지고, 삶이 재미 없어지고, 한 없이 답답해진다. 밥 하기, 청소하기, 정리하기, 빨래하기, 아이들 숙제 챙기기, 방과 후 활동 챙기기,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등의 똑같은 일들을 무한 반복해야 하는 삶. 그 과정에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지만,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없고 내가 감당해야 하는 작지만 중요한, 그 수많은 일들을 모두 해내야 비로소 하루가 끝나는 그런 삶. 정신 승리를 하기 위해, 나 자신의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설거지를 할 때도 청소기를 할 때도 귀에 이어폰을 끼우고,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삶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강의를 듣고, 또 좋은 음악들과 함께하지만, 그럼에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외치는 날에는 이유도 모를 눈물이 또르르 나의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바꿀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난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 아이들이 아직 너무 어리기에, 나의 상황과 가치관을 고려해 내가 반드시 해내야 하는 '엄마'로서의 일들은 누가 대체할 수 없는 일. 나는 어떻게 이 일들을 해내면서,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한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가. 수많은 강의를 듣고, 책들을 읽으면서 매일 밤 고민에 빠졌다. 그때의 나는 조금은 거창한 것들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봤을 때, '아, 너 무언가 시작했구나.' 하는 그런 눈에 보이는 변화 말이다.
매번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선언하며 온갖 다이어트용 음식들을 주문하고 실패. 운동을 하겠다며 헬스장을 등록하거나, 예쁜 운동복을 사고 몇 번 입지도 않고 장롱 속으로 집어넣는 일이 수두룩 했다. 나는 그림을 그려볼 거야, 하면서 산 많은 도구들과 장비들. 그렇게 작심과 함께 돈을 쓰거나 내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장만해야 시작하는 것처럼 느꼈다가, 결국 아이들 양육 과정에서 생기는 예측 불허의 일들을 핑계로 매일 5-6시간의 수면 시간 앞에서 포기하게 되는 일들의 반복. 나의 자기 효능감은 바닥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내 미래가 보이지 않고,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현실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글 한 구절을 어디선가 읽게 되었다. '네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라.'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목을 매달지 말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에만 집중하라는 그 말.
나에게 명쾌한 답을 주었다. 지금 내가 눈에 확연히 보이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면, 난 아주 작고 소소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부터 시작하자. 내가 고치고 싶었던 나의 좋지 않은 습관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그 변화가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을지언정, 나만 아는 나의 습관들을 먼저 고쳐나가기로 말이다. 또한 내가 나 자신을 더 들여다보고 아껴주겠다고 생각했을 때, 금융 치료라던가 크게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나를 위하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처절하게 고민해 봤다. 생각보다 많았다.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 그동안 맘에 들지 않던 나의 작은 습과 들과 버릇은 고치거나 바꿀 생각은 하지 못하고, 답답해하며 현실을 탓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많았다.
-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호텔처럼 침구 정리 정돈하기.
- 화장실을 호텔처럼 매일 깨끗하게 유지하기.
- 커피를 줄이고 카페인이 적은 대체 음료로 채우도록 노력하기.
- 하루에 30분 이상 집 앞 산책.
- 하루에 30분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기.
- 운전할 때나 집안일할 때 클래식 음악을 한 곡 반드시 듣기.
- 불필요한 약속 줄이고 혼자 있는 시간 늘리기.
- 모든 물건은 쓰자마자 바로 제자리에 놓기.
- 약속이 없을 때는 커피나 음료를 집에서 만들어 텀블러에 들고 다니기.
- 밤 12시 이전에 반드시 침대에 눕기.
- SNS의 짧은 동영상 들여다보지 않기.
아주 사소하지만 마음을 굳게 먹지 않으면 지키지 못하게 되는 '습관.' 아무도 몰라주지만 내 머릿속에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바꿀 수 있는 나의 '버릇.' 한 번 안 한다고 내 삶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계속 안 하면 평생 바꿀 수 없는 나의 라이프 스타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습관과 버릇을 고치게 되면, 내 하루하루가 변화되고, 그런 작은 것들이 바뀌어 루틴이 되면, 나의 삶이 변하지 않을까. 내가 싫어하고 고쳐야지 했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것들을 하나씩 지워나감으로써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언젠가 나의 삶도 변화되어 있지 않을까. 나는 무엇을 시작해도 반드시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나 자신을 믿을 수 있지 않을까.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너무나 힘들고 현실을 탓하게 되지만, 아주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내는 건 언제든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소소한 목표는 집 밖이 아닌 집 안에 많이 있었고, 내가 집 안에 더 많은 집중 할수록, 집 안이 일터인 나에게는 나만의 행복이 점점 커지게 되었다.
부단히 노력한 끝에 최근 나의 습관 고치기 리스트 중 몇 가지를 매일매일 지켜내고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나 자신과 한 약속을 하루에 한두 가지씩 반드시 지켜내면서 확연히 달라진 나의 루틴들을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뿌듯하고 기쁘던지. 호텔처럼 정리되어 있는 나의 침대를 확인했을 때, 깨끗하고 향긋한 냄새가 나는 화장실에 들어갈 때, 커피값이 많이 찍히지 않은 내 카드 명세서를 확인할 때, 산책하고 와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느낌이 날 때, 잠을 푹 자고 난 뒤의 맑은 정신으로 아침을 마주할 때 등 매일 작은 행복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작은 변화를 만들어 냈더니 나는 더 건강해지고 밝아졌고, 나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되었다. 나만의 작은 루틴을 지켜내며 바닥이었던 자기 효능감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타인하고의 약속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으며, 나는 지금 현재의 나에 굉장히 만족하게 되었고, 또 무엇이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이 생겼다. 이 모든 습관들이 자리를 잡으면 거기에 하나 더. 그 변화를 만들어내면 그 상황에서 또 하나 더.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내가 되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