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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응구 Feb 03. 2023

119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나는 대한민국 119 구급대원입니다.

"네 119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불이 난 걸까, 누군가 물에 빠졌나, 아님 어딜 다친 걸까'

전화가 울리면 수많은 상상을 하며 긴장되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여기 빨리 좀 와주세요 아저씨가 아파요!"

수화기 너머로 수많은 정보가 들어온다. 연세가 좀 있으시구나, 아저씨는 남편일 확률이 클 테고...

많이 다급하시구나 gps위치는 확인 못했지만 OO읍 쪽이네

"네 어디가 아프실까요"

"숨도 잘 못 쉬는 거 같고 아우 빨리 쫌 와주세요 여기 OO읍 ㅁㅁㅁ리 139에요!"

참 마음이 아프다 똑바로 주소를 말씀해 주시는데 나는 왜 들리지 않는 걸까. 신고자가 흥분하여 말이 빠른 탓일까 경상도의 억센 억양 탓일까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내가 집중을 못한 걸까.. 꼭 신고접수가 끝난 후 녹취록을 들어보면 또렷이 들린다. 내 탓이다.

"죄송한데 말이 너무 빠르세요 OO읍 다음 뭐에요"

"139! 139! 빨리 좀 와요"

"아니, 어디 139에요"

"OO읍!!!"

... 꼭 필요한 정보만 얘기가 안 나온다.

"OO읍 ㅁㅁㅁ리 139!"

"네 구급차 바로 보내드릴게요 전화 끊지 말아 주세요"


여기까지 빠르면 40초 늦으면 1분 정도 걸린다. 이제 알아낼 정보가 많다. 혹시 심정지상태라면 구급차를 추가로 보내야 하고, 흉통인지, 어지러운지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평소 지병은 있는지 등

내가 핵심정보를 준다면 구급대원은 출동을 하며 어떤 장비를 챙겨서 어떤 처치를 해야 하겠구나 하곤 시뮬레이션을 하며 출동 중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자 이제 내가 정보를 얻을 차례다.

'뚝'하고 끊겼다. 일상다반사다.


저는 구급대원으로 일하다 현재는 방금처럼 119에 전화를 하면 전화를 받는 119 종합상황실에서 수보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119를 신기해하지만 여기는 소방관들도 신기해하는 곳이랍니다.

현장대원과 119 상황실에 근무하는 사람은 서로가 다른 곳에서 다른 생각을 하며 일을 합니다.

일반인과 소방관도 서로 중요한 것도 생각도 다르죠. 아직 우물 안 개구리고 아는 것보단 모르는 게 많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얘기들을 해볼까 합니다. 

소방관끼리는 공감을, 일반인들은 아 저런 삶을 사는구나, 소방관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앞으로의 미래가 어떨지 꿈을 꾸며 각자만의 재미로 글을 읽었으면 합니다.

이제 다시 출동을 하는 현장대원이 되어 보자.


오늘도 평화롭지만은 않지만 나름 조용한 하루를 보내고 있음을 만끽하며 여유로움을 느끼던 중

아니나 다를까 구급출동벨이 울린다. 

'왜 한 치 앞을 못 보고 그런 생각을...'

프린트기에서 나온 출동지령서를 들고 구급차로 뛰어가며 내용을 본다.

'어르신이 숨을 잘 못 쉰다 OO읍 ㅁㅁㅁ리 139'

'뭐야 이게 끝이야? 심정지란 거야 그냥 호흡곤란이라는 거야 나이도 없고 성별도 없고 지병 뭐 있는지는 안 바란다 너무 대충 하는 거 아니야?' 뛰어가며 봐도 읽는데 5초면 되기에 딱히 위험성은 없는 듯하다. 구급차를 오르며 

그저 한숨만 나온다

'내가 전화해 봐야겠네.... 하....'


나도 사람인지라 그래 접수받는 사람도 사정이 있겠지 하며 이해를 하려다가도 가끔 정말 응급환자였다 거나 한 경우에는 괜스레 상황실 직원에게 화가 난다. 

조금만 더 정보를 줬더라면 조금만 더 신경 써서 신고접수를 받아줬더라면 저 환자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더 많았을 텐데.. 어쩌면 내 능력부족인 것을 어쩔 수 없는 환자였던 것을 인정하기 싫은지 분노의 타깃으로 상황실 직원을 원망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리 욕하던 나였기에, 불만이 많았기에, 나는 잘할 거라 믿었고 시스템을 바꾸리라 다짐했건만 

맨 처음 전화받는 저 무능력한 사람이 지금의 나다

신고자에게 신경을 안 쓰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묻고 싶은 것도 많으며 많은 도움을 주고 싶은데, 

손과 발을 뺏긴 채로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돕는 게 참 어렵다.

이렇게 출동을 보내고는 환자는 괜찮을까 어디가 어떻게 아팠을까 걱정을 하다가도 다시 신고가 들어온다.


"네 119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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