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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윤수 Feb 07. 2023

쓰리사운즈, 오노 리사, 조지 월링턴, 클로드 볼링 등

프리뷰: 며칠 사이 들은 재즈 앨범들 001

처음 들은 앨범, 리뷰까지 나아가기엔 할 말이 모자란 앨범, 그리고 며칠 사이 들은 앨범들을 다루는 시리즈입니다. 모두 엘피로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내린 감상입니다. 등급은 ‘프리미엄 주고라도 사세요-살만 해요-누가 주면 들어보세요-보면 부셔버리세요’ 순이긴 한데 제 주관적인 평가이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노 리사 - 재즈 클래식스

Lisa Ono - LisaOno Jazz Classics

2022년 퍼스트 M/M 기준

등급: 살만 해요.


어떤 연유로 나온건지 도무지 모르겠을 물건. 중국 회사가 만들어 중국에서만 유통되었고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곳에서만 판다. 아는 사람도 없고 정보도 없으며 커버에는 중국어만 적혀 있다. 앨범 스펙은 제법 호화로운데 DMM(Direct Metal Mastering, 이전 단계들 생략하고 곧바로 스탬퍼 직전 포지티브 디스크를 만드는 기법)을 썼다고 하며 180g에 게이트폴드 커버다. 들어보니 트랙마다 녹음방식이 다른 것으로 보아 새로 녹음한 건 아니고 기존 녹음들을 짜집기해 만든 것 같은데, 그 와중 중국 노래도 들어 있어 “이건 도대체 뭐지?” 싶다. 대충 부틀렉(Bootleg), 혹은 “돈 많이 준다고 하니까 함 하지 뭐.” 정도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


커버가 진짜 대단히 악질적이다. 내가 가진 엘피 중 최악을 갱신했다. 센터 오픈 게이트폴드인데 이것만 해도 충분히 악질적이거늘 음반 고정하라며 후크까지 달아놔 넣고 꺼내는 게 한번 더 꼬이게 만들어놨고, 후크를 정위치에 접어놔야만  폴드를 접을 수 있다. 센터 오픈 게이트폴드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이라면 이건 상상도 못한 수준.


이러나 저러나 좋은 노래들이 들어 있다. 유명하고 익숙한 노래들을 오노 리사 특유의 나긋하고 편안한 목소리로 불렀다. 카페 BGM으로 틀어두면 좋겠는데 손님들이 별 생각 없이 듣다 어느새 ”아 이 가수 노래 참 잘 하네.“ 란 생각을 할 것 같다.


오노 리사의 몇 없는 엘피들에 붙은 그 흉악스러운 프리미엄을 생각하면 그것으로 나아가는 마중물로 이 엘피는 가치가 있다. 사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다. 비단 어떤 역할로서 규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든 노래들이 충분히 좋으니 그것만으로도 살 가치가 있기도 하고.


조지 월링턴 퀸텟 - 재즈 포 더 캐리지 트레이드

George Wallington Quintet – Jazz For The Carriage Trade

1976년 일본 리이슈 VG+/VG+ 기준

등급: 살만 해요.


조지 월링턴은 잘 모르는 사람이고 그저 프레스티지(Prestige) 7000번 시리즈이며 캄보에 도날드 버드(Donald Byrd)와 아트 테일러(Art Taylor)가 있어 샀다. 다행히 기대에 부응하는데, 아쉬운 건 딱 그 만큼이란 것. 밥 와인스톡(Bob Weinstock)이 프로듀싱한 앨범들 중 다수에서 발견되는 건데 ”이 만큼은 하고 가야 해, 그 만큼 했으면 뭐 더 하지 말고 그냥 집에 가.“와 같다. 일정 수준에 딱 그치는 앨범이 많아 ”이 멤버가 이 정도 연주 했으면 좀 더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와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 앨범도 그렇다.


다만, 아쉬울 뿐이지 안타까운 건 아니다. 프레스티지 7000번 시리즈에 기대할만한 수준은 충분히 이뤄 화려하고 경쾌한 하드밥 연주가 이어진다. “잘 하긴 진짜 잘 하네.” 란 생각이 절로 든다. 유려한 피아노 연주를 들려준 조지 월링턴이 궁금해지며 다른 앨범들도 찾아 들어보고 싶다.


클로드 볼링 - 피아노 디스코텍

Claude Bolling – Piano Discothek

1968년 퍼스트 VG+/VG+ 기준

등급: 누가 주면 들어보세요.


재즈라기 보단 이지 리스닝에 가까운 앨범. 이 무렵 필립스, 데카, RCA에서 이런 게 종종 나왔다. 뭐 이 수요도 있으니까. 나만 해도 별 거리낌 없이 듣고 가끔 “오 이건 좀 대단한데?” 라 생각한다. 앨범 리더는 커버에 의인화된 악기들이 일생생활하는 그림 그려진 시리즈로 유명한 클로드 볼링. 그 시리즈와는 달리 이 앨범에서 볼링은 대단히 쉽게 쉽게 간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적절히 부응하며 앨범의 컨셉트를 이해한 느낌. 좋게 말하자면 그렇고 나쁘게 말하자면 대충 시간 때우고 간 느낌. 사실 이 레벨의 피아니스트들은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좋은 앨범을 낼 수 있고 이 앨범도 그렇다. 들으며 즐겁고 기분 좋다. 나쁘지 않다.


전반적으로 매가리가 없는 앨범이긴 하지만 그래도 특기할만한 지점이 몇 있으니, 이 장르 치곤 흔치 않게 퍼즈 톤 기타를 액센트로 쓰는 때가 있어 ”오 이런 것도 썼네?“ 싶을 때가 있고, 좀 특이하게 리메이크한 곡도 있어 “이걸 이렇게 이해할 수도 있구나.” 싶을 때도 있고. VG+에 만 원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


쓰리사운즈 - 그루빈' 하드

The Three Sounds – Groovin' Hard(Live At The Penthouse 1964-1968)

2016년 퍼스트 M/M 기준

등급: 프리미엄 주고라도 사세요.


어디선가 미공개 라이브 녹음을 발굴해와 앨범 만들어 내는 레이블이 종종 있는데 이 앨범을 낸 레조넌스 레코즈(Resonance Records) 역시 그렇다. 미국의 소규모 레이블인데 어디서 잘도 유명 연주자들의 멀쩡한 녹음들을 발굴해와 앨범을 낸다. 이건 2016년 RSD(Record Store Day, 한정판매상품을 내 오프라인 음반매장들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행사)로 나온 앨범. 쓰리사운즈가 펜트하우스(Penthouse, 그 펜트하우스 맞다) 클럽에서 4년간 라이브 하며 남긴 녹음들 중 쓸만한 것들을 엮어 앨범으로 냈다.


무려 4년간의 녹음들 중 선정해 만든 앨범인 만큼 최상급 연주가 이어지며 버니 그룬드먼(Bernie Grundman)이 마스터링한 소리 역시 대단히 좋다. 블루노트(Blue Note) 전속에서 벗어난 무렵의 녹음이다보니 알프레드 라이언(Alfred Lion)의 디렉션이 사라진 연주, 루디 반 갤더(Rudy Van Gelder)와는 다른 방식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점도 재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 헤리스(Gene Harris)의 피아노는 매력적이며 사람들이 쓰리사운즈에게 기대할만한 것은 그대로 있다. 쓰리사운즈가 자생력을 가진 팀이었음을 알 수 있다. 좀 일찍 나왔으면, 대충 50년만 일찍 나왔으면 좋았을 앨범.


베니 월러스 트리오와 칙 코리아의 타이틀 없는 Enja 4028번 앨범

The Bennie Wallace Trio & Chick Corea

1982년 퍼스트 NM/NM 기준

등급: 누가 주면 들어보세요.


포스트밥이 컨템포러리(혹은 아방가르드)로 넘어갈 무렵 양쪽 모두를 다룬 사람들이 모여 낸 앨범이라 그 둘 모두의 기운이 올라온다. 나름 스윙한데 동시에 무조인, 리듬은 익숙한데 멜로디가 기괴한 음악이 들어 있다. 전형적인 ‘제정신으로는 들으면 뭔지 모르겠을 앨범’ 이다. 맨정신으로 들으면 영 어색한지라 약간의 음주를 더해야만 진정한 가치가 드러날 것 같다. 다만 ‘제정신으로 들으면 아쉬운 앨범’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여기서 좀 더 가야 컬트 끕 앨범이 되는데, 예컨대 키스 자렛(Keith Jarret)의 쾰른 콘서트 같은 게 되려면 여기서 좀 더 자유롭고 좀 더 맛이 가야 한다. 이건 좀 어중간하다.


엔야(Enja Records)에서 나온 앨범들 중에는 이런 게 많은데 악트(ACT)나 ECM도 마찬가지.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 독일 사람들 중 이런 음악 좋아하는 사람이 꽤 있나 보다. 이런 앨범이 많이 출시되었다는 것은 주관적인 호불호를 논하기 앞서 팬 층이 있고 객관적인 시장성이 있다는 것일 터이니 말이다. 악트나 ECM 앨범들은 내 취향이 아니란 결론이 서 수집을 멈췄는데 엔야는 종종 쉽고 종종 말랑말랑한 앨범을 발견하다보니 아직 포기를 못했다. 뭐, 오늘은 잘못 걸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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