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더스 데이에 생각나는 엄마
'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를 보다가...
마흔이 넘어서자 엄마랑 지낸 시간보다 엄마 없이 지낸 시간이 더 많아졌다.
행복했던 시간보다 얼굴 붉히며 생채기 내느라 바빴던 스무 해
중고등학생 때 일기장에 수십 번 써 내려갔던 "엄마 미워, 싫어, 나빠!"
그 보다 더 독한 소리도 썼더랬다.
지금 나 보다 훨씬 어렸던 엄마가 짊어졌어야 할, 살아냈어야 할 삶의 무게
짐작조차 할 수 없던 아픔을 삼십 년쯤 흐르고 나서야,
나도 엄마란 무게를 져보니, 희미하게라도 알 것 같다.
아빠도 없는 파더스 데이에, 그저 엄마 생각이 났다.
사각사각 살 얼음 낀 열무김치에 국수사리 넣어 말아줬던 엄마표 국수.
그 국물 한 모금이면 가슴속 알알이 박힌 상처도 녹아내릴 텐데.
효리의 오징어국 같은 마법의 국물이 내게도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