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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솜 May 30. 2024

곧 반년

곧 5월 미지막 날을 하루 앞두고

3월 25일까지 일을 야무지게 하고 26일 날 새벽 3시에 짐 2개, 컴퓨터 가방 둘러메고 공항으로 갔다. 17시간 동안 아이들은 귀가 째지게 울었고 비행기 안은 추웠다. 맛없는 음식으로 사육당한 후 도착한 서울. 의사 파업으로, 진료받던 대학병원에서는 수술대기만 걸 수 있을 뿐, 예정일조차 알 수 없다고 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비용은 늘어가기에 입국 8일 만인 4월 5일, 개인병원에서 검진과 동시에 수술을 받았다. 수술 여부와 검진 때문에 총 3군데 병원을 다녔다. 의사들은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고통스러웠고, 8주 차에 접어들었으나, 아직도 발은 부어 제대로 걷지 못한다. 방금 전에 수술받은 병원에서 카톡으로 팔로우업을 해줬다. 6개월까진 통증이 있을 거란다. 보내준 사진을 보고 발엔 아무 이상 없으니 안심하란다. 뭔가 잘못 됐을지 모를 거란 나의 염려를 읽었나 보다.


대부분 걱정하는 일은 현실에서 잘 안 일어난다고, 90% 이상이 쓸데없는 걱정이라고들 한다. 수술하기로 맘먹었을 때, 그 쓸데없다는 걱정을 달고 살았다. 휴직하는 동안 사라질 수입이 걱정되었고, 생활비가 걱정되었다. 비행기표, 한국에서의 체재비, 수술비, 병원비, 이중으로 미국에서 들어가야 하는 온갖 생활비들. 다 돈돈돈 그놈의 돈!


쓸데없는 걱정이 90% 이상이 맞는 걸 방증이라도 하듯, 복귀하려면 아직 3주 정도가 남았지만, 아직까지 무사히 잘 지내고 있다. 귀국한 지 2주가 다되어 가지만 아직도 시차 적응을 못해서 밤낮이 바뀐 채 생활하고 있다. 그간 일하지 않고, 하루라도 놀면 큰일이라도 날 줄 알고 몸을 혹사시켜 왔던 지난날을 곱씹어 봤다. 아무리 해도, 누구 말도 안들을 것 같으니, 내 몸이 스스로 고장 나면서 브레이크를 걸었다. 몸이 브레이크를 걸 땐 위급상황이다. 그땐 달러빚을 져서라도 돌봐야 한다. 헌데 딱히 돌본다는 느낌은 없다. 먹고 자고 싸고의 연속일 뿐. 밖에 나가 신선한 공기도 맛보고 싶고 그렇다.


나를 돌보지 않았던 만큼, 브런치를 돌보지 않고 보낸 게 거의 다섯 달이 다 되어간다. 검정 동그라미 알람을 받았다. 글 좀 쓰라는 브런치의 압박과 닦달이었다. 내 글에 별로 관심도 없으면서 그런 메시지 왜 보내는지 모르겠다. 누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글을 궁금하겠는가. 나도 내가 안 궁금한데, 그래도 누가 안부라도 물어주는 것 같아서 반갑더군.


뭐 여하튼 바쁘면 돌아가라고 했던가? 기말과제 6개, 시험 3개를 코앞에 두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서, 그간 방치해 둔 브런치에 미안해서 끄적거려 봤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또 오기로 다짐하며. 또 시간을 흘려보낼 테지만, 나머지 반년은 그래도 잘 살아보자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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