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는 멀지 않은 곳에
그렇게 무료하고 불안한 출근 첫 주가 끝나고 조금은 나아질 것 같은 두 번째 주가 다가왔다.
그래도 일주일 동안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을 익히고 나서인지 두 번째 월요일 회의 시간에는 동료들과 인사도 하고 남들 하는 잡담에 웃는 얼굴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또 한 주가 시작되었다.
그날도 책상에 앉아 하릴없이 회사 매뉴얼이나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매니저가 사람들을 회의실로 불러 모았다.
예정되어 있지 않은 미팅이어서였을까 다들 고개를 갸우뚱하며 회의실로 가는 모양이었다.
나도 궁금한 마음으로 무리를 따라 회의실로 들어갔다.
조금 있으니 회의실에는 우리 부서 사람 15명 정도가 모여들었다.
잠시 후 사람들이 다 참석했을 때 매니저는 무슨 중요한 공지를 발표하듯이 입을 떼기 시작했다.
그가 전한 내용은 우리 팀 팀원 중에 한 명이었던 직원이 “no longer employed with the company”라는 것이다.
오늘 이 순간부터 그 팀원이 더 이상 회사에 고용된 상태가 아니라고 말이다.
팀원 한 명의 해고를 다른 팀원들을 미팅에 불러 놓고 전한 것이다.
그는 이런 충격적인 뉴스를 전하면서 해고 이유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 해고 이유를 나만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다들 관심이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누구도 따로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팀 미팅이 끝이 났고 자리로 돌아오면서 나는 수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내 책상 건너편에서 나와 같은 포지션으로 일하고 있었던 동료였다.
아직 입사한 지 일주일 차라 제대로 이야기도 해보지 못했는데, 미안하게도 아쉬운 감정보다는 불안감 감정이 먼저 들었다.
그를 해고하려고 일도 없는데 두 명이나 고용을 한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의 해고와 나의 고용사이는 아무 관련 없는 상호 독립적 관계일까?
그 사람은 왜 해고가 된 것일까?
나도 이렇게 쉽고 어이없게 해고가 될 수 있을까?
미스터리 퍼즐 한복판에서 답은 없이 질문만 던져지고 있는 것 같았다.
자리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링크드인에 그의 이름을 검색했다.
저번주에 인사만 나눈 사이라 그 사람의 경력이나 이력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링크드인에서 본 그의 프로필은 그가 지금 회사에서 일 한지 5개월 차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5개월, 그렇다면 그는 내 머릿속에 각인됐던 3개월 수습기간을 이미 지난 사람이었다.
수습기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쉽게 해고라니
내 머릿속은 더 복잡 해졌다.
그렇게 불안하면 매니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한번 물어봤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그렇게 질문할 배짱도 자신감도 없었다.
용기가 없었던 대가로 나는 그렇게 불안감에 떨며 회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몇 달 후 그나마 좀 친해진 직원에게 그의 해고 이유를 듣게 되기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