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답답하고 때때로 화가 치밀며
깨어있는 시간의 80%는 우울하고
다음날 깨어날 생각을 하면 막막하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나 싶은 생각이 드는 이 병을, 우리는 '공부하기싫어병'으로 명명하기로 하였다.
이 병은 학위를 수여할 때까지 완치되지 않으며, 논문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시작되는 병이다.
공부가 끝날 때까지 이어지는 병으로, 본격적인 텍스트 작업이 시작되어도 단순 완화될뿐 완치는 논문이 끝나야 한다.
평소에 안 보던 것들에 흥미를 느끼는 초기증상이 있는데, 뉴스가 재미있는 고삼병의 일부 증상과 유사하나 치료법을 같이 하지는 않는다.
공부하기싫어병(학계에서는 '논문쓰기싫어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1기 환자를 지켜본 결과, 초기증세 발현 후 약 3개월간 삶에 대한 긍부정 그래프에서 가파른 하강, 상승 기류가 보였다.
관찰 3개월 동안 환자의 신체적 변화 폭 또한 크게 나타났는데, 이는 탄수화물이 섞인 단당류를 다량 섭취하는 증세에서 비롯되었다.
심리적 측면에서는 변화의 기류가 신체 양상과 연동되어 대폭 확장되었다.
환자의 경우, 통상적으로 하지 않던 행위를 갑자기 실시하거나 일상적으로 수행하던 행위를 중단하는 등 환자의 일상에서 벗어나는 패턴이 높은 빈도로 나타났다.
환자 개인의 성향과 경력에 따라 1기 지속기간이 달라지나, 통상 목차를 잡게 되면 싫어병 항원 보유자로 전환된다.
이때 질환자의 상황에 따라 2기로 악화되는 경우도 있는데, 화가 더욱 치밀고 난폭해지면서 통각(e.g. 떡볶이)에 대한 탐욕이 높아진다고 알려져있다.
공부하기싫어병과 회사가기싫어병의 관계성 연구 또한 활발한데, 두 병이 상호 위험인자로 기능하고 있음은 확정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부하기싫어병 환자가 회사가기싫어병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환자의 증세는 급속도로 악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공부하기싫어병 1기 환자의 경우 회사가기싫어병 바이러스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여 1.5기로 넘어가기도 하였다.
1.5기의 증상은 말귀를 잘 못 알아먹는 상태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