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질환 관찰일지 (3)

다친 곳을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환부가 곪는다. 상해가 아닌 질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적시에 적절한 대처가 없으면 깊어지거나 다른 부위로 번지게 된다.


확실히 그랬다. 한 달 가량 내원하지 않았던 환자의 상태는 매우 심각해져 있었다. 스트레스 수치로 인해 전신 염증 수치가 높았고, 일과성 기억상실로 가성치매의 여러 증상들이 보였다. 언어능력 또한 현저히 감소하여 문장을 맺지 못하거나 기본적인 단어를 생각해내지 못하였다.


마지막 내원 때 환자에게 주지시켰던 치료법에 부작용이 있었는지 살펴야 했다. 당시 의료진은 싫어병의 국내 발병 상황과 2.5기 이하 환자들에 대한 비수술요법, 예후 등을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환자의 ‘의지’라고 강력하게 언급하였다.


심리적 불안정성에 애착 요인이 일정부분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환자의 사례*를 통해 인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덮어둔 채 전통적 치료법을 우선적으로 강구한 것이 패착의 원인이었다.

  *일지(2)에 언급한 환자와의 상담 기록 참조


사실 의료진 간 의견에 충돌이 있었다. (물론 모든 치료는 질병의 극복을 전제로 함은 분명하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대중적 치료법을 적용할 것인지 그리하여 진료의 객관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것인지 (동시에 우리 병원의 싫어병 치료 1위 브랜드가치를 고수할 것인지), 혹은 환자의 검증되지 않은 자기고백에 귀 기울여 ‘모험’을 할 것인지가 그것이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적의 치료 효과를 가져올 방안에 대해 고민했으며 이에 전통적 치료법(운동 처방, 광선 요법, 소고기 요법)을 우선 적용했지만,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접근법이었음을 고백한다. 자신의 상황과 자신의 피로에 공감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겠다는 환자의 발언을 해석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금번 방문에서 환자는 소실된 초점으로 지난 한달을 뜨문뜨문 짚어나갔다. 환자에게는 여러 형태의 지지자원이 있는데 그들은 그 무엇보다 환자의 건강을 바라고 환자의 안녕을 기도한다고 했다. 환자는 그 바람에 응답하고자 노력하려 했으며, 의지가 잘 발현되는 시기도 있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였다고 말했다. 때문에 의지를 극대화시킬 약물을 처방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는데,


오히려 의료진은 지난 경험을 토대로, 환자의 ‘의지’에 기대지 않는 ‘모험’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작가의 이전글 질환 관찰일지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