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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 관찰일기 (3)

평행선, 별자리

연인 간의 연락 빈도는 하루 2회가 ‘통상적’이라고 한다. 무관심을 소재로 한 분란이 일어나지 않고, 무의미한 시간을 소비하지 않을 수 있는 최적의 빈도의 평균값이라 할 수 있겠다. 평균을 도출하기 위한 원데이터는 표본값 얼마로 추계되었으며 표본 산정은 누가 한 것인지 질문이 들어온다면, 답할 자신은 없다.

다만, 위 가설에는 커플에서 개별객체가 보유한 ‘시간’이라는 유한한 자원(a)이 커플간 ‘애정’이라는 효용(b)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c)으로 활용된다는 점이 전제가 된다. (한편, c에는 물품, 외모 등도 있는데 항간에는 외모가 절대값이라는 소문도 있다) 유한한 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 효용이 최적으로 이뤄진 상태라는 점에서 본 명제를 ‘파레토 최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어느 누구도 빈곤하게 하지 않으면서, 최소 1인 이상을 윤택하게 만든다는 ‘파레토 개선’을 적용한다면, 남녀/남남/녀녀 각각의 시간이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데 음의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으면서 상대의 기분을 유쾌하게 만드는 최적의 값이 바로 ‘하루 2회’인 것이다.


지난 일기는 지지자원 중 인적자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적자원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연인일 것이다. 나의 지지자원에 연인이 1ea 있다는 가정 하에, 다음의 상황을 설정해보았다.


“우리는 아침저녁으로 휴대전화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나는 상대에게 잘자라는 말을 하고, 상대는 나에게 하루의 기상을 보내온다. 마스크를 끼라고 하거나 우산을 챙기라고 하거나 일교차가 심하니 옷을 준비하라고 한다. 시간이 허락되는 어떤 날에는 긴 통화를 한다. 일과가 종료된 이후부터 한시간 가량이다. 문자 메시지를 통해 다 하지 못했던 말 중 45% 정도를 할 수 있으며, 듣고 싶었던 말 중의 5% 정도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설정에서 유의할 점은 텍스트로도 음성으로도 못한 55%의 마음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아니라, 듣고 싶었던 말 중의 95%를 못 들은 것이 아니라, 시간을 사용하였음에도 여전히 갈증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갈증은 다음의 문장으로 이어진다.


“We were like two stars in the same constellation.”

관계를 별자리에 비유한 것으로, “너와 나는 같은 시공간에 있고 같은 지향점(태양)을 추구하지만 우리는 결코 가까워질 수 없다. 영원히 그 수준의 거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지자원에 대한 강한 섭섭함 △몇만 광년을 사이를 둔 애절함 △영원히 포개질 수 없음에 대한 좌절감이 반영된 것이다. (다른 말로 ‘우리는 각자 다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로 표현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지지자원은 지지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가? 이전에 지지자원이 ‘그러한’, 즉 ‘가까워짐으로써 열렬한 지지를 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본질적인 것인가?


아마도 가상의 연인 1ea는 극단으로 가까워지는 것이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가 라는 본연의 질문과, 그렇다고 한다면 별(항성)이 가까워지는 것은 충돌을 가져오고 큰 질량의 항성이 충돌항성의 질량을 흡수하므로 결국 자기 파괴적인 행위가 아닌가 라는 근본적 질문들을 던질 것 같다.


문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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