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돈 벌기.
최근 2023년 11월부터 2024년 초에 이르기까지 '메이플 스토리 월드'라는 플랫폼에서 일반 개발자들이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과거 2003년에 출시한 '메이플 스토리' 빅뱅 패치 이전 게임 버전을 출시했습니다. 해당 플랫폼의 게임들은 과거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3의 '유즈맵'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30대 이상 플레이어들에게 친숙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는 10대 플레이어들에게는 '제페토'나 '로블록스'의 게임 크리에이터로 보면 친숙한 개념입니다. 개발사가 제공하는 게임 개발 엔진을 통해 크리에이터라 불리는 개발자들은 게임을 개발해 제공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개발사에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빅뱅 전 메이플 스토리' 버전의 게임들은 많은 이름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아르테일', '로나 서버', '메이플 랜드' 등 각기 다른 개발자들이 같은 버전의 게임을 목표로 리버스 엔지니어링하여 업데이트가 용이하게 새롭게 개발했고, 각자의 철학에 따라 업데이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2023년 12월 유명 방송인들이 플레이하여 '메이플 랜드'라는 게임은 '트위치'와 '유튜브'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주제로 업로드가 진행되었고, 2000년대 중반 초등학생, 중학생이었던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과거를 음미하기 위해 게임에 몰렸습니다. '메이플 랜드'는 당초 예상된 '메이플 스토리 월드'의 서버 한계인 1만 명을 뚫고 최대 동시 접속자 수 5만 명을 초과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 가능했던 것은 '메이플 랜드'가 외부 서버를 이용해 개발한 것이 적중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단점도 있었습니다. 불안정한 게임 엔진과 외부 서버의 움직임은 잦은 '백섭' 현상으로 플레이어들이 진행한 며칠 간의 기록들이 모두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인 메이플 랜드 갤러리에는 현금 거래 사이트에서 값비싼 '뇌전 수리검'이라는 아이템을 현금으로 팔았는데, 백섭 이후 다시 내 인벤토리에 있더라는 웃픈 상황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쌀먹' 플레이로 돈을 벌었던 플레이어들은 과거 게임을 리버스 엔지니어링한 곳에 모두 뛰어들었습니다. 왜일까요?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적 단돈 만 원이 없어서 쩔쩔맸던 코흘리개 아이들은 이제 번듯한 직장인이 되어 월급을 받고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 시간은 돈으로 환산됩니다. 24시간 죽도록 사냥하여 '메소'라 불리는 게임 내 재화를 모으기보다, 단돈 10만 원으로 현금 거래 사이트에서 구매한다면 훨씬 더 시간을 절약하고 남들보다 강하고 빠르게 레벨업을 할 수 있습니다. 동북아시아 플레이어 중에서도 대한민국 플레이어들은 유독 '최적화'와 '가성비'에 즐거움을 느끼는 플레이어들의 비율이 높습니다. 이는 비행기에서도 먼저 내리기 위해 도착하자마자 일어서거나, 농장이나 건물을 짓고 운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도 완벽한 최적화를 위해 사각형 그리드 형태로 밭을 만들거나 도시를 설계하여 자신이 생각한 대로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넥슨에서 정식으로 운영하는 게임이 아니라, 넥슨이 운영하는 게임 플랫폼에서 개별 사업자가 개발하여 제공하는 소위 '사파' 게임의 현금 거래 가격은 비쌀까요? 이는 비싸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최근 모바일 게임 업계의 '가챠' 가격을 보면 시프트업에서 개발한 '니케'의 경우 10연차의 가격은 제일 고가 패키지 기준으로 약 4만 7천 원 정도이며, 최초에는 6만 원에 달하여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비싼 가격을 뒤로하고 니케의 매출 순위는 일본 앱스토어 2위, 일본 구글 게임 매출 순위에서도 1위를 달성했으며 국내에서는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6위를 기록했습니다. '메이플 랜드'나 '아르테일'의 경우 '아이템 매니아' 같은 현금 거래 사이트에서 '메소'나 '장비'를 직접 플레이어 간 사면 모바일 게임들의 가챠보다 훨씬 더 저렴하고 확정적으로 내가 원하는 아이템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니케 10연차의 가격이 4만원이지만, 내가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확률은 랜덤입니다. '메이플 랜드'의 '공격력 10 노가다 목장갑'의 가치는 2024년 1월 30일 기준 75만 원에 육박합니다. '아르테일'의 '공격력 10 노가다 목장갑'의 가치는 10만 원 정도에 구매가 가능합니다. 해당 아이템에 왜 이런 가격이 형성되는 것일까요? 공격력 노가다 목장갑은 레벨 제한이 10레벨로 초보자도 낄 수 있을 정도로 낮고, 장착에 필요한 필요 스탯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고레벨에 등장하는 '70레벨 전사 전용 장갑'보다 훨씬 빠르게 장착하여 남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습니다. 과거 게임들은 TRPG 개념들이 많이 섞여 있고, 2000년대 초중반 대한민국 MMORPG 게임들의 대부분이 90년대 일본과 북미 게임의 공식을 많이 따랐기 때문에 '공격력 10'의 가치는 생각보다 굉장히 높습니다. 공격력과 피해량은 다른 개념으로 공격력 1당 올라가는 실제 피해량은 굉장히 높습니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서, 무기를 휘두르거나 찌를 때, 장착한 무기 타입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사용하는 스킬이 무엇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한손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한손검 휘두르기 물리 피해 = ( ( 힘 * 한손검 휘두르기 상수 ) + 민첩 ) * '공격력' / 100
물리 피해 = ( ( 한손검 휘두르기 물리 피해 ) * ( 1 - 0.01 * 적과의 레벨 차 ) - 몬스터 방어력 * 0.6 ) * 물리 피해 상수
위와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어 피해량이 결정됩니다. 물론 실제로는 내부에 최소 최대 값도 존재하고 여러 난수들이 존재하지만, 핵심은 공격력 1의 가치가 캐릭터의 스탯이 높아질수록, 스킬 피해량이 강해질수록 더 뻥튀기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고레벨이 되면 '공 10 노목'을 사용하지 않을까요? 맞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합니다. 이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직업의 주스탯과 부스탯이 달려 있는 '직업 공 10 이상 장갑'을 장착해야 합니다. 훨씬 더 효율을 내야 하는 것이 사람의 욕심이죠. 예를 들어 힘이나 민첩이 합산 5 이상 달린 공격력 10 장갑을 장착하고 싶은 것입니다. 마치 신형 자동차를 구매하듯이 말입니다.
어렸을 적 플레이했던 꼬마들은 긴 직장 생활과 대학 생활 때문에 이 어려운 과정 개념까지는 모두 알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공 10 노목'은 좋다, 가지고 싶다, 일단 끼면 좋고 강해진다라는 개념이 있을 뿐입니다.
과거 초등학생일 때 돈이 없던 플레이어들은 이제 돈이 있고, 모두 장착하기를 바랍니다. "까짓 거 돈 좀 쓰면 되지!"라는 개념입니다. 이렇게 수요는 공급을 초월합니다. 갖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팔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작', 즉 직접 작업해서 만든다라는 개념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여기에 필요한 재료는 '노가다 목장갑'과 '장갑 공격력 주문서 60%'입니다. 이것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게임 내 재화인 '메소'가 필요합니다. 메소는 몬스터 사냥으로도 직접 획득할 수 있고, 획득한 아이템을 상점이나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팔아 획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냥하여 획득한 돈으로 직접 작업하는 데 필요한 재료들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왜일까요? 하루동안 사냥해서 획득한 메소보다 현금 만 원으로 거래한 '시간'이 훨씬 저렴합니다. '공 10 노목'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대 5번밖에 시도할 수 없는 장갑에 공격력 주문서를 5번 연속으로 성공시켜야 합니다.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요. 60% 확률 뽑기 5회 시도 시 모두 성공 확률은 7.7%로 실제 재료값은 현금가보다 저렴할 수는 있지만, 재료를 수많은 플레이어들에게 구매하러 다니는 시간과 내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심리에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게 됩니다.
이 '과거 메이플' 게임은 단 한 번 40레벨 달성 시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 보상으로 장갑 공격력 주문서 10%와 60%를 랜덤으로 1장 획득할 수 있습니다. 사냥에 필요한 포션값이나 상점제의 저렴한 아이템도 구매할 돈이 없는 유저들은 이런 주문서를 '상인'이나 '대장장이' 포지션을 취하는 메소를 다량으로 갖고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팔 수밖에 없고, 이를 긁어모은 '상인'들은 직접 '대장장이'가 되어 '공 10 노목'에 도전하거나, 일반 플레이어들에게 더 비싸게 팔아 이득을 챙깁니다. 대한민국의 온라인 MMORPG의 역사는 벌써 20년을 넘어 3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통 과정은 생각보다 치밀하고 기가 막히게, 쭉 들어보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시장 원리로 달려갑니다.
다만 현실과 다른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현실에서 레고나 피규어, 명품 가방처럼 소위 '재테크'를 하듯이 모아놓고 시세 차익을 노려 파는 사람들도 존재하듯이 게임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만약 내가 갖은 노력 끝에 좋은 아이템을 '1억 메소'에 마련했는데, 불과 2주 만에 '2억 메소'가 되었습니다. 이는 좋은 일일까요? 아닙니다. 게임 내에 골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는 징조입니다. 실제 아이템의 가격은 현금 비례하여 간신히 동일하거나 소폭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이유는 게임 내 경제 원리가 게임 내 재화와 게임 외부 현금 재화 2개가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게임 내 골드 인플레이션은 수많은 '핵'들과 '매크로'들이 사람이 직접 하면 '가성비'가 떨어지는 사냥을 게임을 변조하여 진행합니다. 일명 AI들이 체력이 떨어지면 포션도 먹고, 인벤토리가 가득 차면 직접 상점에 가져다 팔고, 여기저기 멀리 떨어져 있는 몬스터들을 자신의 공격 범위를 변조하여 맵 전체에 타격을 가하여 일반 유저보다 수백 배 빠르게 진행하여 '골드'를 생산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게임 내 경제는 '시간' = '재화'인데, 이런 '시간'을 수천 수백 배 당기며 동시에 몇백 개의 캐릭터들이 움직이며 사냥으로 골드를 생산하고 현금 거래 사이트에 팔기 시작합니다.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린 골드로 내가 원하는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경매'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다 보니 게임 내 아이템의 가격은 자연스럽게 치솟습니다.
최초 이런 '핵'들이 들어오기 전의 플레이어들은 게임 내 골드가 풀리기 전 사냥을 해서 골드를 모아 좋은 아이템을 살 수라도 있었지만, 이후 후발대 플레이어들은 사냥해서 직접 골드를 모아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이 됩니다. 그렇게 점점 선발대와 후발대의 격차가 벌어지고 더 이상 신규 유저가 진입할 수 없는 게임의 생태계가 됩니다. 수요는 사라지고 공급만 남게 되는 게임의 말로는 유저도 모두 떠나고 더 이상 골드를 생산하는 핵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20년 동안 게임 업계는 유저 간의 '거래'가 재밌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이러한 것을 막지 못하여, 여러 가지 변형 시도가 이루어졌습니다. 개인 간의 거래를 막고 경매장으로만 거래가 가능하거나, 제 2의 재화인 레드 크리스탈 같은 캐시 재화를 만들거나, 성장 요소에 필요한 골드의 수량을 높게 설정하거나 랜덤 요소를 넣어 골드를 태우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분명하게 20년 전 게임은 너무 재미있습니다. 다만, 이를 비윤리적으로 게임의 생태계를 파괴해가며 '쌀먹'을 하는 '핵 플레이어'들을 막는 방법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니터 밖의 조작이 사람인지 기계인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고성능 사칙연산 문제 풀이를 준비하더라도 오히려 사람이 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너무 빠른 입력 시간만 체크하다 보면 진짜 손이 빠른 사람이 무고하게 게임 정지 처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