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명품 연기자가 되어본다.
이전에는
내가 할 수 없는 영역까지
무식하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상대방이 나의 진심을
알아주겠지...
언젠가는 한계를 넘어갈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내 안에
죽도록 인정받고 싶은
나의 일곱 살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내 힘으로 안 되는 것도 있구나...
내 노력으로 불가능한 것도 있구나...
나는 왜 그것을 인정하기 싫었을까?
실패한 나를 보며 괴로워하기 싫었고
실수한 나는 더 찌질해 보였고
자존심 상하고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느낌이
너무 외로워서
외면하고 싶었는데...
삶의 굴곡을 지나
마흔이 되니
그 모든 것이 부질없고
쓸데없는데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을
먼저 사랑했어야 했고
돌보았어야 했다.
자꾸 외부에서 사랑이
내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
내가 나 스스로에게
사랑도 줄 수 있고
관심도 줄 수 있고
인정도 줄 수 있다.
반복적으로
'나'라는 존재를 거부당하고
비참하게 만들고
쓸모없다 느끼게 해서 그런지
자꾸만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박혀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거 아니더라.
사실이 아니더라.
그건 거짓 메시지였더라.
그 말을 했던 사람이
가장 가까운 부모였고, 친구였기에
진짜인 줄 착각했던 거였다.
그래서 지금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엄마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란다.
엄마의 말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단다.
엄마는 너의 의견과 생각을 존중한다."
나의 어린 시절은
이런 말 단 한마디도 들어보지 못했다.
내가 비록 받지 못했지만
내 새끼들한테는 똑같이 하고 싶지가 않다.
'엄마'라는 가오가 있지...
'엄마'라는 이름에 존엄이 있지...
그 가치를 깎아내리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날마다 명품 연기자가 되려고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자전거를 타며
개천을 걸으며
생각과 마음을 정리한다.
그러다 보면 마음에 평온함이 찾아오고
때로는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내 안에 사랑에 허기짐이 느껴지고
빈 공간이 느껴질 때면...
나 자신이 너무 안타깝고 안쓰러워서..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 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서...
한참을 울다 보면
그 눈물에 마음 한편이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가 나를 포기했다 느껴질 때에도
나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느껴질 때에도
그런 세월이 40년 내내 계속되었다 할지라도
남은 40년은 똑같이 살고 싶지 않아 져서
참 다행이다.
누군가는 나보다 더 빨리 깨달을 테고
누군가는 나보다 더 늦게 깨달을 테다.
그렇지만 속도의 차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 인생마다 '때'가 있듯이
죽기 전에 깨달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귀하고 감사하다.
나보다 일찍 깨달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나이가 아무리 어릴지라도
나의 선배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