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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끄고릴라 Jun 22. 2023

그래 그렇게,
그 자리에서 버티는거야.

나는 오늘도 명품 연기자가 되어본다.





이전에는 

내가 할 수 없는 영역까지

무식하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상대방이 나의 진심을

알아주겠지...

언젠가는 한계를 넘어갈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내 안에 

죽도록 인정받고 싶은

나의 일곱 살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내 힘으로 안 되는 것도 있구나...

내 노력으로 불가능한 것도 있구나...

나는 왜 그것을 인정하기 싫었을까?


실패한 나를 보며 괴로워하기 싫었고

실수한 나는 더 찌질해 보였고

자존심 상하고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느낌이

너무 외로워서 

외면하고 싶었는데...


삶의 굴곡을 지나

마흔이 되니

그 모든 것이 부질없고

쓸데없는데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을 

먼저 사랑했어야 했고

돌보았어야 했다.


자꾸 외부에서 사랑이

내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

내가 나 스스로에게

사랑도 줄 수 있고

관심도 줄 수 있고

인정도 줄 수 있다.


반복적으로

'나'라는 존재를 거부당하고

비참하게 만들고

쓸모없다 느끼게 해서 그런지

자꾸만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박혀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거 아니더라.

사실이 아니더라.

그건 거짓 메시지였더라.


그 말을 했던 사람이

가장 가까운 부모였고, 친구였기에

진짜인 줄 착각했던 거였다.


그래서 지금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엄마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란다.

엄마의 말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단다.

엄마는 너의 의견과 생각을 존중한다."





나의 어린 시절은

이런 말 단 한마디도 들어보지 못했다.

내가 비록 받지 못했지만

내 새끼들한테는 똑같이 하고 싶지가 않다.

'엄마'라는 가오가 있지...

'엄마'라는 이름에 존엄이 있지...

그 가치를 깎아내리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날마다 명품 연기자가 되려고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자전거를 타며

개천을 걸으며

생각과 마음을 정리한다.

그러다 보면 마음에 평온함이 찾아오고

때로는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내 안에 사랑에 허기짐이 느껴지고

빈 공간이 느껴질 때면...

나 자신이 너무 안타깝고 안쓰러워서..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 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서...

한참을 울다 보면

그 눈물에 마음 한편이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가 나를 포기했다 느껴질 때에도

나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느껴질 때에도

그런 세월이 40년 내내 계속되었다 할지라도

남은 40년은 똑같이 살고 싶지 않아 져서

참 다행이다.


누군가는 나보다 더 빨리 깨달을 테고

누군가는 나보다 더 늦게 깨달을 테다.

그렇지만 속도의 차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 인생마다 '때'가 있듯이

죽기 전에 깨달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귀하고 감사하다.


나보다 일찍 깨달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나이가 아무리 어릴지라도

나의 선배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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