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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이후, 드디어 나를 위한 계절이 왔다

인생 2막 앞에 선 우리에게 띄우는 작은 긴 편지

by 이점록

이제, 나를 위한 계절이 찾아온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래 달려왔다.

등 뒤로는 저녁빛이 지지 않고 길게 드리워져 있었지만

그 찬란한 빛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채.


누군가의 기대와 이름 모를 책임들이

하루를 촘촘히 메우던 세월.

그렇게 쉼 없이 걸어오다 보니 어느 새 60년의 강 앞에 다다라 있었다.

천직이라 믿고 온몸을 실어 살아내던 역할은 내려놓았고,

품 안에 머물던 아이들 또한 이제 각자의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다.

그 고요한 멈춤 속에서 비로소 깨닫는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나의 시작임을.


그리고 마음이 묻는다.

“이제 나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돌아보면, 우리는 참 오랫동안 '나'보다 '해야 하는 일'을 먼저 챙겼다.

나라를 위해, 가족을 위해, 자신을 위해, 책임을 다하며 살아온 시간.
그것이 미덕이라 믿었던 시간들.

그런데 이제, 마음 깊은 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는 나를 위해 살아도 괜찮다고.
아니, 지금부터가 비로소 진짜 인생이 시작되는 때라고.


스티브 잡스의 말이 그래서일까,

요즘 따라 유난히 마음에 남는 요즘이다.

“당신의 삶은 한정적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당신의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

그 말이 이렇게 가슴을 두드린 적이 있었던가.




다시 나를 세우는 네 가지


첫째,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거울 속 내 얼굴을 마지막으로 찬찬히 들여다번 것이 과연게 언제였을까.
세월이 그려놓은 주름마다 우리가 견뎌낸 계절과 버텨온 날들이 말없이 새겨져 있다.
그 주름을 어루만지며 속삭여본다.
“참 잘 살아왔다. 여기까지 잘 왔다.”
그 한마디에, 삶의 무대 위 주인공 자리가 온전히 ‘나’에게로 돌아온다.


둘째, 미뤄두었던 꿈을 다시 꺼내다

글쓰기, 공부, 여행, 악기...

한때 가슴 뛰게 했지만 ‘나중에’라는 말로 접어두었던 꿈들이 있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그 '나중'이 도착해 있다.
이제 이 일들은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겁기 위해 하는 도전이다.
경쟁이 아닌 누림의 시간, 조급함 대신 설렘이 스며드는 나날.

그래서 더 근사하다.


셋째, 건강은 자유의 다른 이름

이 나이의 건강은 단순히 병을 막는 울타리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볼 수 있는 자유의 조건이다.

따뜻한 한 끼, 산책 한 번,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 명상.

작은 습관들이 내일을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기둥이 된다.
몸이 편안해야 마음이 자유롭고, 마음이 자유로워져야 새로운 길이 열린다.


넷째, 관계는 적을수록 깊어진다

이제는 많은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 마음이 닿는 작은 인연이면 충분하다.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되고, 애써 맞추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내 곁에 오래 머문 사람들과 따뜻한 차를 나누고,

진심 한 스푼을 얹은 눈빛을 건네는 것으로 충분하다.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명함집에 가득한 이름이 아니라
작지만 깊은 따뜻함이다.




내 인생의 무대에 '내가' 오른다


60세 이후의 삶은 저물어가는 황혼이 아니다.

평생 처음으로 ‘나’라는 이름 하나로 서는 시간이다.

이제는 느리게 걸어도 좋다. 대신 더 깊게, 더 단단하게 스며들 듯 나아가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내 인생의 무대 한가운데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나의 인생은 늦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이 가장 알맞은 때, 가장 빛나는 때다.

앞으로의 날들은 단순히 '남은 시간'이 아니다.

'나'라는 존재를 완성해가는 가장 순수하고 자유로운 계절이다.


삶의 절반을 누군가를 위해 살아왔다면

남은 절반은 반드시 나를 위해 빛나야 한다.

이제, 나의 계절이 온다. 망설이지 말고 그 계절의 문을 열어보자.

그 안에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눈부신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끝이 아니라, 드디어 '내가 나로 서는 첫 장'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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