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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비 내리면

by 이점록

낙엽비 내리면

이 점 록


가을은 언제나

낙엽비 속에서 저물어 간다.

바람은 손끝에 낯설지만
나무는 조용히
자기 얼굴을 내어준다.


사그락거리며 흩어진 낙엽은
누군가에게 전하려다 멈춘
오래된 편지처럼 애처롭다.

세월의 막 흐름속에

우리의 기억은

낙엽비 속에 잠시 머물고


떠나는 가을은
고요하게 흐르는 달빛처럼

낯익은 본향의 품으로 몸을 기댄다.


작가 메모 :

바람이 불어오자 기다린듯이

낙엽비가 우수수 떨어진다.

이처럼 가을은 언제나 낙엽비로 부터 저문다.

말없이 땅 위에 흩어진 낙엽은
누군가에게 전하려다 멈춘 편지처럼 간절하다.

가을의 끝자락에
떠나는 뒷모습이 처량하다.

자연은 언제나 자연스럽게

다투지 않고 내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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