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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진 속 나(3)

by HONG

기계의 소음이 서서히 멎고 찾아오는 고요 속에서 나는 방 한구석에 가만히 앉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내기 바빴다.

핸드폰을 꽉 쥐고 연락처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스캐너 회사에 전화를 해야 할까?

아니면, 그 애의 말대로 다른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볼까?

엄지손가락이 계속해서 핸드폰의 '뒤로 가기'와 '연락처'를 번갈아 두드렸다.

그래 생각해 보면 그 '지수'라는 애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별 것도 아닌데 괜히 겁을 크게 집어먹었다는 생각이 들자 헛웃음이 나왔다.

그런데도, 마음속 어딘가가 꼭 미처 지우지 못한 얼룩처럼 남아있는 기분이 들었다.

바닥에 마음대로 널브러진 사진첩을 대충 정리하고는 침대에 누워 주문이라도 외우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그래 신경 쓸 거 없어 괜찮아"

어쩐지 가슴이 무겁게 짓눌리는 기분이 들었다. 옆으로 돌려 누워 핸드폰을 다시 쥐었다.


괜스레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을 차례대로 눌렀다.

바다에서 산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행복해 보이는 친구의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그중에 그나마 몇 번 대화를 나누었던 친구가 눈에 띈다.

'내가 괜히 연락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먼저 겁을 집어먹고 나니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전화 대신 메시지로 잘 지내냐는 형식적인 질문을 던졌다.

내가 메신저 방을 나가기도전에 친구가 메시지를 읽더니 이내 바로 전화 진동이 울렸다.

심장이 꽉 막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손을 떨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야 진짜 오랜만이다. 네가 먼저 연락을 다 하고,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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