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분열 연쇄반응으로 독서폭탄이 되기를
영화 <오펜하이머>의 인기가 뜨거웠습니다.
역사적인 물리학자들이 대거 등장하는 <오펜하이머>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미리 공부해서 가는 사람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심지어 재미없다고 하면 무식하다는 비난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걱정하지는 마세요. 일부의 얘기입니다.
이 영화의 인기를 반영하듯 각종 영상에서 소개해주는 핵분열 연쇄반응.
과학 얘기만 나오면 숨어버리고 싶은 제가 핵분열 연쇄반응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중성자가 우라늄과 같은 방사능 물질의 핵과 충돌하면 핵분열이 일어납니다.
그 결과 두 개나 세 개의 중성자가 추가로 발생하지요.
그것들이 다른 우라늄 핵의 핵분열을 연쇄적으로 일으킵니다.
이것이 원자력 발전소나 원자폭탄의 원리입니다.
저는 물리학자도, 무기전문가도 아니니 핵분열 연쇄반응은 대충 넘어가겠습니다.
대신 책분열 연쇄반응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하나의 책을 읽다가 연관되는 지식이 나오면 또 다른 책을 읽고, 그러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가 시작되는데, 거기에 물리학적 지식을 살짝 입혀보았습니다.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책 읽기입니다.
물리덕후가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책 읽기에 대해 말하고자 <오펜하이머>의 인기에 같이 묻어가려고 했습니다.
책분열 연쇄반응
그냥 자음 하나 살짝 바꿔서 제가 만들어 본 용어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배경, 인물, 배경지식 등에 대해 관심이 가거나 모르는 부분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몰라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거나
또 다른 책을 읽고 호기심의 구멍을 채워나갑니다.
책을 읽다가 또 다른 책을 읽는 경우는 한마디로 하나의 책이 다른 책을 소개팅시켜 준 것입니다.
원래 한권의 책을 읽으려고 했으나 다른 책을 읽고 싶은 욕망이 되살아납니다.
책을 읽는 숫자가 핵분열 하듯 늘어납니다.
수업이나 강의를 듣다가 호기심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때는 주저하지 말고 책을 찾아보세요.
이것은 생기부의 과세특을 풍성하게 하는 비밀 아닌 비밀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책 분열 연쇄반응, 꼭 기억해 주세요.
지적호기심도 키우고, 생기부도 풍성하게 하는 강력한 에너지는 독서 만한 것이 없습니다.
핵융합은 핵분열과는 반대로 2개의 원자핵이 부딪혀 무거운 하나의 원자핵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핵융합 발전의 원리입니다.
같은 양의 힘을 투입했을 때 나타나는 에너지의 양은 핵분열보다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합니다.
쌩뚱맞게 왠 물리냐구요?
저는 오늘 책 융합 반응을 경험했거든요.
김영하의 <작별인사>를 빌리기 위해 도서관에 갔습니다.
빌리고 안 읽는 것을 막기 위해 딱 한 권만 빌릴려고 가방도 없이 맨손으로 갔습니다.
무더위를 뚫고 5분을 걸어갔지요.
김영하의 <작별인사>는 눈에 잘 띄었습니다.
누가 먼저 낚아챌까봐 얼른 손에 움켜쥐었지요.
대출하려고 나오는데 다른 책들이 내 손에 달라붙습니다.
책 융합 반응이 일어난 것입니다.
한 손 한 책이라는 공식은 없잖아요.
손이 커서 그런지 5권도 한 손에 들어가겠더군요.
결국 한 손에 <아무튼 예능> <작별인사> <자전거 여행> <아무튼, 메모> <완전한 행복>을 모두 쥐고 도서관을 유유히 빠져나왔습니다.
한 권의 책이 끌어당기는 힘은 이런데서도 작용합니다.
김영하의 책을 읽고 싶어 갔지만 다른 책도 줄줄 끌어당겼습니다.
책 융합 반응이라고 이름을 붙이겠습니다.
학생들이 책 읽기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제 맘대로 책분열 연쇄반응, 책 융합 반응이라는
다소 억지스러운 용어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저의 작은 바램이 책분열 연쇄반응으로
거대한 에너지가 형성되고, 독서폭탄이 되어
책 읽는 학생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