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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 Kim Oct 07. 2024

시간의 흔적
: 기억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기억의 가치

벌써 30년이 다 되어가는 기억이지만, 문득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유학하던 시절이 떠올라 창고 구석에 묵혀두었던 필름 사진들을 꺼내 본다. 그 속에서 마주한 나는 지금보다 훨씬 젊고 순수한 눈빛을 하고 있다. 30년 전 유럽의 도시들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고, 어린 소년의 눈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이국적이었다. 처음 공항에 내리던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던 그 순간의 공기와 새로운 냄새들은 여전히 생생하다.

한가한 스페인의 Plaza de Mayor in 1995

거리의 소음, 낯선 언어, 그리고 스페인 특유의 활기가 넘치는 골목길, 뚜껑이 열린 차 위에서 파라솔을 들고 사진을 찍어 달라고 외치던 스페인 청년들의 모습까지, 모든 것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내 유학 생활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으로 시작됐지만, 매일의 경험들은 나를 조금씩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마드리드를 떠나 찾은 남부의 작은 도시, 까르타헤나에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는 언제나 그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생경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의 시간은 놀라울 만큼 편안했다. 밤새도록 이어진 축제 속에서 함께 웃고 춤추며 온전히 즐겼던 시간들은 이방인 소년이 마치 그들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주었고, 새로운 세계의 일원이 된 특별한 순간이었다.

지금의 유럽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이전과는 다른 풍경이 되었지만, 그때의 여유롭고 정겨운 장면들과 그 안에서 느꼈던 감정들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마드리드에서 가장 유명했던 플라멩꼬 바 - Cafe de Chinitas in 1995

이런 기억들이 오늘 다시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 안에는 우리가 겪었던 경험,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그 시절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도 잊히지 않는 순간들은 현재까지 이어져오며 우리의 삶에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의 정체성과 감정에 깊이 연결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유쾌한 기억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특별한 순간들은 시간이 지나도 우리의 마음속에서 빛나는 보석처럼 남아 있다. 힘들었던 시기에 겪었던 일들은 우리를 돌아보는데 큰 도움을 주고, 과거의 감정이나 가치관을 되새기는 계기가 된다. 이런 기억들은 종종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이나 영감을 주면서 현재에 직면한 결정을 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미래에 대한 방향을 잡는데 나침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적한 스페인의 광장 in 1995

나의 정체성의 기초가 형성된 한국에서의 어린 시절은 항상 따뜻한 기억과 그리움으로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의 유학 시절은 알을 깨고 나오는 새처럼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었으며 캐나다로의 이주는 또다른 경험의 연속이었다. 유럽의 자유로운 분위기와는 다른 캐나다인들의 보수적인 생활방식에 적응해야 했으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통해 행복을 찾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이러한 수많은 대조적인 환경에서의 삶과 시간들은 결국 현재의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마드리드 Sol Station 인근 in 1995

우리 모두는 아직도 다양한 문화와 경험이 만나 하나의 흐름을 이루는 교차로에 서 있다. 각기 다른 배경들이 서로 어우러지며 나를 형성하고, 좀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결국,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은 우리 인생의 한 부분으로서,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 이러한 기억의 흔적들은 내가 현재의 나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다양한 문화 속에서 소중한 가치를 찾도록 해주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 속에서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가치를 얻어가야 할 것이다.


나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과거 경험의 나열이 아니라 경험 속에서 내가 느끼고 배운 것들이며, 그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을 통해 더 깊은 의미를 찾는 과정이다. 이 여정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세상과 계속 연결되기를 희망한다. 나는 오늘도 그리움을 안고, 나를 형성해 온 모든 순간들에 감사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앞으로 나의 기억들이 만들어낼 이야기들이 기대되기에...

돈키호테  동상 in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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