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어디에서도 따라 할 수 없는 맛
오늘 저녁에 김밥이나 말까?
피곤에 절어 출근준비 중인 나에게 엄마가 반가운 질문을 했다. 울 엄마는 은근히 변덕 있는 여자이기 때문에 혹시나 또 마음이 바뀔까 싶어 헐레벌떡 부엌으로 가서 외쳤다.
“응응, 완전 좋지! 나는 찬성-! 엄마 맘 변하지 마!
그리고 하루종일 설레어하며 저녁을 기다린다. 왜냐고? 울 엄마 김밥은 정말 맛있거든! 게다가 자주 해주는 메뉴가 아니기 때문에 더 기대하게 된다. 이 얼마만의 집김밥인가-
사실 나는 밖에 파는 김밥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아예 안 먹는 것도 아니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파는 김밥을 먹고 체한 적도 많고 또 어떤 것은 뭔지 모를 니글함이 느껴져서 속이 안 좋아지기도 해 그냥 막 좋아라 하진 않는달까? 울 엄마가 말아주는 김밥을 먹었을 땐 속도 편하고 집김밥만의 맛이 있어 두 줄 정도는 뚝딱이다. (입이 짧고 배가 작은 나에겐 놀라운 일이다.)
엄마김밥의 매력을 알아본다면 일단 딱 먹기 좋은 한 입크기라서 좋다. 요즘 속이 꽉 찬 뚱뚱한 김밥들이 많은데 입이 작은 나에겐 많이 부담스럽다. 그리고 난 원래 한 입 크게 왕 먹는 걸 즐기지 않는다.. 글을 적다 보니 느낀 건데 엄마가 그런 날 위해 일부러 작게 김밥을 만든 것 같다. 괜히 고맙다. (갑자기 감동 먹어버리기. 하하)
아무튼, 매력을 좀 더 알아보자!
아무래도 엄마 김밥의 가장 큰 비결은 간장에 조려 볶아낸 짭짤한 어묵이다. 적당한 짠맛의 어묵이 김밥 맛의 포인트-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묵, 계란지단과 볶은 당근이다. 그 외의 부가적인 재료는 냉장고에 남은 야채들로 이루어진다. 파프리카가 든 날도 있고 깻잎이나 부추 등 다양하게 들어간다. 평소에 잘 안 먹는 채소들도 김밥에 들어가면 맛있게 먹게 되니 엄마 입장에선 뭔가 남은 재료를 처리하는데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아! 제일 중요한 걸 잊을뻔했다. 우리 집 김밥엔 단무지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김밥에 다른 건 다 넣어도 단무지는 넣지 않았다. 누군가 이 말을 들으면 어떻게 김밥에 단무지를 뺄 수가 있느냐!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애기 때부터 그렇게 먹어와서 그런지 오히려 단무지가 든 김밥이 더 별로다. 엄마 손맛에 길들여져서 그런 듯하다. (그렇다고 단무지자체를 싫어하진 않는다. 그저 김밥에 든 걸 선호하지 않을 뿐!)
밥은 얇게 피고 여러 재료들을 넣어 돌돌 만다. 방앗간에서 짜온 참기름을 마무리로 쓱- 바르면 완성! 고소한 냄새가 솔솔 나는 따끈한 김밥을 한 입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별로 특별한 게 들어간 것도 아닌데 중독적이라 자꾸 먹게 된다. 엄마김밥은 과식할 수밖에 없다. 하하.. 이런 게 엄마손맛인가 싶기도 하다.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 가끔 먹으니 더 생각나는 엄마김밥..
평생 먹을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괜스레 울적해진다. 시간이 흐르고 나중이 되면 엄마가 해주는 음식은 다 그립겠지만 그중 엄마김밥이 가장 그리울 것 같다.
그런 의미로 조만간 김밥 말아달라고 엄마에게 졸라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