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고 싶다
내가 공감을 안 해주는 이유는 정말로 그 이야기가 나에게 공감이 안되서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한다면 그렇게 뇌가 형성돼서 태어났나 보다. 진짜로 공감이 안되는걸 내가 어쩌냐?
물론 가면을 쓰라면 쓸 수 있다. 공감되지도 않는 말에 공감하는 척, 내 생각과 다른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맞장구 쳐주는 것, 등등.. 이런 연기를 할 때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양심이 슬쩍 나와서 말한다. 너 왜 구라치고 있냐고. 꽤 타격이 크다. 스트레스다.
그런데 진짜 이렇게 가면을 쓴 채로 이어지는 거짓된 관계를 원하는 것인가? 이게 맞나? 정말 공감 가는 이야기엔 공감해 주고 아닌 것은 그냥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주면 좋을 텐데 안 그런 사람들이 많더라. 사실 이건 상대방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니다. 그냥 서로 안 맞는 거다. 어쩔 수 없다.
예전의 나는 공감능력에 대한 것이 오로지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여 나 자신을 고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힘들었고 고쳐진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 어느 순간 감정쓰레기통이 된 것 같고 나 자신을 잃는 기분을 느낀 다음에야 그것을 그만뒀다. 그리고 다짐했다. 그냥 이런 나 자체를 받아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과 인연을 맺자고, 나를 죽여서까지 인간관계에 얽매이지 말자고. 떠날 사람은 떠나는 거지 뭐,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아닌가.
어쨌든 그 후로 나는 그냥 나대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나의 성격자체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고 본인과 달라도 이해해 주며 받아주는 사람도 있더라.(진짜 꽤 있다) 공감능력이 부족할 뿐 나의 인연들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닌 것과 나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을 알아주는 귀한 사람들이다.
결론은 안 되는 건 안된다는 거다. 어쩔 수 없다. 서운하고 섭섭할 수도 있다. 근데 나를 몰라주고 무조건적으로 공감을 강요하는 그대에게 나도 서운하다. 나도 감정이란 게 있다.
물론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사회화는 필요하다. 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