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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셔스 May 10. 2024

일본 드라마로 배우는 국제연애

요즘 뒤늦게 일본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를 보고 있다.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 채종협이 일본에서 이 드라마 덕에 “욘사마”에 이어 “횹사마” 열풍을 일으켰다고 하는 언론의 설레발이 이 드라마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드라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일본인인 여자 주인공(모토미야 유리)은 사람의 눈을 쳐다보면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갖게 된다. 그런데 이 초능력 때문에 사람의 솔직한 마음을 알게 돼서 상처를 받고 연애를 못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한국인 유학생 (윤태오)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맘이 흔들린다. 윤태오는 한국어로 속마음을 생각하기 때문에 유리는 태오의 속마음을 읽을 수 없어서 답답하기만 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마음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연애가 진행된다.


https://www.netflix.com/title/81747048


드라마는 작정하고 한국 남자를 판타지스럽게 만들기에 공들이고 있다. 일단, 남주 채종협의 외모부터가 말도 안 되는 판타지다. 그는 한국의 다정하고 적극적 연하남 콘셉트로 여주에게 엄청나게 로맨틱한 모습을 보인다. 보다 보면 오글거려서 미치겠는데 그 맛으로 보는 것 같다.

너무나 한국인스럽게 행동하는 태오를 보고, 유리는 여러 가지로 놀라워하고 궁금해한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미국인 남자친구 제이에게  했던 행동들이 겹쳐지며 흥미롭게 보고 있다.

장면 1. 밥 먹었어요?

윤태오는 유리가 사장인 초콜릿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을 한다. 태오는 유리에게 "밥 먹었어요?"라고 늘 물어보고 다정하게 밥을 챙겨주고 요리를 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유리는 태오가 자신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일하는 모두에게 "밥 먹었어요?"라고 질문하는 걸 알게 된다. (심지어 일본인 직원이 "태오 씨는 밥 먹었냐는 말을 자주 물어보는 것 같아"라고 한다.) 유리는 태오의 "밥 먹었어요?"가 자신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두에게 그런다는 걸 알고 충격에 빠진다.

나 역시 제이에게 "점심 먹었어? 저녁 먹었어?"라고 계속 물어본다. 누가 시켜서라기보단,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궁금하다. 제이가 말하길 자기는 살면서 나 빼고는 그 누구에게도 이 질문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밥에 집착하고 이 문화가 언어에 녹아들어 져 있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이렇게 겪으니 새삼 한국인의 밥 집착(?) 문화가 피부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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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유리에게 계속 톡 보내는 태오

​태오는 유리에게 “일어났어요?” “잘 잤어요?” “오늘하루 파이팅!”등  한국인이 썸을 타거나 상대에게 관심 있으면 하는 톡을 계속 보낸다. 유리는 보통 읽씹(읽고 무시하기)을 하다가 간간히 답장을 한다. 유리의 답장을 받고 태오는 너무 좋아서 침대에서 떼구르르 구르며 호들갑을 떤다. 태오는 15분마다 톡을 보내는데 태오의 일본인 친구들은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한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일본인들은 용건이 있는 게 아니면 톡을 잘 안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말하는 썸을 타는 단계에서는 하루종일 톡하는 건 일도 아니다. 특히 처음에 사랑에 빠질 때는 밤새서 톡을 하기도 한다.


미국도 굳이 따지면 일본과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미국은 너무 각양각색이므로 절대 일반화할 수 없다) 제이와 처음 썸을 탈 때 그는 나에게 퇴근 후에만 문자를 보냈다. 나는 하루종일 그의 문자를 기다렸고, 심지어 “나를 가지고 노나” 라며 화가 나기까지 했었다. 제이는 한국인이 이렇게 자주 문자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뒤늦은 사과(?)를 한다.


태오가 답장받고 좋아서 침대에서 혼자서 난리부르스 치는 장면을 제이에게 보여주니, "What a dork!"라고 한다. “dork"는 번역하면 “얼간이”이다.  아니.. 좋아하는 사람한테 답장받으면 신나는 거 아닌가? 그게 연애 초반의 묘미 아닌가?  제이에게 "우리 처음 썸 탈 때 너한테 답장 오면 나도 이랬어..."라며, 나도 “얼간이“ 한국인 이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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