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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셔스 Aug 17. 2023

집중력의 최대 장애물, 스마트폰 중독 벗어나기

고등학교 때 첫 폴더폰 시절부터 나는 휴대폰 중독자다. 문자가 오지도 않는데 폴더폰을 찹찹 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었다 닫았다 한다. 2010년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샀는데, 스마트폰의 등장은 이 휴대폰 중독을 100배 더 심화시켰다. 인스타 봤다가, 유튜브 괜히 들어갔다가, 네이버 한번 봤다가, 카톡 괜히 한번 열어봤다가, 오카방(오픈카톡방)에 미친 듯이 쌓이는 카톡 한번 봤다가.. 끝이 없다. 사실 누구한테 딱히 연락이 오는 것도 아니다. 급하게 연락올 데도 없다.


요즘 성인 ADHD가 유행 아닌 유행(?)인데, 나도 성인 ADHD로 살짝 의심된다. 집중력이 정말 안 좋다. 스마트폰은 안 그래도 안 좋은 집중력을 더 안 좋게 만든다. 얼마나 자주 핸드폰을 확인하는지를 타이머로 재 본 적이 있다. 보태지도 덜지도 않고, 스마트폰을 닫은 지 딱 3분 만에 다시 휴대폰을 만졌다.


어쨌건 공부나 일을 해야 하니까,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별 짓을 다 해 보았다.


우선, 폰을 책상에 두는 건 절대 금기다. 책상 위에 놓여 있으면 시야 안에 있고 손에 금방 닿기 때문에 3분에 한번 확인한다. 그 다음엔, 폰을 전원을 끄고 가방 안에 넣어둔다. 이것도 나한테 별 효과가 없었다. 가방에서 그냥 꺼내서 잠깐 확인해서 보다가, 웹툰, 유튜브 쇼츠 같이 재밌는 것에 꽂히면 시간이 점프하는 효과를 누릴 수가 있다. 시험 기간에는 공부 외에 모든 게 재밌기 때문에 위험하다. 결론적으로, 폰이 나와 물리적으로 가까우면 그냥 망한다고 보면 된다.


다음엔 스마트폰 아예 없애기. 내 기존 유심칩을 스마트폰에서 빼서, 스마트폰이 아닌 휴대폰에 넣어두는 방법이 있다. 요즘도 효도폰이나 어린이용 휴대폰으로 전화랑 간단한 문자만 가능한 핸드폰이 출시된다.

이런 휴대폰을 중고마켓에서 사서 내가 원래 쓰던 유심칩을 꽂아서 넣어두면 내 번호는 유지한 채로 가족들이나 친한 사람들의 간단한 연락을 받을 수 있다. 주로 시험기간에 사용했던 방법이다. 스마트폰의 끝없는 놀기 자원, 즉 집중력 분산을 원천 차단할 수 있어서 꽤 효과가 있다. 공부 집중력이 엄청나게 향상 된다.  동시에 엄청나게 불편하다. 일단, 카톡으로 중요 연락이 오기도 하는데 (가령 시험 정보 공유) 이걸 놓치게 된다. 친구들과 약속도 놓친다. 그리고 알람, 달력, 스케줄, 할 일 목록, 길 찾기, 은행 앱, 심지어 결제(특히 기프티콘)까지 요즘은 다 폰으로 하기 때문에 그냥 일상생활이 무한정 불편해진다고 보면 된다. 당장 수능이 코 앞인 고3이 아니면 사실하기 좀 어려운 방법이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그대로 살리면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 봤다.


스마트폰으로 내 공부 영상을 찍어봤다. 휴대폰을 앞에 세워두고, 내가 공부하는 영상을 촬영하고, 유튜브에 올린다. 그러면 영상 찍는 시간 동안 절대 핸드폰을 못 만진다. 앞에 타이머가 흘러가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집중했는지도 볼 수 있다. 단, 촬영 세팅하고 하고, 영상 편집하고, 영상 올리고 하는데 또 시간이 소요된다.


최종적으로 찾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스마트폰을 유지하되 물리적 공간 분리를 하는 것이다. 이걸 누가 몰라? 이게 다야? 라고 하겠지만 실제로 해보면 꽤 효과가 있다. 학교에서는 열쇠가 있는 사물함에 스마트폰 전원을 끄고 사물함에 넣어둔다. (대학의 경우, 주로 학기 초에 도서관의 사물함 배정을 한다.)

그리고 한 시간에 한 번쯤 화장실도 가고 휴식을 취하면서 잠깐 확인하고 다시 넣어둔다. 일단 앉거나 누워서 보는 게 아니라, 사물함 앞에 서서 핸드폰을 보기 때문에 생각보다 오래 못 본다.


집에서는 책상과 최대한 가장 멀리 떨어진 '분리'된 공간에 둔다. 절대 같은 공간이면 안된다. 가령 방에서 공부를 하면 거실에 폰을 충전시켜 놓는다. 원룸에서 살면, 화장실이나 부엌에 둔다. 나는 부엌이 따로 떨어진 공간이라 아예 부엌에 충전기를 설치하고 부엌에 폰을 충전시키고 꺼둔다. 그리고 중간중간 물 마실 때나 화장실에 갈 때 한 번씩 확인한다. 이때 주의사항은 폰 잡고 절대 앉거나 누우면 안 된다.


잘 때는 스마트폰을 다른 공간에 두고, 태블릿(아이패드)을 옆에 두고, 알람도 태블릿으로 맞춰둔다. 이건 개인 간 편차가 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패드가 크고 불편해서 오래 보기가 힘들다. 전자책을 읽기도 하는데 독서는 천연 수면제다.


이렇게 간헐적으로 폰을 확인하면, 슬프게도 생각보다 내 인기가 많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카톡 아이콘 옆의 메시지 숫자는 올라가는데 막상 열어보면 광고나 오카방이다. 어쩌다 연락이 오는 사람이 있는데, 나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답장이 좀 늦어도 이해를 해준다.


영유아들도 태어나자마자 태블릿을 보며 자라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솔직히 나는 아날로그가 그립다. 이 24시간 연결되고 자극적인 컨텐츠가 넘쳐나는 대(大) 스마트폰 시대를 성토(聲討)하고 싶다. 그런데 '라떼'를 외치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의 진보에 대한 성토보다는 나를 현명하게 적응시킬 방법을 찾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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