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에 유리한 지역 공개
경기도는 해마다 '경기히든작가'를 모집한다. 올해로 벌써 9년째다. 한 해에 8명(수필 3명, 소설 3명, 동화 2명)을 선정해서 출간을 지원한다. 총상금은 2,400만 원(각 300만 원)이다. 지원 방법은 간단하다. 수필 기준, 원고지 80~200매 분량의 글을 5편 써서 제출하면 된다. 단, 참가 자격에는 제한이 있다. 경기도민과 경기도에 연고(직장, 대학)가 있는 사람만 신청이 가능하다. 경기도에서 8년을 살았는데 귀한 정보를 이제야 알았다.
'엥? 나는 경기도에 연고가 없는데? 책 한 권 내려고 집을 사는 건 오버고, 경기도 대학에 다시 입학할 수도 없고, 이참에 직장을 바꿔? 에잇! 그냥 브런치에 글이나 계속 써야겠다!'라는 생각을 한다면, 바람직한 선택이다. 브런치에 글을 써서 출판사에 투고하는 건 엄지 척! 최고로 좋은 방법이다.
브런치 이웃인 포도송이 작가가 '경기히든작가' 올해의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선작은 싱긋 출판사에서 《삶은 도서관》이라는 제목으로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이 '싱긋 출판사'가 참 반갑다. 혼자만 몰래 알고 있으려고 했는데, 포도송이 작가가 신간 홍보를 부탁해서 고민 끝에 꺼낸다. 나의 우상 장강명 작가의 추천사가 책 표지에 있어서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지만, "브런치에서는 장강명 작가님보다 류귀복 작가님 홍보가 효과가 더 좋을 거예요"라는 달콤한 말로 나를 설득하는 게 아닌가. 나는 칭찬에 약하다. 내년 봄 출간 예정인 내 책 퇴고를 제쳐 두고, 《삶은 도서관》 홍보부장 띠를 이마에 두른다. 사람 사는 게 다 정 아닌가. 필승!
출판계가 참 좁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싱긋 출판사에서 출간한 《날마다, 남한살이》이다. 작년 여름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 기획안을 더블엔에서 반려했으면, 나는 싱긋으로 달려갔을 거다. "《날마다, 브런치》 원고 투고합니다. 중쇄 좋아하시는 분만 읽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투고했을 게 분명하다. 싱긋은 '날마다' 시리즈를 출판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역작인 《날마다, 출판》과 브런치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날마다, 북디자인》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고 난 뒤, 투고 목록 최상단에 저장해 둔 출판사다.
PS. 《날마다, 북디자인》의 저자 김경민 작가도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다.
《삶은 도서관》은 아직 실물이 등장하기 전이라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입체 사진을 보면 가수 이문세가 떠오른다. 길다. 그래서 나는 확신한다. 이 책도 대박이겠구나!!! 예약판매로 책을 구입한 나를 칭찬하며 이 글을 쓴다. 혹시나 나를 대신하여 《날마다, 브런치》로 싱긋 출판사에 투고하고 싶다면, "브런치 컨셉으로 1천 부를 팔 수 있습니다!"라고 당당히 적어보자. 브런치 키워드가 대박은 아니어도 천 부 이상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가 이를 증명했다. 만약 여러분도 출판계약서에 멋지게 서명을 남기고 싶다면, 독서 인구 비중이 높은 브런치를 잘 활용하길 권한다. 노력이 시간을 만나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아마도 책은 이러한 형태로 나올 듯하다. 휴대성과 가독성이 좋아서 들고 다니면서 읽는 중이다.
무명작가는 어렵게 책을 출간해도 홍보가 막막하다. 영혼과 맞바꾼 소중한 분신이 여러 곳에 노출이 되었으면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심지어 하루에 3시간을 머무는 브런치에도 출간 소식을 알리는 기능은 없다. 홈 화면에 작게나마 노출시켜 주면 좋겠는데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출간 소식을 알리는 글을 직접 올려보지만 반응이... (잠시만요. 저 눈물 좀 닦고 올게요. 흑흑.) 깊은 산속 절간처럼 고요하다. 결국 남은 선택은 단 하나다. 동료 작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책이 나왔습니다. 한 권만 부탁드릴게요. 구입이 어려우시면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만 해주셔도 너무 감사합니다. 혹시나 근처에 계시면 김장 김치라도 좀 가져다 드릴 텐데요. 제가 외부 세차도 잘합니다!" 하고 읍소하고 싶다.
무명작가에게 출간은 보름달이다. 닿을 듯한 거리에서 나를 비추지만 만날 수가 없다. 게다가 출간계약만 하면 모든 게 끝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산 넘어 산, 아니 산 넘어 더더더더더 높은 산이 기다린다. 어느새 브런치를 시작한 지 2년이 되었다. 그사이 2권의 책을 출간했고, 3번째 책을 열심히 퇴고 중이다. 신간은 내년 3월 3일에 예약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책을 홍보하기가 힘들어서 머리를 좀 썼다. 지인들에게 "저 오늘 생일이에요. 선물로 책 한 권만 사주세요. 평생 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하고 부탁할 계획이다. 만약 지금 달력을 꺼내어 3월 3일에 동그라미를 친 귀인이 계시다면 댓글에 꼭 남겨주길 바란다. 본가에 몰래 잠입하여 어머니 냉장고를 털어서 맛 좋은 김치를 가져다 드리고 싶다. 그게 아니라도 꼭 보답할 기회가 있을 거라 믿는다. (계신 방향을 몰라서 동서남북 사 방향으로 전부 큰 절을 올리고 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모든 작가가 같은 마음일 것 같다. '제9회 경기히든 작가'에 선정된 포도송이 작가도 마찬가지다. 내게 책 홍보 방법을 물었다. 그래서 "자존심을 태평양 한가운데로 얼른 던져 버리시고, 사돈에 팔촌에 이웃사촌과 미용실 사장님에게까지 출간 소식을 알리시길 추천드립니다"라고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저, 작가님 태평양에 자존심을 던져 버리고 말씀드려요~ 브런치 인기 작가님께서 홍보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답을 한다. 귀인 작가님의 출간을 그냥 넘길 수가 없어서 교보문고에서 플렉스를 하고 별점까지 신나게 남기고 온 시점이다. 실물을 보고 홍보 글을 쓸 계획이 있었는데, 오늘 보니 3대 서점 모두 반응이 좋다.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보다 판매 속도가 훨씬 빠르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해서 후다닥 글을 써서 올린다.
나도 인간이다. 남이 잘 되면 배가 아프다. 그럼에도 브런치 작가들이 나보다 잘 되면 기쁘다. 브런치 시장이 커져야 우리의 내일이 오늘보다 더 빛나기 때문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내친김에 브런치북도 하나 만들었다. 내 경우, 연재글로 발행하면 조회수가 1천 정도 더 높게 나온다.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라는 독촉 알림을 받아도 괜찮다. 복통에 시달리며, 배를 움켜쥐고 다음 홍보 글을 남기는 날이 이른 시일 내에 또 찾아오길 소망한다. 아 참, 기출문제(?) 구입처는 하단에 링크를 남긴다. 살짝 가서 구경하다 보면, '우와! 이건 꼭 사야지' 하며 장바구니를 클릭하게 될 것이다. 호잇!
제10회 경기히든작가 모집은 내년 2월에 시작할 듯하다. 자고로 시험은 기출문제 풀이가 중요하다. 《삶은 도서관》을 읽으며 공모전과 투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서, "류귀복 작가님, 저 자존심 태평양에 지금 막 버리고 오늘 길이거든요. 홍보 좀 도와주세요" 하고 부탁하는 날이 꼭 오길 바라본다. 행운을 빈다.
# 2025년 경기히든작가 공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