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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반 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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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Jun 22. 2024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당기고 그리워지는 맛

수미식당은 나주 금성관 부근 골목에 있다. 싹싹하고 기분 좋게 손님 응대하시는 여사장님이 운영하신다. 분식집에서 시작해서 현재까지 40여 년 가까이 음식업을 하신다. 고추 튀김, 황석어 튀김 등 분식집 흔적이 보이는 메뉴도 있다.


코로나19 때에도 재난 지원금을 받지 않을 정도로 식당은 안정적으로 운영되었다고 한다. 자가주택에서 욕심 안 부리고 손님들에게 정성껏 음식을 낸다고 한다. 식재료도 대부분 국내산을 사용하며 화학첨가제 사용도 절제하여 음식을 만든다. '좋은 사람이 좋은 음식을 만든다'라고 생각한다. 이곳도 그 중 한 곳이다.


애호박 찌개, 김치찌개, 황석어 찌개, 조기매운탕 등 식사류와 웅어, 황석어, 운저리, 숭어, 전어, 병어, 홍어, 주꾸미, 간재미, 산 낙지 등 제철 메뉴를 맛볼 수 있다.


황석어는 농어목 민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부산, 여수, 장흥, 영광에서는 '깡달이'라고도 하며, 군산, 신안, 서천, 홍성에서는 '황새기'로 불리고, 광주, 나주 등지에선 '황실이'라고도 부른다. 정식 명칭은 황강달이다. 참조기 새끼와 생김새와 크기가 비슷하다. 조기는 더 자라지만 황석어는 더 자라지 않는다. 주로 젓갈이나 구이로 먹지만 튀김이나 찌개로 먹기도 한다. 수미식당에선 튀김과 찌개로 황석어를 맛볼 수 있다.


막걸리 안주로 여사장님께 추천받은 황석어 튀김을 주문한다. 황석어를 약간 두툼한 반죽옷을 입혀 튀겼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폭신한 반죽 옷 안에 머리를 제거한 황석어가 통째로 들어 있다. 뼈도 연하고 살이 한없이 부드럽다. 생부추, 깨를 넣은 양념간장에 찍어 먹거나 새큼하게 삭힌 묵은 김치와 갓김치, 파김치 등을 곁들여 먹는다. 기름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풍미도 돋운다. 무생채, 나물무침도 함께 맛본다. 막걸리에 자꾸 손이 가게 하는 황석어 튀김과 밑반찬들이다. 궁합이 잘 맞는 막걸리 단짝들이다.


사투리로 불려야 맛깔난, 황실이


다음날 다시 찾았다. 부부분이 아침 식사 중이시다. 황석어 찌개를 주문했다. 맵기 정도를 물어보시고 음식을 만든다. 적당히 맵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전날 손님들이 많아 밑반찬이 적다며 둥그런 양은 쟁반에 담아 따듯한 밥과 함께 먼저 내준다. 소박하지만 구색이 잘 맞는 정성이 담긴 밑반찬들이다. 겹치는 찬들만 많은 남도의 한정식집보다 낫다. 짭짤한 무장아찌, 무생채, 깍두기, 배추김치, 김무침, 채소를 넣어 말은 달걀말이 등 밑반찬에 고등어구이 한 토막이 반찬으로 더해졌다. 국 하나만 있으면 그만인 백반 차림새다.


조금 후 고춧가루와 갖은양념에 황석어, 감자를 넣어 끓인 후 썬 파를 살짝 올린 황석어 찌개를 내온다.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올려 준다. 따뜻하게 먹게 하려는 배려다. 약하게 불 조절 해서 먹는다.


국물을 한술 뜬다. 깔끔하고 기분 좋은 매운맛 뒤로 시원함이 몰려온다. 여사장님 말론 조기보다 황석어가 더 시원한 맛이 좋다고 한다. 국자로 국물, 황석어, 감자 등을 떠 앞접시에 담고 맛을 본다. 뼈가 연한 황석어를 통째로 맛본다. 살은 부드럽고 담백하다. 작지만 녹진한 내장의 맛도 일품이다. 톡톡 터지는 알 배기 황석어도 몇 마리 있다. 고소하다. 포슬포슬한 감자와 사근사근 씹히는 생파의 식감과 맛도 풍미를 돋운다.


국물을 자작하게 졸인다. 시원한 맛, 깔끔한 매운맛, 고소한 감칠맛이 뒤섞인다. 황석어 국물을 끼얹어 밥 위에 올려 먹는다. 밥 바닥이 금세 보인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황석어는 작지만  자란 물고기다. 제철 맛으로   남도의 식재료에 여사장님의 손맛이 더해진다. '게미지다(겉 맛이 아닌 속 맛, 한번 좋았다가 마는 게 아니라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당기고 그리워지는 맛을 의미하는 남도 사투리다.)'란 전라도 말이 걸맞은 황실이 찌개다. 사투리로 불려야 맛깔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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