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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 Aug 20. 2023

첫사랑

<첫사랑>


점심을 서둘러 먹고

남는 시간을

가방에 넣어두었다


집에 가는 길에

너를 만난다면

그때 꺼내 놓아야지







-


 나는 종종 '죽음'을 생각한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 그 이후를 상상하면 나의 실존이 의문스럽다. 지금까지의 결론은 '나의 시간'이 곧 '나'라는 것이다. 시간이 중요하다. 내 시간 안에서만 나는 존재한다.


 한편, 사랑은 나를 내어주는 것이다. 서로의 시간을 주고받고 공유하고 간섭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첫사랑은, 수업 시간에 하라는 공부 안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이다. 나를 낭비하는 것에서 오는 아름다움이랄까.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는 낭비할 '나'가 모자라서 사랑이 어려운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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