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빚기
집집마다 문화가 참 다양하다. 우리 집은 한 해 마지막날, 다 같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는다. 이 행사는 결혼 후 생기게 되었는데, 고백하자면 난 만두를 좋아하지 않았다. 구정인지 신정인지 가물가물 기억에는 흐릿하지만,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부모님이 찾아오셨다. 잔뜩 상기된 모습에 이것저것 터질듯한 가방을 양손 가득 들고 오신 두 분은 어린아이처럼 신나 하셨다. 그렇게 뜬금없이 만두를 빚기 시작했는데, 어릴 적 송편을 빚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친정은 만두를 빚지 않았는데, 만두를 잘 먹지도 않았다. 반면, 시댁은 만두를 종종 빚어 새해 때는 손바닥만 한 만두가 떡국 안에 들어 있었다고 한다. 서로의 간극을 제대로 경험하며, 신이 나신 시부모님과 재미있게 만두를 빚었다. 얼마나 많은 재료를 준비해 오셨는지, 몇 시간 동안 만두를 빚었던 것 같다. 끊이지 않는 수다도 곁들여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날 그 온기가 어찌나 따습던지, 그날 이후로 만두 빚기는 우리 집 문화로 자리 잡았다. 만두를 좋아하게 된 건 그날부터였다.
미국 와서 처음으로 만든 만두는 첫애를 들쳐 안고 남편이랑 둘이서 만든 만두였다. 셋이서 보내기 너무 적적한 나머지 준비해 보았는데, 시부모님의 빈자리가 그렇게 클 줄이야. 그 후부터는 지인들을 불러 같이 만들기도 했고, 아이가 좀 더 크고 나서는 셋이서 같이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해서 이제는 넷이서 같이 만들게 된 마지막날 만두.
아이들이 더 열정적으로 만든다. 미술 시간인지, 요리시간인지 헷갈릴 지경으로 반응이 뜨겁다. 덕분에 오늘 저녁도 매년 그렇듯, 찐만두다. 참 가족이 그리운 연말. 올해는 특별히 더 그리운 시간들을 묵묵히 지나가고 있다. 2025년은 가득 찬 만두처럼 곳곳에서 따뜻한 이야기들이 넘쳐 흘러나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