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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우내 Jul 17. 2024

장마

삶은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서 보면 희극




미처 접지 못한 우산을 접으며 분주히 카드를 찾는 손. 물기를 털어내며 눈살을 찌푸리는 표정, 축축한 습기에 말없이 휴대폰의 화면만 응시하는 사람들. 떨어지는 빗방울의 운율은 이어폰의 음악 소리에 가려진 지 오래. 젖은 우산이 발에 채이지 않도록 서둘러 우산을 접어야 한다. 사람들은 축축한 날을 잘 참아낸다 생각하지만 불편한 기색이 만연한 표정으로 낭만을 철저하게 외면해 왔다. 매일 맑은 하늘에 쏟아지는 뙤약볕만 주어졌다면 내리는 비를 감사하게 생각할까. 이렇게 비를 감싸고 도는 나 또한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다. 하지만 좋아하려 부던히 노력 중이다. 습기를 걷어낸 비 오는 날은 확실히 운치있다. 너무 반짝이는 날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니까. 







장대비의 물줄기에 햇살에 부서지던 연두색들은 짙은 초록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클락션과 배기음으로 가득하던 도로의 소음은 빗소리의 낭만으로 가득해진다. 와이퍼가 그러쥐는 물기는 진득한 초콜릿처럼 흘러내린다. 창밖에 알알이 매달린 유리 구슬은 무게를 더하다 또르르 굴러간다. 고여버린 물줄기를 가르고 달리는 버스는 마치 커다란 고래 같다.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는 청어떼처럼 아스팔트 위에서 잠시 모습을 보였다가 저만치 앞에서 헤엄치듯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고인 물웅덩이에 떨어지는 방울방울을 보고 있노라면 물웅덩이가 살아숨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뽀글뽀글 숨을 내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웅덩이 안에 생명체가 모습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기를 머금어 투명해진 진회색의 아스팔트는 헤드라이트의 불빛 때문에 반짝인다. 




창이 온도차로 뿌옇게 될 때쯤이 내릴 타이밍이다. 일이든 여행이든 약속이든 목적지를 두고 움직이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뒤로 하고 내리면 다시금 현실이다. 기계의 부속품처럼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지만 희망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우울하면서도 반갑다. 반복되는 오늘도 결국은 내일이 될 텐데 기왕이면 따분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매일을 생생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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