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떠날 준비를 할 때인가!

부족하지만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것들은 여기까지, 이제 너희 차례야!

Mar 29. 2024

민관소방합동훈련이 끝났다. 이제 마지막 남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면 올 한 해가 마무리될 것 같다.

아직 건강증진우수사업장 결과발표가 남았다. 전국에서 신청한 수많은 사업장들 중 옥석을 가려내는 작업이 그리 쉬울꺼라 생각하지는 않았었고, 최선을 다하였음에 만족하자라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그리 초조하지도 긴장되지도 않았다. 호운이, 해연이도 각자의 자리에서 항상 그러했듯이 최선을 다해주고 있었고, 나 역시 잊은 일들을 없는지, 혹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우리에게 어느 하루 치열하지 않았던 적이 있으랴마는 치열함 속에 작은 평화가 있었다면 이때가 아닐까......

더불어 나의 발령 일자도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4년여간 대한민국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큰 물류기지의 안전관리자로 참 아둥바둥 지내왔다. 여름과 2년여를 보내고, 호운이와 2년여를 보내며, 해연이와 함께한 지도 이제 1년이 다되어 간다.

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고, 그 사건사고를 고민하고, 해결하며,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고, 많이 상처받기도 했다. 참 다시 '20년의 그 뜨거운 여름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선뜻 돌아가겠다, 이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많은 사건사고들 속에 여름이 내 곁을 지켜주었고, 여름이 떠난 자리를 호운이와 해연이가 채워주며 나를 지탱해 주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이제 떠날 준비를 할 때인 듯하다. 생각이란 것이 참 간사하다. 떠나야 할 때가 되니 떠나고 싶지 않다. 호운이와 해연이에게 아직 알려주어야 할 것들이 남은 것 같고, 녀석들과 다투기도, 화해하기도, 웃기도, 울기도 하며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그렇게 힘들어하며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하지 않았던가...... 참 사람이란 것이, 생각이란 것이 간사하다.

인수인계 준비를 하며, 새로운 발령지와 그곳의 구성원분들과 미리 준비해야 할 것과 시급한 과제들을 함께 확인하기도, 호운이, 해연이 와도 나름의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녀석들도 나와의 헤어짐(?)이 아쉬운 것인지 잠시 쉬어가고자 함이었는지 곧장 시간을 내어주었고, 돌아보면 녀석들과 가진 가장 좋은 시간이었고, 나에게는 신이 나에게 주신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시간이었고, 소소한 행복이었다. 아... 그런데 이상하다. 신께서 나에게 허락해 주신 시간은 항상 길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그리 오래가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며, 오늘일까? 내일일까? 선물 같은 시간의 끝은 언제일까? 매우 궁금해했었다.

하지만 나의 걱정은 아무런 의미 없는 호운이가 자주 하는 표현을 빌린다면 무쓸모한 것이었다. 하하하

건강증진우수사업장 심사결과가 발표되었고 결과는 물론 '선정'이었다. 연이어 또 한 가지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민관소방합동훈련 결과에 공훈이 있기에 호운이와 해연이가 소방의 날 표창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다. 4년여 동안 대한민국, 아시아 최대 규모의 물류기지의 안전관리자로서 겉보기에만 화려한 정작 나에게는 아무런 실속이 없는 이 시간들을 최소한 내가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마냥 책임과 의무만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고, 그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적절한 보상을 받게끔 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