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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갬성장인 Jul 03. 2024

군맹무상(群盲撫象)

참, 고민이 많은 어제였구나!

군맹무상(群盲撫象) 

흔히들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 한다.

모든 사물을 자기 주관대로 판단하거나 그 일부밖에 파악하지 못함을 비유한 말이다.


20년여간의 직장생활 중

소통이 원활했던 적보다 원활하지 않았던 적이 많았던 것 같고,

갈등이 없었던 때보다 갈등이 있었던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안타까운 건 소통의 원활하지 못했던, 갈등의 원인이 해당 부서(조직)의 리더로부터 출발한 경우가 다수이기에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그 안타까움이 나의 경우 어제 부서 회의에서 시작되었을 뿐


"상반기 성과 정리하여 공유드립니다.

 (중략)

 금일 성과 공유회에서 소개되었던 사항들은 차주부터 확대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상반기 성과 정리자료는 며칠 전 사전 공유받아

'이런 활동들이 있었고, 성과가 있었구나'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당황스러웠던 건 유관 부서와 그에 따른 이해관계자와 아무런 소통 없이 일괄 적용만을 외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답답한 만이 느껴진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나의 '무능함'과 '무기력함'이 느껴진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사전 소통 없이, 논의 없이 저리 진행하겠구나!

 그렇다면 나는 이곳에 왜 있어야 하지?'

 과연,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간다.

내가 생각하는 '조직'이라는 곳은 각양각색의 구성원들이 모여 서로 제안하고, 설득하며,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가는 곳으로 알고 있고

그렇게 배워왔다.

하지만 어제 성과 공유회(회의)에서 내가 받았던 느낌은

'회사도 엄연한 상, 하관계가 있는 조직이야, 부서장(조직장)인 내가 결정했다면 당연히 그 결정을 따라야 해

 옳고 그름은 너희가 판단할 일이 아니야'라는 느낌이었다.


이제 부서장(조직장)을 맡은 지 고작 3개월여 된 리더가 많은 실패를 겪으며, 수정과 보완을 거치며 해오던 것들을

모두 부정하고

'내가 옳아, 우리 모두는 한 방향이 되어야 해, 한 목소리여야 해!'

어제를 곱씹어보면 섬칫하기까지 하다.

정말 '그'가 이야기한 대로 올바른 방향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테고, 오늘의 내가 부끄럽겠지

하지만 '그'가 틀렸다면, '그 방향'이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면

아니 설혹 '그'가 '그 방향'이 올바른 방향이라도 소통 없이, 의견 교류 없이 자신이 옳다 부르짖는 '그'가 섬칫하고 두렵기만 하다.


소통하지 않는,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조직은 고인 물과 다름이 없고,

고인 물은 언젠가 썩기 마련이다.

직장생활이란 것이, 사회생활이란 것이 항상 소통하고, 교류하며,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그 어떤 소통도, 교류도, 공감도 없는 이곳에서 '나'의 존재 가치에 대하여 의문이 생긴다.

단지, 이 고인 물이 썩기 전에 떠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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