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나로 다시 돌아가게 될까 두렵다.
언제쯤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을까?
2년 전 이맘때쯤이었을까?
살면서 난생처음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렸다.
잠을 편히 자지 못한 지 어느덧 6개월 여가 되어가고 있었고,
알 수 없는 불안에 시달린 지는 언제인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처음 겪어보는 불안, 불면에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표류하고 있는 듯했다.
"잠을 못 주무시게 된 지가 얼나마 됐을까요?"
"흠, 6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하루 몇 시간 정도 주무시나요?"
"하루 2~3시간 정도, 그마저도 자주 깨는 편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소 많은 문항으로 이루어진 검사를 받았다.
검사가 끝나고 잠시 기다리니 나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검사결과 우울증에 기인한 공황장애가 있으신 듯합니다."
"예"
"흔히들 번아웃증후군(소진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몇 주간 심리상담을 병행하며, 경과를 지켜보았으면 합니다.
다소 성급하지 않나 생각되실 수도 있겠지만 증세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휴직을 고려해보셨으면 합니다."
이후 심리상담을 병행하며 꾸준히 진료를 받았지만 증세가 나아지지 않아 3개월간 병가휴가를 신청하게 되었다.
벌써 2년이 다되어가는구나.
그때에 비한다면 나는 많이 좋아졌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업부서 내 일이 늘어나기 시작하며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지금의 부서로 올해 초 오게 되었다.
전년도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퇴사, 휴직하는 이들이 다수 생겨나 예정에 없던, 어쩔 수 없는
인사발령이었다.
물론 나의 결정이 반영되지 않았다 할 수는 없다.
우여곡절이 있기 전 이곳으로 발령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야기하였기에
다만, 이런 시기에 수습을 위하여 이곳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이러저러한 상황인지라 요즘 부쩍 일이 많다.
손이 느린 편이 아님에도 밀려오는 일들이 끊임없다.
며칠 짬을 내어 휴가를 다녀오는 것도 두려울 정도로
'그 며칠 동안 쌓여가는 나의 일을 그 누구도 대신하여 주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이렇게 나는 또 지쳐가겠지'
누군가 "너무 지쳐 보여요, 쉬어가며 하세요"라 이야기한다.
반문하고 싶다.
내가 지쳐 가는 이유에 '너'도 있음을
'너'의 허울 좋은 말 따위를 듣고 싶지 않다.
"제가 잘 몰라서 죄송해요"
"제가 열심히 할게요."
"너무 지쳐 보이는데 며칠 짬 내서 휴가라도 다녀오시는 게 어떠세요?"
이런 무의미한 자음과 모음의 조합들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단지 2년 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뿐인데, 평범한 '나'로 살아가고 싶을 뿐인데
나에게 주어진 행운의 무게는 그마저도 안되나 보다.
안타깝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