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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의 <발작>

작사 박경진 작곡 김도훈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원티드'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Rr5 TItZhDCM? si=sNBubaD8 KvTJBs0 G

떠나가도 돼 그런 말도 하지 말고 보내줘


행복해도 돼 이젠 너완 상관없다 말해줘


나를 두고 눈을 감는 아픈 네 맘 모르고


언제까지 미워할 수 있도록


- 원티드의 <발작> 가사 중 -




원티드는 2004년 데뷔했습니다. 4인조 보컬 그룹이었죠. 주전공은 R&B 발라드죠. 김재석, 하동균, 서재호, 전상환이 멤버입니다. 이 중 하동균은 그룹 활동 후에 솔로로 데뷔해서 어느 정도 성공해서 익숙한 이름입니다. 김재석을 제외한 멤버들은 7 Daz의 멤버였습니다. 가수 이정이 소속된 5인조 R&B 그룹이었는데 2002년 데뷔해 1집 만을 남기고 팀이 해체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그들의 1집 앨범 타이틀 곡이었고요. 후속곡인 <아니라고>도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부산 공연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던 중 큰 교통사고가 나면서 현장에서 서재호가 사망합니다. 3명도 중경상을 입었고요. 그래서 이후 활동이 원활치 않았습니다.

2007년 그 자리에 이정이 투입되어 다시 4인조가 되고 타이틀곡 <I promise you>로 3년 만에 2집을 발매하죠. 이 때는 7 days&Wanted의 결합이었죠. 그리고 5년 후 3집을 발매하는데요. 이 때는 다시 3인조로 회귀합니다. 가수 아이유가 피처링에 참여한 <Like you>라는 곡이 삽입되지 있습니다.

2020년 데뷔 15년을 맞아 스페셜 프로젝트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첫 번째 곡은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노래>는 하동균이, 두 번째 곡 <눈물 날 것 같은 날에는>은 김재석이 불렀습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 그룹 20주년인데, 또 한 번 프로젝트 앨범이 나오지 않아서 안타깝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발작'입니다. '격한 감정 따위가 세차게 일어난다'는 뜻인데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감정을 그리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제목만 봐서는 락 발라드가 더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하하.

'이젠 꺼내보려 해/ 하나 둘 모아 둔 네 기억까지 다/ 모두 보내주려 해/ 너무나 멀지만 너 가는 곳으로/ 네가 살고 있던 내 맘에/ 남아있는 너를 닮은 버릇까지/ 너의 곁에 돌려놓으려 해' 부분입니다. 화자는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억과 상대와 닮은 버릇을 지우려 하고 있죠.

'네가 내게 남겨 둘/ 너 없는 사랑은 다 여기까지만/ 이제 돌려보내 줄/ 모자란 네 사랑 꼭 지금까지만/ 다시 처음처럼 내 맘에/ 단 하나도 네 향기까지/ 남지 않게 마지막 날 위해 가져가 줘' 부분입니다. 화자는 사랑을 회수하고 남아 있는 향기까지도 깔끔히 청소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2절을 볼까요? '그저 떠나보려 해/ 아무도 모르고 먼 곳이라 해도/ 내가 찾을 수 없게/ 너는 더 모른 척 꼭 숨는다 해도/ 너를 닮아있는 내 맘은/ 널 잃은 채 살 수 없나 봐/ 하루하루 너를 더 닮아져 가려나 봐' 부분입니다. 1절에서 화자가 상대를 접으려 했던 시도는 실패로 귀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음처럼 이별이 된다면 이리 슬픈 노래가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 순 없겠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떠나가도 돼/ 그런 말도 하지 말고 보내 줘/ 행복해도 돼/ 이젠 너완 상관없다 말해 줘/ 나를 두고 눈을 감는/ 아픈 네 맘 모르고/ 언제까지 미워할 수 있도록' 부분입니다. '나를 두고 눈을 감는'이라는 가사에서 서로에 대한 마음의 단절이 느껴지네요. 이제 화자는 상대를 미워하는 방법으로 이별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너를 참기조차 힘이 들어/ 너만 편하게 그런 마음에/ 날 떠나보내려 했다면' 부분을 봐도 느낌이 비슷하죠.

'떠나가도 돼/ 내가 없이 잘 지낼 수 있다면/ 행복해도 돼/ 그런 말은 하지 말고 떠나줘/ 네가 없는 이 세상이/ 난 자신이 없으니/ 내 맘대로 행복할 수 있도록/ 너를 닮아 행복할 수 있도록' 부분입니다. 가사를 몇 번이고 살펴봐도 화자의 마음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떠나는 상대에 대한 배신의 감정도 일부 있는 것 같고 그렇다고 혼자 지낼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닌 양가적 입장이어서 그런 것 같네요. 특히 마지막 가사인 '너를 닮아 행복할 수 있도록'에서는 상대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 이별을 선택한 것처럼 화자도 자신의 행복을 찾겠다는 뜻이었을까요? 생각보다 가사 해석이 난해하네요. 하하하.


음. 오늘은 가사에 보면 상대를 잊는 방법으로 '기억 지우기, 상대와 닮은 버릇 지우기, 단 하나의 향기도 남기기 않기' 등이 나오는데요. 과연 이런 방법이 누군가를 잊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이 노래대로라면 누군가를 잊는 작업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못하면 발작을 일으키게 되는 것일까요?

너튜브에는 고음 내는 방법 관련 영상이 꽤 있습니다. 지인과 오래간만에 노래방에 갔다가 너무도 고음을 잘 내는 걸 보면서 저 스스로 고음 내는 방법이 잘못되었나 하고 의문을 가졌더랬죠. 그리고 몇 개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그냥 내질러라부터 코에서 나는 음을 써야 한다는 둥 방법도 각양각색이었습니다. 뭘 해도 되진 않더군요. 하하하. 그러다 마음에 끌린 영상 하나가 있었는데 음에 층을 넘나드는 것이 고음이라는 표현이었죠.

왜 우리가 그런 말들 많이 하잖아요. 무언가를 노력할 때 투입량에 비례해서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요. 영어 같은 외국어를 공부할 때가 특히 그렇죠.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어는 순간 레벨이 올라가게 되죠. 계단식 상승의 흐름을 보이는 것입니다.

노래도 마찬가지죠. 우리는 도레미파솔라시도 순으로 고음을 올린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고음의 개념이 아니라 다른 층(레이어)의 소리를 내는 것이라 고음을 재정의하더라고요. 어떻게 다른 층의 소리를 내는지는 차치하더라도 고음에 대한 생각을 전환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죠.

고음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노래들이 몇 개 있죠. 아이유의 <좋은 날>이라는 노래에서는 3단 고음이 나오고 박효신의 노래 <야생화>도 그렇고 유회승이 이홍기와 부른 <사랑했었다>는 7단 고음 부분이 나옵니다. 어기서도 음계가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단이라고 부르는데 계단을 연상시키죠.

제가 잊음을 말하면서 왜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음의 계단을 말씀드리냐면요. 이별에 관해 제가 책을 읽다가 적어놓은 문구 중에 이런 표현이 있더라고요. '이별(의 아픔을 잊는 것)은 누가 더 견딜 수 없는가에 있지 않다. 누가 더 바깥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입니다.

보통 노래 가사에 보면 '너 없인 안 돼, 너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어' 이런 가사들이 즐비합니다. 상대가 없는 바깥 세계를 상상조차 못 하는 상황이라는 말입니다. 이러면 당연히 이별의 아픔에서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불교에서 '알아차림'이라는 것이 있죠.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다가 그것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그 감정을 관조함으로써 그것을 빠져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감정의 소용돌이에 있던 지점과 빠져나와서 그것을 바라보는 지점이 마치 바깥 세계, 음악으로 치면 1단 고음을 부르다 2단 고음을 부르는 것과 같죠.

무언가에 고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일반인 보다 훨씬 많이 반복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무언가를 능숙히 할 수 있는 방법이나 원리를 터득해서 그걸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사람들이죠. 한 마디로 레벨이 다르다고 표현하는데요. 음에서의 레이어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 노래로 돌아가 보죠. 누군가를 잊기 위해서 우리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뻔하죠. 한 마디로 상대가 없는 바깥 세계를 상상하지 못한 까닭입니다. 한동안 상대와 함께 존재하는 세상에 놓여 있었기 때문일까요. 그 관성의 힘을 제어하기란 쉽지 않죠.

이별 과정에서 누군가를 미워하고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도레미파솔라시도라는 음계 안에서 움직이는 것과 같습니다. 이별과정을 극복하려면 이 음계를 뛰어넘는 고음을 내야 할 텐데요. 바로 그 사람이 없이 살아갈 날들이 있고 그게 생각처럼 나쁘지만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아닐까요?

인생을 살다 보면 풀리지 않는 문제들과 대면하는 일이 종종 있죠. 그럴 때 여러분들은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누군가는 문제 자체를 거부하며 덮어버리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풀릴 때까지 그 문제와 씨름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또 누군가는 언젠가는 풀어야 지하며 그냥 상수로 놓고 살기도 하죠.

결국 다른 상황, 다른 사람, 다른 조건 등이 되어야 풀리는 문제여서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나이가 차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문제이지만 당시에는 알려고 해서 안 풀리는 것과 같죠. 하지만 인생 문제를 늘 이런 식으로 시계만 보며 자동으로 풀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좀 김 빠지죠.

그럴 때 쓸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문제를 대하는 뷰를 달리하는 것일 텐데요. 자신의 시각이나 관점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접근을 해 보는 것이죠. 결국 나를 빠져나와야 이 문제가 풀리게 됩니다. 내 몸과 내 정신이 하나인 상태를 내 몸은 그대로 두고 다른 정신을 잠깐 빌려와야 하는 것이죠.

여러분들은 '바깥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상상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러한 상상력이 메마른 상태에서 맞는 이별은 당연히 이 노래의 제목인 발작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맞는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테니까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다른 층위로 전환시키는 일, 이것은 이별뿐만 아니라 우리 삶 전반에 반드시 갖추어야 할 유용한 자세가 아닐까 싶네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썰 주제를 못 찾아서 제 자신을 자책하며 낮잠을 때려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뭐가 써지네요. 머릿속이 다른 것으로 꽉 차 있을 때 찬 공기라도 쐬려고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생각의 층위를 달리하는 각자만의 방법을 찾아서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떠실까요? 하하하. 오늘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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