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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의 <고민중독>

작사 홍훈기 외/ 작곡 이동혁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QWER'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hFTs6 HbtxbE? si=Xrodf1 nNdrBMOZrP

쏟아지는 맘을 멈출 수가 없을까?


너의 작은 인사 한마디에 요란해져서


네 맘의 비밀번호 눌러 열고 싶지만


너를 고민고민해도 좋은 걸


-QERER의 <고민중독> 가사 중 -




QWER은 2023년 데뷔했습니다. 4인조 걸밴드입니다. 리더이자 드러머인 쵸단, 베이시스트이자 키보디스트 마젠타, 기타리스트이자 키보디스트인 하나, 기타리스트이자 메인보걸인 서연이 멤버입니다. 너튜버인 김계란이라는 분이 기획한 '최애의 아이들'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결성되었다고 하네요.

일본 걸그룹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일본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그녀들 보면서 신기했던 점은 너튜브에서 성장 스토리를 쌓은 후 메인으로 올라왔다는 점이었습니다. 너튜브 플랫폼이 기획사 역할도 한다니. 세상이 참 많이 변했구나 하고요.

팀명은 '큐더블유이알'이라고 읽고요. 키보드에 보면 왼쪽 상단에 이 순서로 정렬이 되어 있는데요. 저는 잘 모르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 스킬 키 설정과 관련이 있다고 하네요. 각자 고유하고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이런 뜻이라고 하네요. 멤버 각각이 Q, W, E. R 하나씩을 맡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24년 발표한 첫 번째 미니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 곡입니다. 이 후로도 낸 곡들이 다 잘 되었습니다. 걸그룹 밴드가 귀하기도 할뿐더러 인디 느낌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기가 쉬운데, 성장돌로서 그 빈틈을 잘 파고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그룹 정도로 앞으로 기대해 보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고민 중독'입니다. 이 노래 가사를 보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에게 어떻게 고백을 할까를 고민하는데요. 이리할까 저리 할까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지는 지점을 캐치해서 제목을 고민 중독이라고 정한 듯합니다.

'어떤 인사가 괜찮을까 천 번쯤 상상해 봤어/ 근데 오늘도 천 번 하고 한 번 더 고민 중/ 막상 네 앞에 서니 꽁꽁 얼어버렸다/ 숨겨왔던 나의 맘 절반의 반도 주지를 못했어/ 아, 아, 아직은/ 준비가 안 됐다구요/ 소용돌이쳐 어지럽다고' 부분입니다. 화자는 인사말로 무엇을 선택할지를 천 한 번째 고민 중이라고 말합니다. 하하하. 그리 준비를 했는데도 막상 상대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얼어붙고 말죠. 이론.

'거울 앞에서 새벽까지 연습한 인사가/ 손을 들고 웃는 얼굴을 하고서 고개를 숙였다/ 아, 아, 아직도 준비가 안 됐나 봐요/ 소용돌이쳐 어지럽다고' 부분입니다. 새벽까지 거울 앞에서 인사를 연습합니다. 가게를 차리고 손님맞이로 하는 인사 연습 저리 가라죠. 그만하면 됐을 법도 한데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고 말하는군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쏟아지는 맘을 멈출 수가 없을까?/ 너의 작은 인사 한마디에 요란해져서/ 네 맘의 비밀번호 눌러 열고 싶지만/ 너를 고민고민해도 좋은 걸' 부분입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쏟아집니다. 상대의 몸짓 하나에도 온몸이 요란스러울 만큼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속이 왈칵 뒤집히고/ 이쯤 왔으면 눈치 챙겨야지/ 날 봐달라고요!' 부분입니다. 하지만 노력이 무색하게 상대는 별 반응이 없는 것 같죠? 화자의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좋아한다 너를 좋아한다 좋아해/ 너를 많이 많이 좋아한단 말이야/ 벅차오르다 못해 내 맘이 쿡쿡 아려와/ 두 번은 말 못 해 너 지금 잘 들어봐/ 매일 고민하고 연습했던 말/ 좋아해' 부분입니다. 화자의 본심이 담긴 가사인데요. 상대에 앞에서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이건 상대가 안 볼 때 하는 혼잣말에 가깝다고 보이네요. 어서 마음을 고백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하하.


음. 오늘은 '고민'과 '중독' 중 '고민'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를 두고 머리를 싸매는 상황을 말하죠. 이 노래에서 화자가 고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신의 마음의 통제가 쉽게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감정이 앞서서 그런 것이죠.

최근 읽었던 책들이 바로 감정과 관련된 것이었는데요. 저는 감정에 관한 '미친년 춤추듯 한다' 뭐 이런 식으로 잠정 정리하고 그것에 따라 춤을 추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우리가 말하는 이성보다 감정이 먼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죠.

화자가 머리로 고민을 해서 어떻게 인사를 할까에 대한 나름의 정답을 찾았다고 해 보죠. 가사 내용처럼 상대가 앞에 나타나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아닐 겁니다. 머리도 아무리 고민했다고 해도 감정이 잔잔해지지 못하면 제대로 된 성과로 연결시키기 쉽지 않죠.

책에서 본 내용으로 보면 우리는 이성이 감정보다 우위에 있다고 알고 있지만 그게 아니라고 말하더군요. 감정 혹은 정서가 이성의 영역을 좌우한다고 합니다. 예전에 이와 비슷한 주제가 '존재가 인식에 우선한다'는 말이었죠. 책에 따르면 '감정은 이성에 우선한다'라고 정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흔히 우리 삶이나 역사에는 서사라는 것이 있죠. 그 서사가 현재의 나 자신이나 어떤 지역, 어떤 사물 등에 담겨 그 가치를 돋보이게 합니다. 걸어왔던 과거의 길이 현재의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저는 정서가 우리 감정의 서사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어릴 적 상처를 받았거나 아픔을 겪었다면 그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무의식 어딘가에 기억되어서 불쑥불쑥 튀어나와 우리의 삶에 걸림돌이 되는 식이죠.

아주 어린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을 두고 나중에 기억도 못할 텐데 돈 아깝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하죠. 초등학교 3학년 언저리는 되어야 돈값을 한다고요. 맞습니다. 어린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면 어린아이는 하나도 기억을 못 합니다. 하지만 여행할 때의 정서는 기억을 한다는군요.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눈만 뻐끔뻐끔하고 있는 아이와도 여행을 다녀와야 한다는 논거가 생기죠.

요즘 제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반복을 끊어내는 방법'입니다. 이 나이 정도가 되니 저에게 유익하지 않은 것은 가급적 피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질 않죠. 누구는 의지 문제를 거론하기도 하고 누구는 아직도 나 자신에 대해 무지해서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책을 읽다가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진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의지만 발동하면 될 일이 아니냐 이렇게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 의지라는 것을 지탱해 주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는 것이죠. 옳은 것을 안다고 다 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뒤적거리다가 이 정서라는 문제를 고민해 보게 되었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느 학교를 다니고 몇 살에 뭐를 하고 이런 기록, 즉 서사를 남기게 되죠. 우리가 이성적인 인간이라면 차곡차곡 쌓인 기록을 보며 진실 여부만 판단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죠. 우리가 겪은 사건에는 감정이 동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겪은 사건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우린 감정의 서사도 그리며 삽니다. 하지만 그 서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드물죠. 일차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잘 잊힙니다. 두 번째는 단순히 그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의 무의식에 나도 모르게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감정의 서사는 자신만 알고 있는데도 자신만 모르는 경우도 생기곤 하죠.

'평온한 마음'에 다가가는 것이 지상의 과제인 저로서는 이 감정이라는 놈을 쉬이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요. 전형적인 T의 스탠스를 취하고 있던 제가 반복을 끓어내려다 보니 다다른 것이 바로 감정의 서사, 정서였다고 할까요. 뱀을 보면 유독 혐오하는 사람. 낯선 사람을 보면 유독 뻘쭘해하는 사람 등 우리에겐 정서라는 이름에 숨어 있는 나만의 핵심 감정이라는 것도 장착되어 있죠.

아마도 이 노래의 화자 역시 좋아하는 사람에게 유독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화자만이 가진 핵심 감정과 연관이 있을 것이고, 그 핵심 감정은 화자가 살아온 감정의 서사인 정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것을 파악하고 나름의 대안을 생각했더라면 화자의 삶이 한층 윤택해졌겠지요.

저는 그동안 감정이라는 것이 다소 휘발성을 띤다고 생각해 지나치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생각이 변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더 정리되면 소개해 보죠. 여러분들은 자신을 괴롭히는 핵심 정서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장건익 작가 쓴 <철학의 발견>이라는 책이었습니다. 두 가지 점에서 마음에 들었는데요. 제가 등한시하던 감정의 서사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하나였고요. 다른 하나는 몽테뉴의 에세와 비슷하게 나로부터의 문제해결을 강조하고 있죠. 나온 지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강의 내용을 책에 담았더라고요. 여러분도 시간이 되시면 일독을 권합니다. 제가 웬만해선 책 추전을 그리 하진 않습니다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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