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VAYA Jul 01. 2024

김상배의 <몇 미터 앞에 두고>

작사 조동산 작곡 원희영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상배'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wpMOfeXo-fM? si=1 lyYrMY2 L0 CFiqZF

사랑했던~(그리웠던) 그 사람을

몇 미터 앞에다 두고

나는 나는 말 한마디

끝내 붙일 수 없었다


마주 앉은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웃음소리에)

나는 그냥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을 바로

몇 미터 앞에다 두고~


- 김상배의 <몇 미터 앞에 두고> 가사 중 -




김상배는 밤무대 통기타 가수로 1973년 데뷔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가수로서 인기를 얻은 것은 트로트로 전환하면서부터죠. 그래서 공식 데뷔 시기를 1998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무려 15년 동안 무명가수였으니까 그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도 가지 않네요.

1988년 정규 1집 <안 돼요 안돼>는 오랜 무명가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한 곡이었습니다. 본인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이었죠. 원래는 발라드풍이었는데 방송에서 트로트로 소개하면서 장르가 바뀌는 해프닝도 겪었습니다. 그리고 1990년 후속곡으로 오늘 소개해 드릴 정규 2집에 실린 타이틀곡이 연달아 히트를 치며 누구나 아는 가수가 되었죠. 지금도 노래는 후배 가수들에게 자주 커버되곤 합니다.

가수 활동만 직진한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음악 프로그램 이외에는 전혀 출연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가요변천사를 담은 뮤지컬 'The Now'에 출연한 것이 이색적일 정도네요. 가수 인생 50년 만에 아침마당에 첫 토크쇼에 출연할 정도였으니까요.

정규 음반으로는 8집까지 발매했고요. 베스트 앨범 2개가 있고요. 2020년 싱글 <내 나이>가 마지막 앨범으로 보입니다. 2003년 발매한 정규 6집에 실린 <떠날 수 없는 당신>이란 곡도 꽤 유명한데요. <미스터트롯>에서 박지현 씨가 커버하며 더 유명해졌죠. 워낙 특유한 음색과 곡 소화능력이 타의 추종을 부러워할만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몇 미터 앞에 두고'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근거리에 두고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애달픈 감정을 표현한 노래죠. 가사가 무지하게 짧습니다. 마치 짧은 시를 한 편 대하는 느낌마저 드는데요. 이걸 어떻게 삶아 먹어야 하나 좀 걱정을 안고 출발하게 되네요.

'사랑했던~(그리웠던) 그 사람을/ 몇 미터 앞에다 두고/ 나는 나는 말 한마디/ 끝내 붙일 수 없었다'가 첫 가사입니다.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잊지 못해 그리워하며 보냈죠. 그런데 우연처럼 그 사람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그 사람을 보자 몸이 얼어붙고 입도 벙어리가 되고 맙니다.

'마주 앉은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웃음소리에)/ 나는 그냥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부분입니다. 네 오랜만에 우연처럼 만난 상대는 일행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새로 사귄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과 마주 앉아 웃음을 지을 정도로 행복한 모습이었죠. 그 상황에서 아는 체를 하기란 매우 힘들겠죠? 그래서 못 본 척 그냥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마주 앉은 사람이 동성이었다면 어땠을까요? 그 행복을 깨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도 발동한 걸까요? 저는 동성보다는 이성이냐 보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더 눈에 들오는데요. 자세한 설명은 썰 부분에서 설명을 드립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그 사람을 바로/ 몇 미터 앞에다 두고~' 부분입니다. 그토록 다시 만나길 염원하던 사람이 업퍼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데도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그냥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애잔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음. 오늘은 가사 중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웃음소리에)/ 나는 그냥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이 노래는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졌으나 심리적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가까워졌다고 해서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닌 셈이죠.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져 있으면 그냥 그리워하는 감정으로 퉁치면 되지만 눈에 보였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전제되면 그 아픔은 배가 됩니다. 심리적 거리를 동반하지 않은 물리적 거리는 오히려 더 마음을 후벼 팔 수도 있다 뭐 이런 내용으로 이해가 되네요.

'견물생심'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죠. 마음이 없었다가도 어떤 사물을 보는 순간 그걸 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을 말하죠. 떨어져서 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걸 상수로 놓기 때문에 볼 날만을 기다리며 참고 견딜 수 있겠지만 볼 수도 안 볼 수도 있는 상황이면 못 보는 것이 참을 수 없을 만큼으로 다가오곤 하죠.

절에서 도를 닦을 때에도 산사에서 나오지 않고 쭉 그 안에서 도를 닦는 경우도 있고요. 자신의 도력이 얼마나 되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속세로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견물을 하고 마음이 흔들리면 도가 짧았구나 반성하며 다시 산으로 가서 수행을 계속한다나 뭐라나. 하하하.

심리학에서도 사탕을 보여주고 일정 기간 참으면 몇 배를 주겠다는 실험이 있죠. 어린이들은 잘 못 참고요. 어른들은 미래의 보상이 확실하게 주어진다는 것만 알면 상대적으로 잘 기다린다고 하는데요. 먹고 싶은 마음이야 매한가지겠지만 어른이 될수록 좀 인내하는 능력이 나아지는 것은 사실인가 봅니다. 하지만 인내심이 있다고 해서 견물 하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죠.

다시 가사로 돌아가 보죠. 그리워했던 그 사람이 화자의 눈에 계속 띄지 않았으면 어땠을까요? 산사에서 내려오지 않는 스님처럼 마음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했겠죠. 인내심이 어느 정도 발동했을 테니까요. 그런데 우연히 그 사람을 보고 말았습니다. 마음엔 태풍이 일며 견물생심의 전형적인 모습이 나타나죠. 그런데 아는 척도 못하고 말도 못 걸어보고 등을 돌립니다. 견물 했는데도 마음이 동했는데도 행복하지 않은 이 상황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요? 임자가 있는 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전 다른 접근을 해 봅니다.

가사 해석 부분에서 저는 동성인지 이성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상대의 행복이 일정한 심리적 거리를 확보하게 했다고 보는 거죠. 자신과 사랑을 나눌 떠난 이유가 '더 이상 불행해지기 싫어서' 혹은 '행복해지고 싶어서'였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화자 자신은 현재 시점에서 상대가 짓고 있는 미소보다 미소를 선사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일 수도 있고요.   

'행복은 Becoming이 아니라 Being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화자는 행복과 관련해 상대와 앞으로 Becoming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상대는 이미 'Being'의 상태, 즉 행복하며 웃음 짓고 있죠. Becoming을 꿈꾸는 자는 Being의 상태에 있는 자를 이길 수 없습니다. '1조원를 줄게 지금 참아' VS '지금 100억이면 충분히 행복해' 중에서 우리의 행복은 후자에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화자는 이성이든 동성이든 상관없이 상대에게 등을 돌리고 만 것이라 해석해 봅니다. 행복을 미래에 저당 잡히지 맙시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역시 글이 길어진 걸 보니 제 마음에는 쏙 들진 않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그때그때 끄집어내서 활용하는 별자리적 글쓰기의 폐해를 또 한 번 경험한 것 같네요. 하하하. 그래도 괜찮습니다. 늘 실패의 기록은 성공을 향해 있다는 믿음까지 위협받진 않았으니까요. 이제 7월이네요. 하반기를 시작하는 첫날입니다. 하반기에는 저의 2번째 책을 보실 수 있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매거진의 이전글 우연이의 <우연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