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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ul 02. 2024

소냐의 <진짜 이별>(feat.박광선 of 울랄라세션)

작사/작곡 이기솔, SUN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소냐'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4 Xqxr1 rigaY? si=3 MvdgdU4 vSMuuHhU

진짜 이별이니까

가슴이 아픈 거야

매일 함께 했던 순간이

생각날 거야


추억이 선명하게

더욱더 또렷하게 찾아와

왜 날 울려


이게 운명이니까

사랑이 끝난 거야

매일 전쟁 같던

몇 달이 지나간 거야


널 미워하려 해도

다 지난 일이잖아

잊을 수밖에 없는 일


- 소냐의 <진짜 이별> 가사 중 - 




식상해

즐겁지가 않아

권태긴가


안 웃겨

어색해

전과 달라


피식

우리 죽고 못 살던 사이 

아니었나? 


앞으로

전화하면 안 돼

만나도 안돼

약속도 안 돼

애칭도 안 돼

우린 이제 무슨 사이?


총과 칼이 난무하던

이별할 운명

사랑의 끝


아파 

생각날거야

울거야


하지만

이젠 과거일 뿐

잊혀지지 않을 뿐





소냐는 1999년 'Sonya All Best'로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유손희라고 합니다.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죠. 아버지는 주한미군 미국인이며 어머니는 한국인입니다. 소냐는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유년 시절 아버지는 미국으로 홀연히 떠나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외할미니에게 맡겨져 성장했다고 하네요. 

그만큼 힘든 유년과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요. 방직공장에서 일하며 시끄러운 기계소리를 이겨내려고 불렀던 노래가 그녀를 가수로 만들었죠. 가수가 된 이유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20년 만에 아버지를 찾았지만 돈을 요구하는 바람에 두 번 상처를 받았다고 하네요. 이론. 1998년 <박상원의 아름다운 TV-얼굴>을 통해 해당 사연이 소개된 것을 계기로 다음 해 가수에 데뷔했는데요. 

그녀의 탤런트가 본격적으로 발휘된 분야는 뮤지컬이었죠. 1999년 뮤지컬 '페임'에 캐스팅되어 가수와 겸업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이후 꾸준히 뮤지컬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입지로 탄탄히 다져왔습니다. 워낙 성량이 좋아서 뮤지컬 배우하기에 안성맞춤이죠.

2005년까지 총 5장의 정규 음반을 발매했고요.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12년에 발매한 싱글 앨범입니다. 울랄라세션의 멤버였던 박광선 씨가 피처링했습니다. 이 곡 말로고 2013년, 2016년, 2019년 세 장의 싱글앨범을 내놨습니다. 가수와 뮤지컬 배우로 사반세기를 맞이하는 그녀의 활동을 눈여겨보겠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진짜 이별'입니다. 제목을 처음 본 순간 '그럼 가짜 이별도 있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더군요. 사랑했던 남녀가 권태기를 거치며 이별을 맞이하는 과정을 담은 노래입니다. 어디 진짜 이별의 의미를 한 번 같이 파헤쳐 보시죠.

'손을 잡아도 아무 느낌이 없고/ 같이 영화를 봐도 별로 즐겁지가 않아/(2절 : 눈을 맞춰도 웃음이 나질 않고

사랑한단 말 한마디가 어색해지잖아)/ 우리가 이러는 게 너무 웃겨/ 한때 우린 죽고 못 살던 사이잖아'가 첫 가사입니다. 이 가사에서는 권태와 무상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도 시간이 흐르면 식어서 권태의 단계로 진입하죠.

'보고 싶다고 전화할 수도 없고/ 만나자고 약속도 잡을 수가 없어/ 자기야 달콤한 애칭도 안녕/ 이제 우리 아무 사이 아니니까' 부분입니다. 이제 더 이상 연인 사이가 아님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늘 하던 행동과 애칭이 더 이상 그냥 할 수 없는 사이가 되어 버린 것이죠. 관계의 변형이 일어났고 봐야 옳을 겁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진짜 이별이니까 가슴이 아픈 거야/ 매일 함께 했던 순간이 생각날 거야/ 추억이 선명하게 더욱더 또렷하게/ 찾아와 왜 날 울려/ 이게 운명이니까 사랑이 끝난 거야/ 매일 전쟁 같던 몇 달이 지나간 거야/ 널 미워하려 해도 다 지난 일이잖아/ 잊을 수밖에 없는 일' 부분입니다.

사랑할 운명이 헤어질 운명으로 바뀐 감정을 표현하고 있죠. 전쟁을 하는 것처럼 싸우고 지쳐서 마지막으로 한 선택이 이별이었던 것이죠. 사랑하는 관계에서 가졌던 미움과 원망 따위는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후련하지 않아 보입니다. 관계는 끝을 맺었지만 추억은 고스란히 그 자리에 남아 화자를 괴롭히니까요. 진짜 이별이란 물리적 떨어짐은 이루어지지만 심리적 떨어짐은 같은 속도로 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후렴구에서는 '진짜 사랑하니까 잊을 수 없는 거야/ 이게 사랑인 거야/ 두 눈이 촉촉하게 젖어오면/ 그리운 얼굴이 떠올라/ 널 잊으려고 해도 다 지난 일이잖아/ 잊히지가 않는 일' 부분이 나오는데요. 진짜 사랑을 해야 진짜 이별을 할 수 있다고 연결되는 것 같죠. 이별은 늘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동반하고요.


음. 오늘은 제목의 '진짜'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볼까요? 제 첫 책 <지구복 착용법>의 한 챕터 제목이 '진짜와 가짜'입니다. 현상과 본질이라는 테마를 다루고 있죠. 진짜와 가짜 논쟁은 플라톤 선생이 시작점이 아닐까 합니다. 바로 이데아론이죠.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상적인 이데아 세계를 구현한 것에 불과하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것들은 가짜고 그 원형, 이데아가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고 봤죠.

플라톤 이래로 오랜 시간 인류는 진짜와 가짜 논쟁을 이어왔죠. 그런데 말입니다. AI가 세상을 지배하니 마니 하는 세상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가능할까요? 혹자는 가짜 뉴스가 많아졌기에 그만큼 진짜 뉴스에 대한 갈증이 있고 그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네 일견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지식수준에 오르지 않고는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는 것은 이제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동안 가짜와 진짜 논쟁은 우리의 외부를 대상으로 했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이 논쟁이 우리의 내부로 침투합니다. 사물이 진짜냐 가짜냐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진짜냐 가짜냐로 바뀐 것이죠. 각자가 보는 세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쯤되면 뭐가 진짜고 가까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해집니다.

고도의 생각 훈련으로 무언가 답을 이끌어내는 사유가 아닌 이상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생각은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지죠.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내가 왜 그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은 우리의 생각이 우리 것이냐고 묻게 되죠. 누구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진짜 VS 가짜 논쟁은 일명 말장난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노래로 돌아가보죠. 진짜 이별과 가짜 이별을 구분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오늘 헤어졌다가 내일 다시 만나는 것을 가짜 이별이라고 한다면 그런 행위가 필요할까요? 연인 신분을 빌려 누군가에게 사기를 치는 게 아니라면 가짜 이별은 큰 의미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노래에서 말하는 진짜 이별은 진짜와 가짜를 논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그보다는 이럴 바엔 이별하자고 입버릇처럼 말하다가(아마도 이것을 가짜 이별의 개념으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말에서 그치지 않고 찐으로 헤어지게 된 상황을 진짜 이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사랑이 진짜였냐 가짜였냐를 묻는 것이 아니라 '이제 이별이 시작된거야'라는 표현 말이죠. 같은 듯하면서도 어감이 많이 다르죠.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어감 관련 책을 보고 난 후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표현을 의도적으로라도 곱씹어 보는 습관을 들어보려 하고 있습니다. 언어에 대한 예민함을 좀 더 키워보려고요. 그러다 오늘 선택한 노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 같았거든요. 하하하. 앞으로 이런 어감 부분도 적절히 반영해서 <가사실종사건>의 내실을 다져 나가 보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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