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은 현재 수원여자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킹스턴대학교 대학원 영화 & TV 작곡과를 졸업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원래 전공은 무역학이었다고 하네요. 늘 그렇듯 음악적인 Talent를 타고 난 사람들은 인생의 어느 시점엔가는 다른 길을 갔더라도 음악으로 돌아오곤 하죠. 그도 그랬습니다.
영상음악을 공부해서 CJ를 비롯해서 아모레퍼시픽, 엘르 등 광고에 삽입되는 음악 다수를 작·편곡 했고요. 2019년에는 국제융합예술대상 올해의 작곡상을 수상했습니다. 현재 수원여자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요. 대표곡으로는 송기창의 ‘아름다운 날’, 길병민의 ‘서툰 고백’ 등이 있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너무도 유명한 곡입니다. 최진 씨는 이 곡을 만든 배경에 대해 '사랑은 뜨겁고 무모하고 힘들고 거칠고 힘들지만 늘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을 때 떠올려 보는 지난 사랑을 담았다' 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과거 사랑에 대한 회상과 여운을 남기는 곡이죠. 바리톤 고성현씨를 거쳐 팬덤싱어1에서 불려 젊은 층에게도 알려졌는데요. 2016년 발표되어 현재까지도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만 되면 여지없이 음악회에 등장합니다.
실용음악 분야에서 활동했던 작곡가가 한국 가곡 작곡가로 변신한 특이한 사례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진 씨는 팝페라에 매력을 느꼈고 김효근 작곡가의 음반을 건내받으며 가곡 작업을 권유 받았다고 하네요. 다작에 욕심을 내며 개인 악보집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니 그 창작열에 박수를 보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가사가 정말 아름답죠. 제목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시간에 기대여'입니다. 여러분들은 이 제목을 보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음. 저는 시간에 반항 때리지 않고 온순하게 그걸 따르는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작사가도 저와 같은 그림을 그렸을지 궁금해 지네요.
'저 언덕 넘어 어딘가/ 그대가 살고 있을까/ 계절이 수놓은 시간이란 덤 위에/ 너와 난 나약한 사람/ 바람이 닿는 여긴 어딘가/ 우리는 남아 있을까/ 연습이 없는 세월의 무게만큼 더/ 너와 난 외로운 사람'이 첫 가사입니다. 해석을 붙이기도 대락 난감한 잘 쓴 가사라는 생각이네요.
시간이 훌쩍 흘러 서로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지금에서 보니 너와 내가 나약하고 외로운 사람으로 보이는 것 같네요. 함께 있을 때는 나약하고 외로운 것이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온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너와 나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2절에서는 '설움이 닿는 여기 어딘가/ 우리는 살아 있을까/ 후회투성이 살아온 세월만큼 더/ 너와 난 외로운 사람'이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1절 가사와 유사한데 설움과 후회투성이가 눈에 띄죠. 1절에서는 감정이 숨기는 절대된 화자였다면 2절에서는 감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네요. 사랑하는 사람을 부재한 지금 이 자리에서 홀로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가사라는 생각입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난 기억하오 난 추억하오/ 소원해져 버린 우리의 관계도/ 사랑하오/ 변해버린 그대 모습/ 그리워하고 또 잊어야하는/ 그 시간에 기댄 우리' 부분입니다. 한 마디로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겁니다. 살을 맞대던 사이에서 생사 여부도 모르는 관계로 변했고 그 사이 청춘을 지나 중년 혹은 노년이 되었겠지만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로 해석해 보면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사랑하오/ 세상이 하얗게 져도/ 덤으로 사는/ 반복된 하루가' 라는 가사를 살펴보죠. 화자는 상대와의 사랑이 끝난 순간을 삶이 끝난 순간으로 인식하고 그 이후의 시간은 '덤'이라 여기는 듯 하죠. 그 시간은 상대가 없기에 지루하게 반복되는 삶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음. 오늘은 가사 중 '연습이 없는 세월의 무게만큼 더' 부분에 대해 썰을 좀 풀어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이 부분이 가장 걸렸습니다. 왜 일까요? 다른 좋은 가사도 많은데 말이죠.
우리 인생에서 '단 한번의 찬스'가 주어지는 순간이 떠오르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면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어떤 이유 때문에 잘 놀아주지 못하고 그 시간을 지나쳐 버린 경우 말이죠. 아이를 키우는 건 그 때 딱 한번만 허락된 '원 찬스'에 해당되니까요. 뒤늦게 후회해 봐야 소용없다는 말입니다.
이런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나 찬스를 '연습이 없는 세월의 무게'라고 표현한 듯 합니다. 여러분들도 살다보면 이런 무게를 적지 않게 느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렇고요. 그래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하기도 하고 아둥바둥하며 사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인생이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처럼 몇 천, 몇 만 번을 넘어져도 큰 상처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한 번 떠나간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영끌이나 빚투처럼 과한 투자로 삶 전체가 뒤흔들리며 아파한다고 없던 일이 되진 앉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삶은 참으로 잔인합니다. 한 번의 실수로 내 인생의 경로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살이 떨리기도 하죠. 늘 선택은 냉정하고 진득하게 하는 버릇이라도 들여야 하는 걸까요? 그 무게를 늘 짊어지고 사는 것이 우리 삶이라니.
시간은 그 중에서도 으뜸인 것 같습니다. 두 번의 같은 시간은 주어지지 않죠. 오로지 딱 한 번만 걸을 수 있는 길이니까요. 그러니 지금이라는 시간을 금과 같이 여기며 살라는 격언이 난무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겐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 문제죠.
시간이든 기회든 우리 삶에 단 한번만 주어지는 것을 마주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육아랄지 아니면 학교 공부랄지 떠난 님 이런거요. 저는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서 지금이 아니고 나중에도 할 수 있는 일과 지금 아니면 못 하는 일을 가려보는 식으로 대응을 해 왔습니다.
동시에 책을 내는 것처럼 사는 동안 어떤 일을 못하면 내내 후회할 것인지, 그게 내가 진짜로 원하는 일인지 등에 대해서도 자신에게 물어 봤답니다. 그런 일련의 사고 활동을 통해 유일했던시간과 그 기회가 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어렴풋이 알게 되고 결국 저 자신을 더 알게 되었답니다.
왜 재미삼아 이런 질문 해 보잖아요? '지금 죽는다고 가정하고 딱 한 사람만 만날 수 있다면 누구 만날거야?'라든가 ''마지막 음식 하나를 먹을 수 있다면 뭘 먹을거야?'라든가 등등요. 기회는 한 번 뿐이라는 가정을 통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알게 해 주죠.
한편에서는 말합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요.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 말합니다. 다 때가 있는 법이라고요. 뭐가 맞는 걸까요? 다음이라는 기회나 시간이 있다면 전자가 맞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후자에 손을 들어줄 수 밖에요.
때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이 '세월의 무게'로 쌓이는 게 아닐까요? 그 때를 지나치고 땅을 치며 후회하는 일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보기에 따라서 인생도 사랑도 연습이 없습니다. 연습이 없으니 실패할 확률은 그만큼 높아집니다. 그래서 돌아보면 후회투성이가 되는 것이고요.
저는 그런 잔혹한 원 찬스의 삶에 대한 솔루션으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속담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떠난 임을 잡을 순 없지만 고독을 즐기는 삶이나 다른 대상과 제2의 사랑을 나눌 수도 있으니까요. 실패로 얼룩진 인생이지만 그 안을 잘 헤집어 보면 떠난 임을 고집하는 내가 있을 뿐 그것만 치울 수 있다면 새로운 삶은 얼마든지 가능해 진다고 할까요?
제 1의 신념. '그게 아니면 안 되는 건 없다'는 마인드만 제대로 장착된다면 '연습이 없는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는 일이 한층 수월해 질 수 있거라는 생각입니다. 실패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실패하면 안 된다는 마음이 더 문제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연습없는 세월의 무게'를 극복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두 번째 가곡을 브런치했네요. 대중음악 중 레전드 곡도 그렇지만 가곡 역시 생명력이 어마어마 합니다. 오늘 소개드린 노래 역시 10년쯤 흘러도 여지없이 불릴 곡이죠. 한 가지 팁으로 말씀드리면 가곡은 시에 음을 붙인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만큼 시적 가사를 기반으로 해서 가사를 음미하는 재미가 쏠쏠하죠. 오히려 저의 해석 붙이기가 민망할 만큼요. 일정한 기간을 두고 가곡 소개를 하겠다고는 말씀 드릴 순 없지만 브런치만큼 꾸준하게 가곡에 대한 애정을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저녁 되시고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