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공대생이 여행하며 깨달은 '효율'에 관한 이야기
인간은 “효율”을 중요시한다.
인간은 적은 비용을 가지고 최대의 효율을 내기를 원한다. 또 공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항상 최대와 최소에 집중하고 효율을 고려하게 된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최단 거리 경로를 구하고, 회로를 설계할 땐 손실되는 전력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방식은 일상생활에도 자연스레 스며들곤 했다. 지하철을 타더라도 가장 빠르게 환승할 수 있는 칸은 어디인지, 밥을 먹더라도 가격 대비 맛을 생각하곤 한다.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도 항상 효율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여행을 다니다 보니 효율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피렌체에 갔을 때의 일이다. 베키오 다리를 향해 가고 있었는데 어느새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피렌체는 좁은 골목길들로 이루어져 있어 길을 찾기 쉽지 않다. 지도를 볼 수 없는 스마트폰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발길이 가는 예쁜 골목으로 가보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지도 없이 좁은 골목골목들을 걷다 보니 고개를 들고 걸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지금껏 여행을 다니며 생각보다 내가 꽤 자주 지도를 확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도 없이 걸은 피렌체의 골목은 아름다웠고, 특히 좁은 골목들 사이로 보이는 피렌체 대성당은 더 기억에 남았다. 예뻐 보이는 골목들을 지나 계속 걷다 보니 강변이 나왔고, 그렇게 베키오 다리를 갈 수 있었다. 물론 최단 시간, 최단 거리는 아니었다. 시간도 훨씬 오래 걸렸고 더운 날씨에 더 많이 걸었지만 그랬기에 더 아름다운 도시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이렇게 더 오랜 시간 걸었기 때문에 피렌체가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도시로 기억되는 것 같다.
가끔은 효율을 생각하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다. “효율”이라는 단어가 숨기고 있는 많은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처음으로 경험해 보았다. 이후 여행을 다닐 때만큼은 빠른 길이 아니더라도 옆 골목이 예뻐 보이면 그곳으로 가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곳이면 자리를 잡고 앉아 멍 때리기도 하였다. 최단 경로가 아니어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고 그곳에서 오는 행복이 있다는 것을 느낀 하루였다.